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암학회, 2008~2022년 간암 환자 17만명 치료 패턴 분석 결과
치료제 급여에 따라 처방 패턴 급격한 변화...보존적 치료보다 적극적 치료 늘어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간암 치료제 발전과 급여화에 힘입어 국내 전신치료 처방건수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면역항암제 사용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과거에 비해 보존적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비율은 줄었으며 간절제술과 전신항암치료 등 적극적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늘었다.
대한간암학회는 28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개최된 국제학술대회 The Liver Week 2024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간암은 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하며, 특히 15~64세에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사회경제적 부담이 높은 암이다.
다른 암종에 비해 여전히 생존율이 낮지만, 간절제술, 국소치료술, 경동맥화학색전술 및 방사선색전술, 전신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 등 다양한 치료 방법의 발전으로 5년 상대생존율이 꾸준히 상승해 왔다.
진행성 간암에서 전신항암치료는 급격하게 발전하는 분야로, 표적치료제 소라페닙과 렌바티닙이 1차 전신항암치료제로 사용돼 왔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인 아테졸리주맙과 베바시주맙의 병용요법이 소라페닙보다 우수한 효과를 보여 1차 전신항암치료로 우선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간암 치료 방법이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함에 따라, 대한간암학회는 우리나라의 정확한 간암 치료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학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자료를 이용해 2008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간암 (간세포암종)으로 진단돼 치료받았던 국내 환자 약 17만명을 대상으로 치료 패턴을 분석했다.
급여 따라 1차 전신치료 처방 건수 뚜렷한 증가
2차 치료제도 보험 급여 필요성 제기
이날 서울성모병원 한지원 교수(소화기내과)는 "분석 결과 간암 환자의 고령화가 아주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령대별 간세포암종 발생자수 조사 결과 2008년 3.8%에 불과했던 80대가 2022년에는 13.1%로 증가했다. 60대 이상은 48.0%에서 67.0%로 늘었다.
더불어 초치료 패턴 변화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비해 보존적 치료를 받는 환자 비율은 줄고 간절제술, 전신항암치료의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고 있다는 것이다.
간암 진단 후 처음으로 받은 치료 방법을 분석한 결과, 2008년 진단 환자 중에서는 0.2%만이 전신항암치료를 받았으나, 2022년에는 그 수가 9.6%까지 증가했다.
한 교수는 "전신치료 분석 결과 약제의 급여화 시기에 맞춰 패턴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표적항암제 등이 급여가 되면서 전신치료 처방 건수가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 허가 용법 중 1차 전신항암치료 총 처방 건수는 2008년 9건이었던 것에 반해 소라페닙이 처음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았던 2011년에는 1632건, 렌바티닙이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기 시작한 2019년에는 2588건,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 요법이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기 시작한 2022년 3249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치료제 발전과 급여 적용에 따라 처방 패턴 또한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조사 결과 2019년 1분기에는 소라페닙 100%, 2020년 2분기에는 렌바티닙 66.4%, 소라페닙 33.6% 처방됐으나, 2023년 1분기에는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 요법 78.2%, 렌바티닙과 소라페닙이 각각 10.9%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분한 의학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높은 비용으로 처방이 어려웠던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에 급여가 적용됨에 따라 전신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가 증가했으며, 특히 면역항암제 치료의 증가가 눈에 띄었다.
간절제술도 꾸준히 증가해 2008년 진단 환자 중 12.1%(1435명)만 초치료로 간절제술을 받았으나, 2022년에는 21.3%(2221명)로 늘었다.
수술 방법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복강경 수술이 2008년 전체 간절제술의 10.6%에 불과하였던 것에 비해 2022년에는 60.6%로 개복 수술을 대체하고 있어, 간절제술의 증가와 함께 최소 침습 수술의 적용 범위도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2008년 70대 환자의 6.3%, 80대 환자의 0.7%만이 간절제술을 받았으나, 2022년에는 각각 19.2%, 6.8%로 증가해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고령 환자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조사를 통해 국내 간암 치료 분야의 뚜렷한 발전이 확인됐으나, 전문가들은 아직 2차 치료제가 보험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급여 적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한간학회 이현웅 보험이사는 "2차 치료제 급여가 빨리 해결돼야 한다"며 "1차 치료제 또한 새로운 약제가 들어오고 있는데 급여가 되서 환자들이 선택권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