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정 기자

2016년 3월 31일, 헌법재판소는 성범죄 의료인에 대해 일률적으로 10년간 의료기관 개설이나 취업을 제한한 기존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위헌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해당 법률이 "성범죄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이 다시 성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전제 하에 취업제한이라는 제재를 예외없이 관철하고 있다"며 "어떤 예외도 없이 재범 가능성을 당연시하는 해당 법률 조항은, 성범죄 전력자 중 재범 위험성이 없는 자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어느 정도 재범 위험성이 있다는 입법자의 판단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재범의 위험성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계속해서 의료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2017년 현재, 국회에서는 아청법 개정 작업이 한창이다. 헌재의 위헌결정 취지를 반영해, 기존 법률의 문제점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것이 이번 개정 작업의 핵심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새 아청법 개정안을 놓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새로 개정된 법률 또한 위헌 시비를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왜 그럴까?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통과한 새 아청법 개정안(정부안)은 법원이 성범죄자에 대한 판결과 동시에 최대 30년의 범위 안에서 취업제한 명령을 동시에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당초 여성가족부는 재범 위험성 등을 판단해 법원이 취업제한을 선고하지 않을 수 있도록 일부 예외 규정을 뒀지만, 상임위 심사과정에서 해당 규정이 삭제됐다. 범죄의 내용이 경미하거나 재범의 우려가 없는 경우라도 취업제한 자체는 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는 헌재의 지적에 정면 배치된다. 개정안은 여전히 '성범죄자의 재범가능성을 당연시'하고, 같은 전제 하에 모든 성범죄자에 대해 예외없이 일정 기간동안 사회격리 조치를 진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재범 위험성의 가변성' 또한 여전히 간과되고 있다. 헌재의 지적대로 재범 위험성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고, 여러 정황에 비춰 재범의 위험성이 사라졌거나 현저히 낮아졌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사회 복귀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그러나 개정안은 취업제한 명령을 수정하거나 재선고할 수 있는 재평가 체계를 두고 있지 않다. 사실상 법원이 정한 특정기간(취업제한기간)을 경과하기 전에는 결코 재범의 위험성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입장에 서 있는 셈이다.

다행스럽게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말 개정안에 대해 재심의를 결정했다. 예외없는 취업제한, 재평가 체계미비 등 개정안의 문제점에 주목한 결과다. 법사위 심의는 법률의 균형성을 확보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개정 법률이 현대판 '주홍글씨'가 되지 않도록, 국회의 합리적인 결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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