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항우울제 대비 증상 개선 효과, 최소 몇시간안에 나타나

케타민의 항우울 효과를 입증한 '리얼연구'가 공개돼 케타민이 중증 우울증 환자 치료에 '실버 라이닝'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달 미국 케타민 치료센터장인 Steven Levine 박사와 예일대 Gerard Sanacora 교수가 치료 센터 내 기존 치료(항우울제, 인지행동기법)에 반응하지 않은 우울증 환자 7000여 명 중 실제 케타민 요법을 1년간 시행한 740명의 치료 효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케타민을 투여받은 740명 중 90% 이상에서 우울증 증상 개선 효과가 4주 이내 나타났다.

매일 케타민을 정맥 투여해도 약물중독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발현되지 않았는데, 오히려 표준 치료법에 반응하지 90%의 환자에서 치료 개선 효과가 일관성 있게 나타났다. 현재 연구팀은 이들 환자를 대상으로 케타민 장기 투여에 따른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 중이다.

Sanacora 교수는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에게 마지막으로 케타민 요법을 시행했을 때 절반이 넘는 환자에서 수일 내 증상이 개선됐다"면서 "대부분의 항우울제는 이 같은 효과를 보이는 데 평균 6주가 소요된다"고 설명했다(JAMA. 2017 Sep 5 PMID 28806440 )(Am J Psychiatry 2017 July 1 PMID 28669202).

기존 항우울제 대비 빠른 증상 개선이 강점
국내 대학병원 케타민 효능 입증 위한 3상 진행 중…결과는 내년에

국내외 정신과 연구자들도 케타민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 행보를 본격화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미국식품의약국(FDA)과 미 국립보건원(NIH)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

NIH 산하 국립정신건강연구소는 케타민 치료제 개발을 위해 진행 중이며, 2016년 "일회 용량의 케타민을 투여했더니 항 우울성 약효가 일주나 그 이상 지속했다"는 결과를 한차례 보고한 바 있다.

FDA도 자살위험이 높은 중증 우울증 환자를 위해 개발 중인 에스케타민(esketamine)을 획기적인 치료제로 지정한 상태이다. 마지막 임상시험이 완료되는 2018년 상반기 최종 승인이 유력하다.

지금까지 나온 결과에 따르면 자살 위험이 높은 중증 우울증 환자에게 매일 에스케타민을 매일 0.2 mg/kg 또는 0.4 mg/kg 투여했더니 두군 모두 3일 뒤 환자의 60%가 증상이 유의미하게 개선됐다(10.1016/j.biopsych.10.018).

에스케타민은 비강 내 투여하는 스프레이 형식으로 뇌세포 표면의 NMDA(N-methyl-D-aspartate) 수용체를 차단해, 최소 몇 시간 안에 환자의 우울감, 자살 생각 등을 막아 기분을 다시금 좋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국내에서도 자살 위험이 높거나 자살을 한 번이라도 시도한 적 있는 환자 대상 에스케타민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이고(UCSD)서 우울증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인제의대 정신건강의학과 박영민 교수는 "기존 항우울제에 반응하지 않은 환자 대상 케타민의 효능을 입증한 많은 연구결과만 보면, 빠른 시일 내에 약제가 출시됐으면 하는 것이 정신과 전문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한 "자살 위험이 높지만, 병동 입원을 거부하거나 입원할 상황이 안되는 환자에게 케타민 투여 시 빠른 항우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임상 시험 잦은 실패 이유보니
케타민 매커니즘 오해 때문? 전문가들 '섣부른 판단 금물"

케타민이 우울증 치료에 희망만을 심어주는 것은 아니다. 몇몇 케타민 제제 또는 케타민 유사체들이 상용화를 위한 임상시험에서 빈번히 고배를 마시고 있기 때문이다.

로슈,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는 케타민 유사체를 이용한 후보 약물 대표적인 예다. 이 중 아스트라제네카는 초기 임상시험을 시행했지만, 실망스러운 결과로 연구가 중단됐다.

일부 연구자들은 임상시험 실패 원인을 두고 케타민의 작용 메커니즘을 잘못 짚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케타민이 뇌세포 표면의 NMDA 수용체를 차단하는 것이 아닌 뇌에서 흥분성 신호를 전달하는 AMPA 수용체를 활성화해 항우울 효과를 극대화 시켜야 한다는 것.

임상시험에 실패한 약물 대부분이 (로슈,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뇌세포 표면의 NMDA 수용체를 겨냥한 약물이라는 점은, 이런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NIH 산하 국립정신건강연구소 Carlos Zarate 박사는 "NMDA 수용체 가설을 포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좀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돼야 한다"면서 "또 최근 결과들만 봐도 케타민이 NMDA 수용체를 차단해 항우울 효과를 발휘했다고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케타민 반복 투여로 인한 부작용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대부분의 연구에서 케타민을 정맥투여 하고 있어, 투여 즉시 해리 증상 혹은 경미한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난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하지만 케타민의 안전성을 평가한 결과에서는 케타민을 반복 투여해도 매 투여 때마다 동반된 해리·정신병적 유사 증상은 수 시간 이내 해소됐다고 명시돼 있다(Biol Psychiatry 2010; 67: 139-145).

박 교수는 "약물 의존 가능성은 분명 있다. 고용량 투여 시 환각 등의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약물 용량을 정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 만큼, 적정 용량을 어떻게 조절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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