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복지부 영업정지 과징금 부과 기준 개선안 '시뮬레이션' 해보니...

 

정부가 새로 내놓은 과징금 산정기준 개선안을 적용할 경우, 연 수입액이 3억원만 넘어도 '과징금 인상'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추계됐다. 일부 영세 의료기관을 제외하고, 사실상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과징금 부담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본지가 최근 입법예고된 복지부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을 기반으로, 병·의원의 과징금 변화를 예측해 본 결과다. 달라지는 과징금은 복지부가 제시한 기준대로, 의료기관의 연간 수입액에 적정과징율(24%)을 곱하는 방법으로 산출했다. 

앞서 복지부는 의료기관 영업정지 과징금 산정기준을, 기존 구간별 기준금액 적용방식에서 수입액 비례방식인 '위반기간 1일 평균 수입액*의료업 정지일수*적정과징율(24%)'로 변경하는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현행 의료기관 과징금 산정기준. 영업정지 일수에 구간별 과징금 기준금액 적용(보건복지부).

현재에는 영업정지 일수에 수입액 구간별(20단계)로 나뉘어 있는 과징금 기준액을 곱하는 방식으로, 과징금 산정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구간설정이 임의적인데다 구간별 차등도 크지 않다보니, 의료기관 수입액이 클수록 과징금 부담이 적어지는 역차별이 발생하는가 하면 부과기준의 신뢰성 자체에도 의문이 제기돼왔다. 

일례로 연 수입 2500만원 이하인 의료기관의 1일 과징금은 109.5%에 달하나, 연 수입 90억원을 초과하는 기관의 과징금은 매출액의 2.2%에 그친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복지부는 "현재에는 매출액이 적은 사업자에게는 과징금이 과도하게 부과되고, 매출액이 많은 사업자에게는 과징금이 과소하게 설정되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역차별을 개선해 제재적 성격의 과징금 본래 목적에 부합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과징율 24% 적용시, 수입 3억원 이상 병·의원 과징금 '인상'

그러나 본지 시뮬레이션 결과, 이번 부과기준 개선으로 과징금 축소 혜택을 볼 수 있는 기관은 연 수입액이 3억원을 넘지 않는 일부 영세사업자 뿐,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는 과징금 부과액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연간 매출액이 3억원 이하인 의료기관은 정부의 카드 수수료 우대 혜택 대상에도 해당하는 영세사업장이다.

실제 의료기관의 연간 수입액에 복지부가 제시한 적정과징율(24%)을 반영한 결과, 연 수입 1억원 이하인 기관의 1일당 과징금은 현재 11만 2500원에서 6만 500원으로, 2억원 이하인 기관은 15만원에서 13만 1500원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1일당 과징금 증감율은 각각 -41.6%, -12.3%다.

▲메디칼업저버 자체 분석(영업일 365일 기준)

하지만 연간 수입액이 3억원을 넘어서면 과징금 액수가 현재보다 늘어나기 시작한다.

연 수입액 3억원인 기관의 1일당 과징금은 현재 18만 7500원에서 개정시 19만 7300원으로 5.2%가 늘어나며, 수입액이 5억원이면 28만 7500원에서 32만 8800원으로 14.4%, 10억원은 42만 5000원에서 65만 7500원으로 54.7% 가량 증가한다.

여기에 영업정지일수를 추가로 반영하면 체감도는 더 커진다.

영업정지 30일을 기준으로 할 경우, 연 수입 3억원인 기관의 총 과징금은 현재 562만 5000원에서 개정시 591만 7800원, 5억원인 기관은 862만 5000원에서 986만 3000원으로, 10억원인 기관은 1275만원에서 1972만 6000원으로 과징금 부담이 늘어난다.

연 수입이 30억원 이상인 일정규모 이상의 병원은 수입액별로 과징금 부담이 3배 이상 뛴다.

연 수입 30억원인 의료기관의 1일당 과징금은 현재 45만원에서 197만 2600원으로, 병원급 평균인 수입 60억원선에서는 394만 5200원으로 무려 7배가 늘어난다.

의료계 관계자는 "과징금 부과 기준을 매출에 따라 현실화하는 것이라면, 규모가 적은 의원급 상당수가 혜택을 볼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는 과징금 현실화가 아닌 과징금 폭탄"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과징금이 오른다면 '적정과징율'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과징율을 산정한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적정과징율(24%) 산출 근거로, 법제처가 제시한 수치로 해당업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과 기준경비율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산후조리원과 소방시설관리업의 과징율이 24%, 숙박과 미용 등 공중위생관리업자가 23%, 어린이집은 17%의 과징율을 적용받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의료업과는 달리 대부분 초대형 사업장이 없는 분야다.

▲달라지는 의료기관 과징금 산정기준(보건복지부).

과징금 상한선 5000만원 유지...대형병원 역차별 '여전'

상당수 의원급 의료기관과 중소병원의 과징금 부담은 늘어나지만, 대형병원은 이번에도 예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5000만원으로 정해진 법정 과징금 상한선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

정부는 제도개선 근거 중 하나로 '역차별 해소' 효과를 거론했지만,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본지 시뮬레이션 결과, 연 수입이 1000억원을 넘는 초대형병원은 영업정지 기간이 하루만 되도 해당 기관에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이 5000만원 상한선을 넘는다. 연 수입 100억원 이상은 영업정지 기간이 5일만 되도 상한선에 도달한다.

연 수입이 1000억원을 넘는다면 영업정지 기간이 1일이든, 10일든, 30일 혹은 6개월이든 해당기관은 1일 매출의 1/4 수준인 5000만원만 내면 영업정지 처분을 갈음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이는 "영업정지 금액은 영업정지를 받지 않음으로써 얻게되는 편익을 고려해 부과해야 한다"는 복지부의 설명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영업정지 기간을 30일로 가정할 경우에는 연 수입이 30억원을 넘는 병원이나 연 수입이 100억원을 넘는 대형병원이나, 이들에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은 법적 상한선인 5000만원으로 동일해진다.

상한선이 없다면 영업정지 30일을 대체하는 수입규모별 과징금은 각각, 연 수입 30억원은 5917만 8100원, 연 수입 60억원인 기관은 1억 1835만 6000원, 100억원인 기관은 1억 9726만 300원이 된다.

현행 법률은 영업정지 대체 과징금 기준을 최대 3회, 각 회 5000만원 이하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이번 시행령 개정과 무관하게 그대로 유지된다.

복지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5월 15일까지 입법예고를 진행한 뒤,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부터 새 기준을 적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번 개정안 대해 의견이 있는 단체나 개인은 기간 내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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