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학회 27~29일 The Liver Week 2024 개최
국제 학계 변화에 맞춰 새 한글 용어 선정 필요성...회원 설문조사 진행
'비알코올성' 대신 '대사이상' 강조해 환자 예후 개선 및 신약개발 도움 기대

27일 개최된 The Liver Week 2024 현장에서 지방간질환의 새로운 한글 용어 선정 과정과 기대 효과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27일 개최된 The Liver Week 2024 현장에서 지방간질환의 새로운 한글 용어 선정 과정과 기대 효과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대한간학회가 국제 학계의 변화 흐름에 맞춰 비알코올성지방간질환(NAFLD)의 공식 한글 명칭을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27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는 대한간학회를 비롯한 4개 연관 학회(한국간담췌외과학회, 대한간암학회, 대한간이식연구학회)가 공동 주최하는 국제학술대회 The Liver Week 2024가 개최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지방간질환의 명칭을 둘러싼 학계의 최근 쟁점을 살펴보고, 글로벌 학계의 변화 흐름에 맞는 새로운 한글 용어를 결정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지난해 7월 미국, 유럽 등을 포함하는 다국적 간학회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을 비롯한 관련 용어와 정의를 변경하기로 했다. 기존 용어가 명확한 병인 파악을 방해하고 확자에게 낙인을 찍는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기존 용어가 비알코올성이라는 특징을 지나치게 강조해 대사적 요인을 간과하게 하고, 지방(fatty)라는 단어가 경멸적인 의미로 들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다국적 간학회는 Fatty Liver Disease라는 지방간질환의 기존 용어 대신 Steatotic liver disease(SLD)라는 새로운 용어를 선정했다. 

이에 맞춰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이라는 용어를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MASLD)으로 새롭게 명명했다. 

MAFLD? MASLD? 어떤 용어 적합할까

회원 설문조사 및 회의 통해 결정

대한간학회는 올해 2월 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지방간질환 질병명 개정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대한간학회는 올해 2월 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지방간질환 질병명 개정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다국적 간학회의 용어 변경 결정에 따라 국내 학계 역시 새로운 용어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국내 학계에서 MASLD에 앞서 MAFLD가 새로운 용어로 거론돼 왔었던 점, 한글로는 fatty와 steatotic의 의미 차이가 불분명하다는 점 등의 고민이 있었다.

이에 대한간학회는 용어 변경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올해 2월부터 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질병명 개정위원회의 4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새로운 질병명을 결정하기로 했다.

설문조사는 11개의 포괄적인 질문을 통해 기존 용어에 대한 회원들의 인식을 평가하고 새로운 용어 선정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언어적 뉘앙스를 확인하고자 했다. 

여기에는 '비알코올'대신 '대사이상'이라는 용어를 강조할지 여부와, 이에 적합한 한글 및 영문 용어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포함됐다. 

더불어 fatty 및 steatotic이라는 두 용어가 한글로는 모두 '지방'이라는 같은 용어로 번역되는 것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도 조사했다. 

설문조사 결과, 대한간학회 회원들은 향후 NAFLD 대신 주로 사용하게 될 용어로 MAFLD 보다는 MASLD를 꼽았다. MASLD를 사용하겠다는 회원은 58%였으며, 둘 다를 사용하겠다는 이가 21%, MAFLD를 사용하겠다는 이는 11%로 나타났다. 

steotic liver disease의 분류(MASLD, MetALD, ALD)가 실제 임상 적용시 환자의 치료 방향 결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는 51%의 회원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답변은 40%였다. 

또 NAFLD/NASH(비알코올성 지방간염)에서 MASLD/MASH(대사이상 지방간염)로의 용어 변경이 지방간염 환자의 신약 개발 및 임상 연구 방향에 유리한 영향을 줄 것 같냐는 질문에는 45%가 영향을 줄 것, 43%는 변함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fatty disease와 steotic disease의 학술적 근거와 의미적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 회원은 51%로 있다고 생각한 회원(47%)보다 많았다. 

이에 steotic disease로 용어를 변경하더라도 한글 용어를 기존의 지방간질환에서 다른 것으로 변경하지 않아도 된다(75%)는 의견이 우세했다. 

질병의 대사적 근원에 대한 이해 반영

환자 예후 개선 및 신약 개발에도 도움 기대

대한지방간연구회 장병국 회장(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여러 가지 설문조사와 위원회의 토론을 통해 국제적 합의에 부합하면서도 국내의 문화적, 언어적 측면에서도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을 새로운 한글 용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용어는 질병의 대사적 근원에 대한 이해를 반영하고 비알코올 및 fatty라는 표현과 관련해 서양에서 주는 낙인 효과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이는 실제로 우리나라하고는 조금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 회장은 "설문조사와 토론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전환 과정을 통해 제정된 새로운 용어가 향후에는 환자를 배려하는 의료환경을 조성하고, 대사이상이라는 부분을 강조해 환자 예후를 더욱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한글 용어의 제정을 통해 새로운 약물 및 바이오마커의 개발이 촉진되고, 학술단체, 정부기관, 정책입안자, 의료산업 및 환자 단체와 같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질병 인식 증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는 바람을 밝혔다. 

대한간학회 김윤준 이사장(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용어 변경이 앞으로의 연구나 신약 개발에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부분을 확인했고, 무엇보다 국제적인 노력에 동참하는 부분에 있어서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태스크포스의 의견, 그리고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오늘 이후로 이 질환에 대한 대한간학회의 공식적인 명칭을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으로 천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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