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 2~4일 개최
대한당뇨병학회, 동반질환 우선 고려한 약물치료 알고리즘 마련
일본당뇨병학회, 일본인 고유 병태생리 중점 두고 네 단계로 약물치료 제시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같은 아시아인일지라도 한국과 일본 학계가 제시하는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약물치료 접근법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진료지침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동반질환을 우선 고려한 약물치료 알고리즘을 제시한다. 이와 달리 일본당뇨병학회 당뇨병 진료지침에서는 서양인과 다른 일본인의 고유한 당뇨병 병태생리 특성에 중점을 두고 네 단계로 나눠 약물치료를 권고한다.
단, 한국과 일본 모두 환자 특성, 질병 중증도, 동반질환 유무 등을 고려한 개별화된 당뇨병 치료 계획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김미경 교수(내분비내과)는 2~4일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Similar but different: two tales of diabetes treatment (KDA vs. JDS)'를 주제로 발표했다.
韓·日 약물치료 접근법 달라 초기 항당뇨병제 차이
일본당뇨병학회는 △당뇨병 병태생리 특징 △치료전략 △초기 항당뇨병제 등 차이를 고려해 당뇨병 약물치료 알고리즘을 마련했다.
김미경 교수는 "일본당뇨병학회는 서양인과 일본인의 당뇨병 병태생리가 다르다는 것을 고려한다. 치료전략의 경우 우리나라는 동반질환에 집중하지만, 일본은 환자별 특징을 고려한 치료접근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러한 차이에 따라 초기에 사용하는 항당뇨병제가 다르다고 언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항당뇨병제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당뇨병 1차 약제인 메트포르민 처방률이 2009년 58.4%, 2019년 81.7%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일본은 초기 항당뇨병제로 메트포르민보단 DPP-4 억제제를 주로 사용하고 있고, 대다수 고령에게 DPP-4 억제제를 처방하고 있다. 일본당뇨병학회 당뇨병 진료지침은 이 같은 처방 패턴을 반영해 마련됐다.
韓, 동반질환 우선 확인하고 사용해야 할 약제 제시
日 STEP 1, 비만 여부에 따라 약제 선택 권고
우리나라는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 목표치를 6.5% 미만으로 권고한다. 이와 달리 일본은 합병증 예방이 목표라면 7.0% 미만, 치료 강도를 높이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8.0% 미만을 주문한다.
이에 따른 약물치료 알고리즘은 우리나라와 일본 차이가 뚜렷하다. 우리나라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심부전 또는 만성 신장질환을 동반했는지, 즉 당뇨병 환자의 동반질환을 우선 확인하도록 한다.
ASCVD가 있다면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제제)를 먼저 사용하고 메트포르민을 투약하도록 알고리즘을 마련했다. 단, 구체적 진료지침에서는 메트포르민을 우선 사용하도록 권고한다. 이는 우리나라 보험기준을 고려해 메트포르민을 1차 약제로 사용하도록 명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첫 번째 단계로 병태생리에 따라 약제를 선택하도록 주문한다. 이는 비만 여부에 달라지는데, 허리둘레 기준 남성 85cm 이상, 여성 90cm 이상으로 비만하다면 메트포르민, SGLT-2 억제제, GLP-1 제제, DPP-4 억제제 등을 순서대록 사용하도록 권고한다.
비만하지 않은 당뇨병 환자에게는 DPP-4 억제제가 고령과 아시아인에게 혜택이 있다는 근거가 있어 DPP-4 억제제를 먼저 제시한다. 이어 메트포르민과 알파 글루코시데이즈 억제제(α-glucosidase inhibitors)를 고려하도록 했고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는 상대적으로 순위가 밀려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당뇨병 진료지침은 일본과 달리 비만 여부에 따라 약물치료를 나누기보단, '약물 선택 시 체중에 대한 효과'를 고려하도록 명시됐다"며 "비만한 당뇨병 환자의 체중 조절을 고려하는 경우 항당뇨병제 중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를 선택하는 것이 도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日 STEP 2, 안전성 고려해 금기 약제 명시
일본당뇨병학회 약물치료 알고리즘의 두 번째 단계에서는 안전성을 고려하도록 했다.
저혈당 위험이 높은 고령이라면 설포닐우레아와 글리나이드를 피하도록 했으며, 신장손상 환자에게는 메트포르민, 설포닐우레아, 티아졸리딘디온, 글리나이드 치료를 하지 않도록 명시했다. 심부전 환자에게는 메트포르민과 티아졸리딘디온을 피하도록 주문했다.
그는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티아졸리딘디온의 경우 신장손상에 대한 금기사항이 없다"며 "우리나라는 알파 글루코시데이즈 억제제를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 30mL/min/1.73㎡ 미만에게 사용하지 않도록 금기사항으로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은 간 기능장애가 있다면 메트포르민, 설포닐우레아, 티아졸리딘디온, 글리나이드 등 치료가 금기다.
우리나라에서 간 기능장애 관련 위험을 명시한 약제는 GLP-1 제제와 알파 글루코시데이즈 억제제다. 2021년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진료지침에서는 설포닐우레아, 메트포르민, 알파 글루코시데이즈 억제제 등 대부분 약제에 간 기능장애 주의사항을 명시했으나 2023년 진료지침에서는 이 같은 위험을 언급한 약제가 줄었다.
심혈관질환 측면에서는 일본의 경우 심부전 단계를 A, B, C로 분류해 C 단계 이상의 심부전이라면 티아졸리딘디온이 금기이고, 심부전 A, B 단계라면 티아졸리딘디온 용량을 적정하도록 주문했다.
우리나라는 DPP-4 억제제 사용 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이 증가한다고 명시됐다. 메트포르민은 심부전 관련한 구체적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으나, 급성 및 만성 대사산증 등 대사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게는 사용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티아졸리딘디온은 NYHA class III/IV 심부전 환자에게 금기라고 정리했다.
韓, 처음 확인해야 할 '동반질환'…日 STEP 3에 등장
일본당뇨병학회 약물치료 알고리즘의 세 번째 단계에서는 동반질환을 고려하도록 했다.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제시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진료지침에서는 ASCVD와 심부전, eGFR 60mL/min/1.73㎡ 미만 또는 소변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이 30mg/g 이상 등 만성 콩팥병을 동반했는지 확인하도록 주문한다. ASCVD를 동반했다면 GLP-1 제제를 조금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SGLT-2 억제제도 GLP-1 제제에 동등한 수준으로 권고했다.
만성 콩팥병의 경우 SGLT-2 억제제를 1차, GLP-1 제제를 2차 약제로 알고리즘에서 제시했으나 구체적인 권고안에는 GLP-1 제제가 언급되지 않았다. 알부민뇨가 있거나 eGFR이 감소한 경우 신장이익이 입증된 SGLT-2 억제제를 당화혈색소 수치와 무관하게 우선 사용하고 금기나 부작용이 없는 한 유지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달리 일본당뇨병학회는 일본 또는 아시아인에서 근거가 있는지 주목한다. 심부전의 경우 일본 또는 아시아인 대상 하위분석에서 SGLT-2 억제제 효과가 확인됐고, 우리나라와 일본이 함께 진행한 CVD-REAL 2에서도 심부전에 대한 SGLT-2 억제제의 혜택이 입증돼 진료지침에서 권고했다.
하지만 심혈관질환에 대해서는 일본인 대상 데이터가 부족하고 아시아인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다고 봤다. 이에 근거가 확실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심혈관질환 동반 환자에게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를 권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만성 콩팥병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약물치료 권고안을 마련, SGLT-2 억제제는 현성 알부민뇨(overt albuminuria)가 확인될 때만 투약하도록 주문했다.
日 STEP 4, 순응도·치료비용 고려해 약물 선택
韓, 병용요법 권고안 마련…진단 초기부터 적극 시작해야
마지막으로 일본당뇨병학회 약물치료 알고리즘 네 번째 단계에서는 환자 특징을 고려해 약물을 선택하도록 주문했다.
일본에서 제시한 환자 특징에는 순응도와 치료비용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DPP-4 억제제는 환자 순응도가 좋고 GLP-1 제제는 치료비용이 높다고 정리했다.
그는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진료지침도 약제 선택 시 치료 수용성과 환자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 비용 등을 고려하도록 언급했다"면서 "약물치료 시 주기적으로 복약순응도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약물을 조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당뇨병 진료지침에는 있지만 일본에는 없는 권고안이 병용요법이다. 우리나라는 당화혈색소 7.5% 이상이거나 목표보다 1.5% 이상 높은 경우 처음부터 병용요법을 시작할 수 있다고 권고한다. 혈당조절 실패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진단 초기부터 병용요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도록 한 것이다.
병용요법에도 불구하고 조절되지 않으면 주사제를 시작하도록 주문한다. 주사제의 경우, 인슐린보단 GLP-1 제제를 조금 더 선호한다고 명시됐다.
반면 일본 진료지침에는 특별히 주사제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다만, 2019년 진료지침에서는 GLP-1 제제를 조금 더 선호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같은 당뇨병 환자라도 韓·日 선택 약제 달라
우리나라와 일본의 당뇨병 진료지침에서 제시하는 약물치료 접근법 차이에 따라 같은 환자일지라도 처방할 수 있는 약제가 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예로 △65세 여성 △당뇨병 새롭게 진단 △당화혈색소 7.2% △체질량지수(BMI) 23.7kg/㎡ △eGFR 65mL/min/1.73㎡ △미세알부민뇨(+) △망막병증(-) △심혈관질환 과거력(-) 등인 경우 우리나라와 일본 의료진이 선택할 1차, 2차, 3차 약제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메트포르민, SGLT-2 억제제, DPP-4 억제제 순서로 약제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1차 약제인 메트포르민을 먼저 선택한 다음 미세알부민뇨에 따라 SGLT-2 억제제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면 보험기준과 안전성 측면에서 DPP-4 억제제를 세 번째로 선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 DPP-4 억제제, 메트포르민, 알파 글루코시데이즈 억제제 순서로 투약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BMI 기준으로 비만하지 않으므로 DPP-4 억제제가 1차 약제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이어 메트포르민, 알파 글루코시데이즈 억제제를 투약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세알부민뇨가 있지만 일본에서는 SGLT-2 억제제를 현성 알부민뇨일 때에만 투약하도록 권고하므로, 전문가 견해에 따라 SGLT-2 억제제보단 이 같은 세 가지 약제를 선택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