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류마티스학회 학술대회(KCR 2024) 16~18일 개최
류마티스내과 관점의 필수의료 정의와 인력 수급 문제 해결 방안 고심
"사회적 맥락 고려한 합의 필요...류마티스 전문의 늘리려면 교육과정 개편해야"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류마티스내과 전문가들이 필수의료란 무엇인지 정의하고 류마티스내과 인력 수급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18일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개최된 대한류마티스학회 학술대회(KCR 2024) 정책심포지엄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필수의료'의 모호한 정의에 대한 합의 및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부족한 류마티스내과 지원자를 늘리려면 의학 교육과정 개편 역시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명확치 못한 '필수의료' 정의 보완 필요
분과별 입장도 모두 달라
이날 대한류마티스학회 윤보영 보험이사(인제의대 교수)는 현재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서 정의하고 있는 필수의료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으며,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윤 교수는 필수의료 패키지 청책에서 이야기하는 필수의료의 의미와, 의학계 내 여러 분과의 의견, 해외 및 국내 논문을 바탕으로 필수의료를 정의하고자 했다.
지난해 6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된 필수의료 제정법에서는 필수의료를 '국민 생명과 직결돼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의료서비스'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제정법의 입법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현재 정의만으로 필수의료 종사자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어려워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한 상태다.
윤 교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과 관련해 법제처에서도 필수의료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지가 모호해 특례 적용 시 구분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며 "필수의료에 대한 정의가 법적으로 더 명확해져야만 그 다음 법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사입법사례인 응급의료법이나 119구조법, 구급법 등에서는 상황이나 용어를 이보다 더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필수의료 패키지에서는 보상 체계의 공정성 재고를 위해 고위험 분야의 보상을 높이고 저위험 분야의 보상을 낮추고자 하는데, 보상을 위한 수수료 책정 측면에서도 필수의료의 정의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부가 제시하는 필수의료의 정의가 모호하자 여러 의학회는 각자의 입장을 피력하기 위해 의견을 내놓고 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수술보다 기관지삽관, 중심정맥삽관, 흉관삽관, 에크모 삽입, 심폐소생술 등의 행위가 더 응급상황에 행해지는 행위라는 점을 강조하며 필수의료의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만성질환을 많이 다루는 대한가정의학회는 필수의료가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긴박한 임상적 판단과 개입을 요하는 경우로 국한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학회는 장기적으로는 일차의료도 필수의료에 포함돼야 하며, 형사처벌 감면을 위한 설명의무 이행과 관련해 비수술과에서 진행하는 필수의료에 대한 보호 정책 역시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한영상의학회의는 현대 의료행위가 다학제적 접근이 필수적인만큼, 하위법령이 아닌 법률상 건강보험 급여에 해당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또 인기 진료과에서도 기피하는 세부전공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세부영역별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윤 교수는 "생명과 직결되고 심신의 중대한 위해와 같이 응급, 중환자들의 상황에 따른 정의는 아마 대부분의 의사가 동의할 것"이라면서도 "어떤 과에도 중한 상황이 있고 경한 상황이 있기 때문에 필수의료를 특정 과로 지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필수의료는 결국 가치기반적 의료
사회적 맥락 고려한 국가 내 합의 필요
윤보영 교수에 따르면 국외 논문 중에서는 1991년 JAMA에서 essential healthcare service, basic healthcare service라는 개념이 처음 제시됐다.
해당 논문에서는 이를 지불 능력이 있거나 없어도 모든 사람들이 접근 가능한 최소한의 헬스케어 서비스로 정의하고 있다.
더불어 이러한 서비스가 얼마나 이점(benefit)이 크고, 위험(harm)이 없는지, 비용(cost)이 적절한지를 논의했다.
윤 교수는 "이는 최근 우리가 이야기하는 가치 기반 의료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라며 "결국에는 가치기반적 의료를 이야기 하는 것이 필수의료"라고 말했다.
국내 논문 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상무 위원의 논문에서는 필수의료를 '의학적으로 필요하며 현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공적 의료보장에 우선시 돼야 할 의료서비스'로 정의하고 있다.
또 WHO에서는 필수의료기술을 '건강문제들을 비용효과적으로 해결하는데 필요로 하는 근거기반 기술들'로 정의한다.
윤 교수는 "필수의료란 정의돼 있다기보다는 해당 국가가 결정해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합의해야 하는 것"이라며 "필수의 개념은 해당 국가의 상황, 상태, 배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정리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지역별 규모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단계이며, 특정과 전문의의 수요 대비 부족 현상, 가치기반 의료의 기능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류마티스내과 입장에서는 "류마티스내과 자체가 필수과인지, 류마티티스내과 진료 중 특정 상황이 필수의료 서비스일지, 류마티스내과 전문가의 수가 충분한지, 현재 류마티스 진료가 비용효과적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늘어나는 류마티스 전문의 수요, 교육과정 개편 통해 공급 늘려야
이어진 강연에서는 부족한 류마티스내과 지원자를 늘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대한류마티스학회 김근태 교육수련이사(고신대병원 교수)는 향후 류마티스내과 전문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인구 증가, 노령화, 진단기법의 향상으로 인해 류마티스질환의 질병 부담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자가면역질환과 고령층의 동반질환과 관련된 관리의 복잡성, 질병의 범위 확장 등으로 인해 전문의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기준 미국의 류마티스 전문의 인력은 5595명으로 인구 10만명 당 1.7명으로 조사됐는데, 2030년까지 향후 15년간 4000여 명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기준 한국의 류마티스 전문의는 460명 정도로 인구 10만명 당 0.895명 꼴이다.
김 교수는 인력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학생들이 류마티스내과를 선택하도록 해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정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대 교육과정에서 류마티스 분야에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시간이 필요하며 학문적 지식뿐 아니라 실제 현장을 경험할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전공의들이 희귀 질환이 아닌 흔한 류마티스 질환에 대해 자신감 있는 치료가 가능하도록 교육이 필요하며, 분과전문의들에게 최신 지견에 대한 충분한 업데이트와 함께 1, 2, 3차 병원에 따라 서로 다른 수요를 파악해 교육에 반영해야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