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신장학회 '신장질환 환자의 비만 관리 지침' 발표
체중 감량 효과 얻기 위해 GLP-1 수용체 작용제·GLP-1/GIP 이중 작용제 처방 고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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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비만치료제로 주목받는 GLP-1 수용체 작용제와 GLP-1/GIP 이중 작용제 등 인크레틴 유사체(incretin mimetics)가 비만한 신장질환 환자에게 치료 혜택이 큰 약물로 지목됐다. 

미국신장학회(ASN)는 비만치료제는 비만한 신장질환 환자에게 안전하고 혜택이 있으며, 체중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이려면 GLP-1 수용체 작용제 또는 GLP-1/GIP 이중 작용제 처방을 고려하도록 의견을 모았다. 

이와 함께 위소매절제술, 루와이 위우회술 등 비만대사수술도 비만한 신장질환 환자에게 금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ASN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장질환 환자의 비만 관리 지침'을 Journal of the American Society of Nephrology 9월 18일자 온라인판을 통해 발표했다.

지침에 따르면, 비만한 신장질환 환자는 체중을 줄이면 기분 개선, 삶의 질 향상, 신장질환 진행 지연 등 정신사회적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비만한 신장질환 환자의 체중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란 여전히 어렵고 다학제팀의 개입과 여러 가지 중재가 필요하다.

비만 관리를 위한 약제와 수술 등 치료전략이 발전한 가운데, ASN은 비만한 신장질환 환자의 체중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한 관리전략을 제시하고자 이번 지침을 마련했다.

 

의료진은 '비만 낙인' 민감하게 여기고 환자와 소통해야

가장 먼저 비만한 신장질환 환자 관리를 위해 심리사회적 요인을 고려하도록 했다. 의료진은 비만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건강 관련 사회적 요구를 해결하고 정신건강 합병증을 파악해 치료하도록 했다. 또 환자 트라우마, 인종 차별, 낙인 등 문제를 고려해 상담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의료진은 환자와 소통 시 비만 낙인 문제를 민감하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만 환자는 교육, 고용, 의료 등 여러 환경에서 비만 낙인이 찍혀 치료받지 않거나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만한 신장질환 환자를 '뚱뚱하다'라는 표현 보단 '건강에 해로운 체중이다' 등으로 사용하도록 주문했다. 

 

인크레틴 유사체 외 비만약은 신장질환 환자 대상 데이터 부족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식단 조절과 신체활동 등 생활습관 교정은 비만한 신장질환 환자의 체중 감량을 위한 첫 번째 관리전략으로 제시했다. 이는 다른 치료와 관계없이 시행해야 하는 기본 관리전략으로, 목표 체중은 신장 건강과 합병증 위험에 따라 개별화하도록 했다.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 결과에 근거해 비만치료제는 비만한 신장질환 환자에게 안전하고 혜택이 있다고 정리했다. 의료진은 비만치료제 처방 시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 합병증, 인슐린 저항성, 노쇠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가장 효과적이라고 제시한 약제는 GLP-1 수용체 작용제, GLP-1/GIP 이중 작용제 등 인크레틴 유사체다. 이들 약제는 심혈관, 신장, 대사 혜택에 따라 비만한 신장질환 환자의 체중 조절에 가장 효과적이고 이득이 크다고 정리했다. 

인크레틴 유사체는 가장 낮은 용량으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증량하도록 했다. 단, 복통 또는 구토, 췌장염 등이 나타난다면 즉시 치료를 중단하고, 신장 및 전해질 이상과 간 효소 수치 또는 지방분해효소, 아밀라아제 등 수치 증가 여부를 평가하도록 주문했다. 심각한 약물 관련 이상반응이 확인되지 않으면 인크레틴 유사체 재시작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아울러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설포닐우레아 또는 인슐린과 함께 사용하면 저혈당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관련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다른 비만치료제의 경우, 식욕억제제인 날트렉손·부프로피온은 신장질환 환자에서 안전성 및 효능 데이터가 부족하므로 고혈압이 조절되지 않거나 말기 신장질환 환자라면 금기라고 명시했다.

오르리스타트는 장기간 신장 및 심혈관질환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펜터민/토피라메이트는 신장기능에 따라 용량 조절이 필요하며 진행성 신장질환 환자에게 투약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신장 예후와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에 미치는 영향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처방에 선을 그었다.  

한편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비만치료제로 허가받지 않았지만 체중 감량의 혜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약물로 메트포르민과 SGLT-2 억제제를 꼽았다.

 

비만대사수술로 체중·혈당 개선해 신장질환 진행 위험 낮출 수 있어

비만대사수술 관련 무작위 연구에 모집된 비만한 신장질환 환자는 많지 않지만, 기존 연구에서 얻은 높은 수준의 근거와 대규모 코호트 추적관찰 데이터에 따라 수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정리했다. 이에 비만한 신장질환 환자에게 비만대사수술을 금기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비만대사수술은 생활습관 교정을 했거나 비만치료제를 투약했음에도 불구하고 2단계 또는 3단계 비만인 신장질환 환자라면 수술 가능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비만수술센터로 의뢰하도록 주문했다.

비만한 신장질환 환자에게 비만대사수술 진행 시 위소매절제술 또는 루와이 위우회술 중 하나를 치료옵션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이 같은 수술은 체중을 줄이면서 혈당을 개선하고 혈압을 낮춰 신장질환 진행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이유다. 

비만한 신장질환 환자, 특히 진행성 신장질환 환자가 비만대사수술을 받았다면 신장결석, 영양실조 등 위험을 모니터링하도록 주문했다. 

ASN의 Deidra C. Crews 회장은 "신장질환 환자를 보는 의료진은 매일 환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체중 문제에 직면한다"며 "비만은 신장질환의 중요한 위험요인이면서 신장 관리 접근성과 치료 효과를 제한할 수 있다. 최신 연구와 다학제 접근을 통합한 이번 지침을 통해 비만한 신장질환 환자의 삶의 질과 건강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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