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국제학술대회 정책토론회 26일 개최
조민우 교수 "기존 분석법 및 모형 개선하고 타당성 평가도 해야"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26일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ICoLA)에서 '국가검진 콜레스테롤 검사 주기와 중요성'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서울아산병원 조민우 교수가 '이상지질혈증 조기검진에서의 경제성 평가 활용'을 주제로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가건강검진 이상지질혈증 검사 주기를 2년에서 4년으로 바꾼 근거가 된 연구의 허점이 많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사 주기 확대 근거가 된 2가지 연구들의 분석법과 모형을 개선하고 타당성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진 요소를 고려해 현재 이상지질혈증 검사 주기가 타당한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26일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ICoLA)에서 '국가검진 콜레스테롤 검사 주기와 중요성'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적정 추적검사 간격 추정한 방법에 한계 있어

2018년 정부는 국가건강검진 이상지질혈증 검사 주기를 2년에서 4년으로 확대했다. 검진 연령도 남성 24세 이상, 여성 40세 이상으로 성별에 따라 달리 제시했다. 이 같은 변화는 2가지 연구를 근거로 한다. 

먼저 2013년 발표된 현행 국가건강검진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타당성 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을 조사한 연구다. 이상지질혈증 조기 검진 방안을 평가했고, 국내 검진 가이드라인을 검토하면서 미국과 영국(5년 주기), 일본(1년 주기) 등도 함께 확인했다.

서울아산병원 조민우 교수(예방의학교실)는 "국가건강검진 원칙에 따른 검토에서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14.5%로 상당히 높아, 중요한 질환이자 조기 발견 및 치료가 가능한 질환으로 정리했다"며 "검진 방법이 간단하므로 수용성이 높고 인프라도 갖췄다고 판단했다. 또 검진 이득이 위해보다 크고 치료 효과도 좋아 장점이 있다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단, 연구에서는 비용효과성에 관한 국내 자료는 없고 미국에서 5년 간격으로 진행했을 때 비용효과적이라는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외국에서 진행한 경제성 평가 결과만으로 비용효과성을 판단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조 교수 설명이다.

또 연구에서는 남성 25~29세, 여성 40~44세일 경우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이 5% 넘기 시작해, 나이와 성별에 따라 차별화된 접근법을 고려할 수 있었다고 정리했다.

그러나 이상지질혈증은 콜레스테롤 관리뿐만 아니라 이상지질혈증과 연관된 심뇌혈관질환 발생에도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이에 이상지질혈증만 가진 질병 부담을 평가하면 안 되고 다른 합병증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연구에서 진행한 적정 추적검사 간격을 추정하는 방법에도 한계가 있다. 경제성 평가 시 어떤 보건의료중재법이 더 경제적으로 효율적인지 분석하기보단, 단기변동(noise)과 장기변동(signal)의 비율(SNR)을 이용해 단기변동보다 장기변동이 커지는 데 걸리는 시간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에서 SNR은 5.1년으로 도출돼, 4~5년의 검진주기를 갖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했다.

조 교수는 "국가건강검진은 예산을 투입하는 정책적 의사결정 관점으로 봐야한다"며 "과학적 변동사항 검토뿐 아니라 어느 정도의 자원이 필요한지 보는 경제성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지질혈증이 영향 줄 수 있는 다른 질병도 고민해야

▲서울아산병원 조민우 교수.
▲서울아산병원 조민우 교수.

이후 정부는 정책 연구 용역사업으로 국가건강검진 항목 중 이상지질혈증 검진의 비용 효과성 분석 연구를 진행했다. 경제성 평가는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 없으므로 수학적 모델링 방법을 활용했다. 

이상지질혈증 인지율, 치료율, 조절률이 중요한 변수라는 점에서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로 각각을 산출해 모형의 주요 변수에 포함시켰다. 이와 함께 이상지질혈증에 따른 관상동맬질환 발생 확률도 추산해 모형에 추가했다. 

조 교수는 "연구에서 2년 검진을 했을 때 기준값을 총 콜레스테롤 230mg/dL로 규정했던 것이 제한점이었다"면서 "연구에서 2년 주기를 가졌을 때 4000만원, 1년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데 2억원 수준의 높은 값이 도출됐다. 다양한 검사 주기에 관해 확대 분석한 결과, 검사 주기를 4년으로 넓혔을 때 1년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 3000만원 수준의 합당한 경제성 결과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의사결정이 최소한의 근거만으로 이뤄졌고 다른 접근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게 조 교수 의견이다. 

먼저 모델링 시 이상지질혈증이 관상동맥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접근법을 사용했으나 이상지질혈증은 뇌혈관질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이상지질혈증이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질병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또 해당 모형이 이상지질혈증 관련 건강 수준을 잘 반영했는지 타당성도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 교수는 "조사 당시 고콜레스테롤 유병률이 10%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훨씬 더 높다. 완치율이 조금 낮다는 것을 고려하면 유병률이 높다는 것은 발생률이 상당히 높아졌음을 시사한다"며 "발생률이 높아졌다는 것은 의료진이 질환을 발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젊은 연령층에서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이 상당히 증가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상지질혈증 인지율, 치료율, 조절률 등이 경제성 평가 당시보다 좋아져, 국가건강검진으로 질환을 발견했을 때 효용성이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조 교수는 "이상지질혈증 검사 주기에 관한 새로운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근거가 필요하다. 특히 기존 분석법 및 모형 개선과 타당도 평가가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며 "환경 변화에 따른 요소를 고려하면서 역학적 변화 요인과 중재 변화에 따른 반영 요소도 살펴봐야 한다. 또 치료 약제 변화와 우리나라 국민들이 평가하는 각각의 건강 상태, 건강 관련 삶의 질 등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政, 검토 가능성 내비쳐…"내부적으로 검증 후 논의할 계획"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박지민 사무관.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박지민 사무관.

학회는 이상지질혈증 검사 주기가 변경되던 당시 정부에 근거가 된 연구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검사 주기 확대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학회 김재택 이사장(중앙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첫 번째 연구에서는 LDL-콜레스테롤을 지표로 활용하지 않았고 총 콜레스테롤만 확인했다. 두 번째 연구도 대사 상태나 심혈관질환 위험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수치만 봤다"며 "두 가지 연구의 허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학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검사 주기가 달라진다고 통보했다. 이후 학회에서 최소 50세 이상은 2년 주기로 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개원가에서도 이상지질혈증 검사 주기가 확대되면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서울행복내과 이창현 원장은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이상지질혈증 검사 주기가 4년으로 바뀐 것을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게다가 성별에 따라 이상지질혈증 검사 시작 연령이 달라,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놓치게 된다. 검사 주기와 대상 기준이 적절한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학계 의견에 공감하면서 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박지민 사무관은 "국가건강검진에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므로 비용효과성을 봐야 한다. 검사 주기가 바뀌던 당시와 지금의 질병 구조, 인구학적 특징이 달라졌다는 점에 공감한다"면서 "이상지질혈증을 포함해 기존 검진 항목과 성과, 효과 등을 내부적으로 검증·검토하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며, 내용이 나온다면 어떻게 검진 제도를 개선할지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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