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품목으로 기반 쌓고 자체품목으로 승부수

제약사들의 지난해 실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아든 회사가 있는 반면 고전을 면치 못한 곳도 있다. 희비를 가른 것은 오리지널 도입품목과 퍼스트 제네릭이다. 이들의 활약에 순위도 요동쳤다. 때문에 올해도 어김없이 코프로모션과 특허만료 오리지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도입품목과 주력품목을 통해 주요 제약사들의 올해 1년 농사를 가늠해 봤다.다국적사-국내사 ‘줄긋기’…시너지 가능한 파트너는?마진율 문제를 차치하고 내수시장 공략을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오리지널 품목 도입으로, 시너지 창출을 위해 최적의 파트너를 찾는 다국적사와 국내사 간의 줄긋기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작년 11월 아스텔라스제약과 보령제약은 전립선비대증에 따른 배뇨장애 증상개선제 '하루날디'와 과민성방광증상 치료제 '베시케어'에 대한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보령제약의 영업대상이 개원내과, 의원, 가정의학과 등으로 한정되긴 했지만 850억원의 처방액을 올리는 대형 품목인 만큼 보령의 노력 여하에 따라 상당한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어 12월에는 유한양행과 베링거인겔하임이 주요 품목에 대한 코프로모션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고혈압 복합제 '트윈스타'를 비롯해 당뇨병 치료제인 '트라젠타'와 '트라젠타 듀오', '자디앙'의 국내 마케팅 및 영업을 함께 진행한다. 작년 유비스트 기준으로 이들 품목의 처방액은 2100억원이 넘는다. 2010년부터 시작된 파트너십과 치료 트렌드에 맞춰 주목받고 있는 제품들이 올해 얼마나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릴리는 항우울제 및 골관절염 통증 치료제 '심발타'를 올해부터 SK케미칼과 공동판매키로 했다. 양 사의 강점을 살려 통증 분야는 SK케미칼이, 우울증 관련 분야는 릴리가 담당한다. IMS헬스 데이터에 따르면 심발타는 2014년 특허만료에도 불구하고 70%대 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며, 작년 80억원의 처방액을 올렸다. SK케미칼은 경구용 골관절염 치료제 '조인스' 등을 통해 축적해온 관절염 치료제 분야의 마케팅 역량을 심발타에 십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MSD와 녹십자는 '조스타박스'와 '가다실9'에 대한 공동판매 계약을 연장했다. '가다실'에 대한 코프로모션도 추가됐다.2013년 조스타박스로 맺은 인연이 가다실까지 이어진 것. 조스타박스는 지난해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한 8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유일한 대상포진 예방백신이며,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에 포함된 가다실은 작년 11월 말 기준으로 무료접종 대상자 중 80%가 접종한 것으로 집계됐다.가다실에 고위험군 HPV 유형 5가지를 추가한 가디실9은 최근 소아청소년 대상 2회 접종 승인을 받는 등 긍정적 모멘텀을 가지고 있다. 백신에 강한 녹십자에 한층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아울러 MSD는 작년 당뇨병과 고지혈증 치료제를 통해 손잡은 종근당과 알레르기 비염 치료제 '나조넥스'에 대한 판매제휴 계약을 맺었다.이번 계약으로 종근당은 올해부터 나조넥스의 국내 영업과 마케팅을 독점으로 진행하게 됐다. 국내 나잘스프레이 형태 알레르기 비염 치료제 시장은 370억원을 추산되고 있으며 작년 나조넥스는 약 100억원의 처방액을 올렸다. 종근당은 이비인후과, 내과 등 병·의원 마케팅 활동을 집중해 매출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이처럼 핫한 오리지널 제품의 계약연장 또는 새로운 파트너로 선택된 제약사들은 실탄을 마련하게 됐다. 이를 기반으로한 주요 국내 제약사들의 주력 품목은 무엇일까?3년 연속 1조원 유한양행…“잘 나가는 오리지널은 내 손에”
 

3년 연속 1조원 돌파가 유력한 유한양행은 소위 잘 나가는 오리지널을 모두 가졌다.

베링거인겔하임과의 재계약에도 성공했고 작년 1540억원의 처방액을 올린 B형 간염 치료제 '비리어드'도 판매 중이다.

그러나 트윈스타는 특허만료로 제네릭이 풀렸고 비리어드는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어 올해는 시장 수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올해 도입신약의 비중을 낮추겠다고 밝힌 만큼 이들에 가려졌던 자체개발 복합제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작년 유한은 자체개발 약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고혈압과 고지혈증 복합제 '듀오웰'이 139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고, 고지혈증 복합제 '로수바미브'도 출시 8개월 만에 70억원의 처방액을 올렸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동반한 환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두 가지 질환을 한 번에 잡기 위한 복합제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 속에서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올해 듀오웰과 로수바미브의 지속 성장은 물론 신규 복합제들의 시장 확대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고혈압 3제 복합제 '트루셋'(텔미사르탄+암로디핀+클로르탈리돈)이 올해 허가 및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고지혈증과 당뇨병 복합제인 YH14755(로수바스타틴+메트포르민 서방형)도 하반기 허가를 기대 중이다.

녹십자, 백신 찍고 바이오시밀러까지 공략

녹십자는 지난해 대상포진 백신 '조스타박스'를 25% 성장시키면서 공동판매 연장 계약을 이끌어냈다.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9'와 '가다실'도 책임진다. 여기에 완판을 기록한 자체개발 독감백신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도 보유했다. 이들을 이끌고 백신 강자로 방점을 찍을 태세다. 특히 4가 독감백신인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는 영유아 적응증은 물론 65세 이상 노인 대상 적응증 확대도 추진하고 있어 더 많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당뇨병 치료제 란투스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주목된다. 녹십자는 작년 11월 인도 제약사인 바이오콘에서 도입한 란투스 바이오시밀러 제품에 대해 허가 신청했다. 또한 BMS에서 도입한 B형 간염 치료제 '바라크루드'와 자체 개발 천연물 신약 '신바로' 역시 눈여겨봐야 할 품목이다.

한미약품, '퍼스트' 타이틀 올해도 이어간다

지난해 '퍼스트', '단독' 타이틀로 재미를 톡톡히 본 한미약품이 올해도 같은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는 에제티미브 성분을 결합한 고지혈증 복합제 '로수젯'을 먼저 출시함으로써 눈에 띄는 시장 선점효과를 거뒀다. 스타틴 성분 차이는 있지만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아토젯을 넘어 234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출시 2년 만에 거둔 성과다.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한 만큼 아모잘탄을 잇는 대표품목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타미플루에서 염을 없앤 '한미플루'는 단독으로 선보였다. 독감의 때이른 유행과 다양한 제형 출시로 존재감을 확인시켰으며 B형 독감 유행이 예고됨에 따라 국산 독감 치료제로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고혈압 복합제 '아모잘탄'은 지난해 676억원의 처방액을 올렸다. ARB/CCB 복합제 간의 경쟁이 치열함에도 2위 자리를 수성했으며 올해도 간판품목으로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복합제 바람과 함께 성장 중인 고혈압과 고지혈증 복합제 '로벨리토' 역시 간판품목의 세대교체 주역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250억 과민성방광증상 치료제 베시케어의 퍼스트 제네릭 베시금을 출시할 계획이다. 전립선비대증약 '한미탐스'와 발기부전 약효를 더한 복합제 '구구탐스' 등과 라인업을 형성, 비뇨기질환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입품목과 자체신약의 조화를 꾀하는 '종근당'

작년 1500억원의 도입품목을 끌어안은 종근당은 올해 자체개발 신약과의 조화를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대형품목으로 자리매김한 당뇨병약 자누비아 패밀리와 고지혈증 치료제 바이토린, 아토젯을 가져온 종근당은 성장을 이끌어내며 선전했다. 작년 이들 품목의 새 파트너로 종근당을 각인시킨 해였다면 올해는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체개발 약과 동반상승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60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한 국산 당뇨병신약 자존심 '듀비에'와 460억원의 '리피로우'는 자누비아 패밀리와 함께 당뇨시장 공략 선봉에 서 올해도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텔미트렌'과 복합제 '텔미누보', '칸타벨' 등 항고혈압제 삼총사도 포스트 딜라트렌을 노리는 품목이다.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도 주력 제품이다. 작년 라이벌 품목인 글리아타민에 1위 자리를 내준 글리아티린은 오리지널리티를 살려 선두 탈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치매치료제 시장이 전체적으로 커질 것이란 예상은 글리아티린 성장 가능성에 미치는 긍정적인 신호다.

“복수의 칼 갈았다” 대웅제약, 1조원 시대 위한 총알 장전

대형 품목을 내주고 복수의 칼을 간 대웅제약이 올해 매출 1조원에 도전한다. 총알은 당뇨병약 '제미글로'와 NOAC '릭시아나', 고혈압 치료제 및 복합제 '올메텍'과 '세비카', '올로스타', 위궤양치료제 '알비스' 등이다.

지난해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한 제미글로는 첫해 2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이에 올해 800억원, 2018년 국내 신약 최초로 1000억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각각 350억원 700억원의 처방액을 올린 올메텍과 세비카 패밀리도 안전성 이슈 등에서 벗어나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특히 2제 요법을 사용하는 고혈압 환자 중 목표혈압에 도달하지 못한 환자를 타깃으로 3제 복합제인 세비카HCT를 처방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복합제가 대세인 만큼 각 질환에서의 복합제는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메사르탄과 로수바스타틴을 결합한 올로스타 역시 고혈압과 고지혈증 복합제로 올해 200억 고지를 밟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야심차게 뛰어들 전망이다.

위십이지장궤약 치료제 알비스의 목표는 800억원이다. 지난해 제네릭이 출시돼 성장 중이지만,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안전성을 입증하고, 제형 축소 및 현탁액 발매 등 제품 다양화로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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