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들린 듯한 연주…


1초에 12개음 넘나드는 실력 듣는 이들 넋 빼앗아


 올해는 모차르트(1756~1791년)탄생 250주년 기념 행사로 전세계 음악계가 분주한 한해를 보내고 있다. 올해는 또 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1906~1965년)선생 탄생 100주년이 되는 의미있는 해이기도 하다.

 2월 8일에는 예술의전당에서 안익태 선생 미발표 가곡 `아리랑고개`, `이팔청춘`이 국내에서 초연되기도 했다. 6월 26일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100주년 기념 연주회가 열릴 예정으로, 한국무곡(1963년), 국내 초연과 교향시 논개(64년 수정판) 등이 연주된다. 이번 기회에 작곡가 안익태를 생각해보는 독자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번 호에는 바이올린 연주에 귀신이라는 작곡가 겸 연주가인 파가니니를 만나보자.

 파가니니(Paganini, Nicolo 1782~1840년)는 음악 역사상 비에나프스키, 요아햄, 사라사테와 함께 바이올린의 4걸로 불리는 음악가이다. 낭만파의 선두는 아니어도 출생연도나 바이올린의 고난도 기법의 작품은 다른 낭만파 작곡가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초상화나 그를 스케치한 모습을 보면 파가니니는 마른 체격에 여윈 얼굴, 긴머리로 그다지 좋은 인상은 아니다. 하이네도 "그의 인상엔 고뇌와 천재와 지옥의 징조가 역력히 나타나 있었다"고 평가했다.

 4세도 되기전에 홍역을 앓았던 그는 당시 강직경련이 나타나 그의 어머니는 시체를 덮을 수의를 마련해 두었다고 전해진다. 훗날 홍역 병원체에 의한 만기성 뇌염이 그의 비사회적 태도와 자극과잉, 언어동작의 경직성, 성적 탈선 등을 불러오고, 파행적 사생활을 하게한 원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당시 베토벤보다 인기가 좋았던 그는 신들린 바이올린 연주로 청중들의 넋을 잃게 했고, 그의 연주 솜씨는 1초에 무려 12개의 음을 연주했을 정도라니 상상이 안될 정도이다. 당시 사람들이 파가니니의 연주실력에 대해 악마는 아니어도 악마와 손을 잡았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은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태어났고 가난한 가정에서 아버지로부터 폭압적인 음악교육을 받으면서 5세때 만돌린을 7세때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해서 평생 맹연습을 했다고 한다. 9세때 자작곡인 캄파넬라 변주곡을 공개적으로 연주했고, 13세때 아버지와 같이 룸바르디아 지방을 순회하며 연주했다. 파르마에서 당대 최고의 바이올린 연주가 알렉산드로 롤라에게 사사하고, 후에 페르디난도 파레르에게 작곡을 배우게 된다.

 1801년에서 1809년간 루카에게 작곡, 연주수업을 받고 이후부터는 프리랜서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게 된다. 이 시기에 기교가 돋보이는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24곡의 카프리치오와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6곡의 소나타 op2, op3을 만든다. 그러나 그는 여자, 돈, 도박으로 얼룩진 생활로 나쁜 평을 받는다.

 귀부인과의 동거생활과 빚 때문에 바이올린을 저당잡히고, 연주회를 펑크내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된다. 1805년에 이탈리아로 돌아가 연주활동을 재개하고, 나폴레옹 누이 엘리자 보나파르트 바치오키의 추천을 받아 피옴비노의 음악감독으로 근무한다. 1813년 `마녀들의 꿈` 작곡, 1828년 빈에서 1831년에는 런던에서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1832년에 가진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순회연주에서 부를 축적하게 된다.

 이러한 파가니니에게도 인간적인 면은 어려운 사람에게는 부모 이상으로 잘 대해 준다는 점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베를리오즈에게 2만 프랑이라는 거액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 답례로 베를리오즈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파가니니에게 바쳤지만 연주를 못보고 파가니니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또한 그는 탁월한 기타리스트이기도 했다. 기타 독주곡이 100곡 이상 되고 기타를 포함한 실내악곡은 바이올린의 이중주가 70여곡 그 외 트리오, 4중주 등을 다수 작곡하기도 했다.

 그가 바꿔놓은 바이올린 기법(2중 트릴, 화음의 연속적인 연주, 왼손 피치카토 등)은 후대 거장인 파블로 사라사테와 외젠 이자이 등이 모방했고, 리스트는 `솔로 피아노를 위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브람스는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라흐마니노프는 `무반주 카프리스` 중에서 마지막 24번곡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쇼팽은 1829년 바르샤바에서 그의 연주를 듣고 `파가니니의 추억`이라는 소품을 남겼다.

 앞서 언급했던 파가니니가 바이올린을 저당잡히게 된 것을 알게된 한 프랑스 상인이 콰르네리 바이올린을 빌려줘 연주회를 열 수 있게 됐으며, 연주를 들은 상인은 바이올린을 파가니니에게 주게 된다. 이때 받은 악기로 케논(대포)이라는 별명이 붙은 콰르네리 델 제수(1742년 제작)는 아마티, 스트라디바리우스와 함께 세계 최고의 제작자인 콰르네리가 만든 명기로 현재 3백여개가 남아있고 다시는 만들기 힘들며 값어치로 따지면 수십억을 호가한다. 현재는 그의 고향 제노바 시청에 보관되어 있으며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자에게 매년 10월 12일 콜롬부스날에 직접 연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것은 제노바 태생인 파가니니와 콜롬부스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전한다.

 폐결핵, 매독, 류마티즘, 후두염, 신경장애 등 많은 질병을 가졌던 그는 인후암으로 사망하게 되는데, 임종 당시 종교적 의식을 거절, 5년이 지난 후 이탈리아 파르마 당국의 허가로 공동묘지에 묻히게 된다.

 ▲바이올린 협주곡 1번 D minor op6
 파가니니 사후에 출판, 29세때 총 10개의 협주곡을 작곡했다고 전해지나 현존하는 것은 6개로 그중 1번과 2번이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이다.

 △추천CD= 이작 펄만(vn), 로렌스포스터(cond), 로얄 필 EMI/ 장연주(vn), 볼프강 자발라쉬(cond)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EMI/ Salvatore Accardo(푸), charles Dutoit(cond) 런던 필, DG 437 210-2

 ▲24개의 카프리치오
 바이올린의 모든 연주기법·성질·음색을 유감없이 나타낸 작품.

 △추천CD= 이작 펄만(vn), EMI 7243 5 67257 20/ Michael Rabin(vn) EMI 7243 5 67998 20

 ▲로시니 모세의 주제에 의한 환상곡
 파가니니는 오페라 작곡가 로시니와 친분이 있었는데 로시니의 오페라 아리아 주제를 편곡하곤 했다. 그중 유명한 작품이다. 이곡은 로시니 오페라 `이집트의 모세`에 나오는 아리아 `그때는 빛나는 왕자`의 선율을 테마로 쓴 바이올린 작품으로 첼로곡으로도 편곡되어 자주 연주되는 곡이다.

 △추천CD= Ruggiero Ricci(vn) SArings QT 99-350/ Werner Thornas(cello) orf대 O 131 851 A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소나타
 이곡은 국내에서 드라마 모래시계의 오리지날 삽입곡으로 더욱 유명해졌다(op 3의 소나타 No6 E minor).

 △추천CD= 길 사람(바이올린) 외관 쉘셔(기타) DG 1572 437 837-2/ MEZZENA(바이올린) Sobastiani(기타) Dynamic CDS 62

◇김윤호 원장 약력
△1963년 이화경향 콩쿨 입상 (첼로) △65년 서울시교향악단과 협연 △한양의대 오케스트라 `CHIRON` 초대단장 △77년 한양의대 졸업 △87년 김윤호 내과의원 개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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