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축복받은 사람"

황우석 교수 연구의 진위 논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던 12월 중순. 지난 30여년간 유전자연구 한 분야에서 의사로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과학자이자, 벤처기업인인 마크로젠 서정선 회장(서울대 생과학교실 교수 겸 서울대유전자이식연구소장)을 만났다.
 본지가 2006년 특집으로 의사들이 새해에 국민에 전하는 희망 메시지 `희망을 연다` 특집을 준비하면서, 마크로젠 서정선 회장을 선정한 것은 황우석 교수 파문을 넘어 생명과학(Bio)은 여전히 국가 미래의 핵심 경쟁력이 되어야 한다는 희망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그 중심에 의사가 우뚝서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이다.
 지난 2003년 봄 마크로젠 대표이사 사장 겸 대학 교수로 강단과 비지니스 전장을 누비던 서정선 회장을 만났을 당시(본지 182호, 의사CEO인터뷰)보다 그의 목표와 비전은 더욱 더 확대됐고, 그 실현 가능성도 이제는 옹골찬 결실을 맺어가고 있었다.
 "인간게놈프로젝트 이후 생명과학 분야는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21세기 초입에 동시대인으로 살고 있고, 또 그 현장에 연구자로서 참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되고, 축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2년 반만에 만난 서정선 회장의 첫마디는 전세계 생명과학분야의 발전에 대한 과학자로서의 소감이었다.
 마크로젠 회장직을 맡으며, 전문 경영인에게 회사 경영 및 운영을 맡긴 이후 더욱 연구에만 전념하다보니 연구목표들이 점점 확실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회장은 1976년 서울의대 졸업 후 의사로서 질병치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당시로서는 다소 생소했던 생화학분야, 그리고 유전학분야에 뛰어든 걸 가장 잘 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적인 자랑을 하자면 30년간 연구도 하고, 회사 운영도 해봤지만 최근 2~3년이 연구자로서 의사로서 의미 있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미국생화학분자생물학회 정회원 자격을 얻은 것이나, 연구자로 참여한 논문이 네이처誌에 게재된 것 그리고 내가 쓴 논문이 전세계 과학자들에 의해 자주 인용된다는 것 등이죠." 자신의 자랑거리라고 웃으며 말한 서회장의 연구 성과는 이미 국내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2000년 연구인 스트레스유발 유전자 규명 연구, 2004년 4월 일본 도쿄 농대와 공동으로 세계 최초 `아빠 없는 쥐` 탄생, 2004년 12월 알코올생산 산업미생물인 자이모모나스 게놈프로젝트 완성 등이다.
 마크로젠도 지난 해 6월 연매출 1백억원을 달성, 올해 흑자 전환이 예상되고 있으며, 식약청과 DNA칩 공급 계약 체결, 미국 현지법인 설립, 복지부 지원 국가지정 DNA칩 개발센터 연구기관 선정 등 말 그대로 대박을 이어가고 있다.
 서정선 회장은 우리의 생명과학분야의 경쟁력은 지난 80년대 초반부터 미개척 분야에 뛰어든 과학자들, 우수한 연구인력이 자산이라며, 선진국과 같이 원천 기술은 없지만 세계적 연구를 주도하는 인재들에 의한 성과는 이미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핵심은 국가 주요 경쟁력을 바이오산업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의료가 들어있어야 합니다. 바이오산업이 의료와 동떨어져서는 절대 발전할 수 없죠"
 서회장은 특히 임상, 기초 구분 없이 모든 의료인들이 관련 분야에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며, 기초의학 및 연구자에 대한 지원, 체계적인 생명과학분야 교육을 위한 의대 교육시스템 정립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이제 생명공학은 정보통신기술(IT), 한류 붐을 탄 문화기술(CT)과 접목해야 합니다. 이를 통한 Health Tech(HT)를 적극적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서정선 회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연구가 동아시아게놈프로젝트이다. 일명 몽골게놈프로젝트로 동북아시아지역 사람들의 질병원인유전자를 발굴하기 위한 장기 연구 과제로, Gene Discovery of Complex traits in Asian(GEENDISCAN, 진디스칸)이라고 명명돼 몽골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서회장은 "내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연구가 아닐까 합니다. 이 연구는 질병 원인 유전자를 밝혀내고, 관련 정보를 확보함으로써 보다 많은 미래의 핵심 가치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인천 경제자유지역에 동아시아바이오메디칼 허브를 구축하는 장기적인 계획도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회장은 후배 의사들에게 `인사이드 아웃싱킹의 자세를 아웃사이드 인싱킹`으로 바꿀 것을 주문했다. 즉 환경변화에 적극 대처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21세기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의사들은 물론 의료단체들도 생명과학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거듭 당부한 서정선 회장. 지천명(知天命)을 넘어선 나이에 나를 위한, 나 혼자가 아닌 우리를 위한 공익적 연구를 위해 더 힘차게 노력하는 우리를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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