보건의료분야 블랙홀된 의대정원 증원 사태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2024년 갑진년(甲辰年) 의료계는 의료개혁과 의대정원 증원 논란으로 인한 의정 갈등이 블랙홀처럼 보건의료 모든 분야를 집어 삼켰다. 메디칼업저버는 올 한 해를 뒤돌아보면서 의대증원 정책에 따른 전공의 및 의대생들의 집단 사직과 휴학, 간호법 제정에 따른 진료지원간호사의 법제화, 임현택 회장의 탄핵,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후폭풍 등 주요 이슈들을 정리해 봤다.
①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의료붕괴 장기화
②의협 사상 2번째 회장 탄핵과 간호법 제정
의협 사상 2번째 회장 탄핵
지난 3월 대한의사협회 제42대 회장으로 임현택 전 회장이 당선됐다. 의대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최우선 회무 과제로 선정했지만, 비대위 주도권과 전공의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의료계의 종주단체로서 권위를 상실했다. 보건복지부 등 정부는 의협을 협상 최우선 파트너로서 창구 단일화보다 다양한 의료계 단체 중 하나로 대우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오히려 전공의 및 교수단체 의견에 더 신경쓰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리고 임현택 회장은 취임 전부터 정치적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도를 넘는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정치권과의 갈등도 유발했다. 그 일례로 임 회장은 SNS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을 향해 '미친 여자'라고 발언하면서 강 의원의 공식적인 사과 요구를 받은 바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6월 의료계 비상 상황 관련 청문회를 개최했다. 청문회에서 강선우 의원은 임 회장에게 “저한테 미친 여자라고 했죠?”라고 질의하자, 임 회장은 표현의 자유라고 사실상 사과를 거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임 회장은 강 의원을 비롯한 다양한 의료계, 정치계, 정부 관계자를 향해 막말에 가까운 발언을 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 조차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임 회장 탄핵의 결정적 이유는 서울특별시의사회 최주현 홍보이사에게 현금 1억원을 요구한 것이다. 서울시의사회 최주현 홍보이사는 의사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제42대 집행부의 전공의 4억원 슈킹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임 회장은 최 홍보이사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이후 임 회장은 최 홍보이사를 만나 고발 취하 조건으로 현금 5만원권으로 1억원을 요구하고, 합의금 독촉까지 했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협 회장으로서 의료계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더 이상 회장으로서 회무를 수행하는데 적절하지 않다는 여론이 폭발하면서 취임 6개월만에 탄핵됐다.
간호법 제정 내년 6월 시행
올해는 의대정원 사태 이외 의료계와 간호계 간 치열한 공방을 펼쳤던 간호법 제정이 최대 이슈였다. 지난 2005년 처음 간호법 제정안이 발의된 이후 19년만의 일이며, 지난해 대통령 거부권으로 폐기된지 약 1년만이다. 간호법이 제정되면서 내년 6월부터 간호법은 시행된다.
제정된 간호법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또 진료지원 간호사는 법적 보호를 받으며, 간호인력 처우개선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다만,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려는 간호사는 전문간호사 자격을 보유하거나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임상경력 및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간호법 제정을 둘러싸고 의료계와 간호계는 그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정부 역시 지난해까지 간호법 제정에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 21대 국회에서 간호법이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폐기된 바 있다.
그러나 의대정원 증원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간호인력들의 업무범위 확대가 필요했던 정부는 간호법 제정에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 선회는 의대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과 맞물려 의료계 반발을 더욱 키웠다. 간호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의료계는 수용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간호법 제정에 따라 내년 6월부터 시행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의료계, 간호계는 하위법령을 제정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간호계는 간호법 하위법령 제정이 새로운 간호 100년을 만들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간호사회 조윤수 회장은 “간호법 시행을 위한 하위법령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간호계의 의견이 담겨야 한다”며 “간호법 하위법령은 새로운 간호 100년을 위한 치열한 고민 속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