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홍성태 교수 국문 학술지 역할론 강조

▲ 대한내과학회지 영문판 학술지는 SCI에 등재 저널로 IF 1.679(2015년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한글판과 영문판 학술지를 모두 발생하고 있다.

"영어를 못하는 의사는 없겠지만, 영어가 싫은 의사는 있기 마련이다. 이런 의사들의 위해서라도 국문 학술지는 필요하다" 서울의대 홍성태(기생충학교실) 교수가 성과위주라는 명목하게 국문학술지가 사라지는 행태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홍 교수는 대한내과학회지(93권 제1호 2017) 최신 기고를 통해 "국제 색인지에 등재되지 않았다고 그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의학 학술 정보의 국내 소통을 위하여 국내 학술지의 역할을 인정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기준을 충족한다면 그에 합당한 대우와 평가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평은 국내 유수의 학술지가 국제 색인 등재를 이유로 모두 영문화되면서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영문 학술지의 발생 현상은 지난 1990년대 말 교수 연구 업적 평가 기준에 SCI(E) 등재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우대 정책으로 부터 시작됐다. 급기야 2000년대 부터는 SCI(E) 등재학술지 논문이 아니면 업적으로 인정받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SCI(E)는 톰슨로이터스가 주관하는 Web of Science에 등재된 학술지 인용지수(Journal Impact Factor)를 근간으로해 구축한 학술지 데이터베이스로, 과학 분야 학술지의 서열을 매겨놓은 Journal Citation Reports로 유명하다.

이 인용지수를 토대로 학술지뿐 아니라 논문 저자의 연구 역량 평가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현재는 이 데이터베이스를 아시아계 연합 사모펀드가 비싼 값에 인수하여 Clarivate Analytics로 명칭을 변경해 운영하고 있다.

홍 교수는 "과학계의 객관적 지표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는 지수이고 데이터베이스인 것은 분명하지만 상업성에 근거해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시스템인것도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러한 SCI(E) 위주 국내 학술 업적 평가 기준에 따라서국내에서 발행하는 학술지도 여기에 등재되는 것이 숙원이됐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문 학술지는 갈수록 줄고 있다. 2016년도 12월말 현재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에서 운영하는 Korea-Med 등재 학술지 229종 중에서 국문 학술지가 103종(45%)으로 집계되었고 논문 편수는 더 줄어들어 전체 11,586편의 27.0%인 3,134편이 국문으로 출판된 상태다.

그는 "우리 연구 업적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데에 영문 학술지가 유리한 것은 틀림없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말과 글이 의학학술 활동에서 밀려나는 현상도 방치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며 "국제적인 학술 교류를 위하여 영문으로 학술지를 발행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내 회원이나 독자를 위하여 국문 학술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국문학술지는 국문 의학용어의 보급, 개발, 활용에 필수적이고 논문 작성의 기본 훈련을 위해서라도 그 역할이 막중하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의사 중에서 정보를 영문으로 직접 받을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수의 의사가 국문으로 정보를 얻기 원하고있어 이들을 위한 양질의 정보원을 유지할 책임이 학회나 학술 단체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점을 인식한 일부 학회는 국문과 영문 학술지를 동시에 보급하고 있다. 대한내과학회를 포함해 대한영상의학회, 대한피부과학회, 대한신경과학회 등은 국문과 영문 학술지를 모두 발행하고 있다. 2016년 말 현재 국내에서 발행하는 의학 학술지의 45%가 아직 국문이다.

홍 교수는 "국문 논문이라고 거저 생기는 것도 아니고 국문 학술지라고 여러 전문가의 편집과 정성이 없이 발행할 수 없다. 우리가 노력과 비용을 들이는 만큼 인정을 받는 것이 합당하다"고 "의학 학술 정보의 국내 소통을 위하여 국내 학술지의 역할을 인정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기준을 충족한다면 그에 합당한 대우와 평가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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