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메아리 친 `쿠리 넘버원`

본지는 지난해 신년 특집에서 남극 세종기에 파견된 17차 세종기지 월동대 의무담당 황규원 대원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해외 오지에서 한국인의 위상과 국내 의료수준을 세계에 알리는 우리 의료인의 노력을 소개한 바 있다. 올 신년 특집 `희망을 연다`에서는 지난 2001년 북부 아프리카 서부사하라에서 유엔요원으로 의료파견 활동을 펼치고, 2004년 이라크 평화재건사단(이하 자이툰부대) 의무대대장으로 이라크의 평화재건과 인도적 의료지원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군의관 형남경 중령(성형외과 전문의)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전해주는 것이 더 의미가 큽니다. 아르빌 지역의 이라크인들이 쿠리(Korea)를 진정한 친구로 생각하게 된 것이 큰 보람이죠. 탈레바니 이라크 대통령은 자이툰부대원들에게 `형제는 선택할 수 없지만 친구는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한국군을 친구로 선택했다`라고 표현했듯이 자이툰부대는 도움을 주는 군대를 넘어 친구로서 이라크인들의 가슴에 남게 될 것입니다."
 지난 해 말 합동참보본부를 통해 이뤄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형남경 중령이 남긴 가장 인상 깊은 소감이다. 이에 인터뷰 전문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지난 1년 4개월의 자이툰부대 활동에 대한 소감은.
 이라크 평화·재건사단이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이곳에 파견된 장병들은 이라크 국민들에게 재기의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인도적 지원활동과 사회개발사업, 친화활동에 중점을 두고 민사·재건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인도적 지원활동으로 자이툰병원 개원을 통한 2만5천여명의 현지인 환자 치료와 현지 의료인에 대한 인턴십 교육 실시, 170여개 학급에서 4천여명의 문맹자 교육 등을 실시했습니다. 또 전쟁으로 폐허가 된 사회기반시설 복구를 위해 상·하수도 시설을 정비하고, 학교를 신축했으며, 2005년 1월에는 중장비 운전, 차량정비 등 7개 과정의 교육프로그램으로 구성된 기술교육 센터를 1년여간 운영했습니다. 쿠르드지역 마수드 바르자니 대통령이 쿠르드인에겐 산 이외에 친구가 없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젠 우리에게 한국군이라는 또 하나의 친구가 생겼다며 반기는 모습에서 한국인으로서의 큰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자이툰 부대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자이툰 병원 군의관 20명중 저를 제외한 19명이 3년 의무복무 군의관입니다. 2001년 북부 아프리카 서부사하라에서 유엔요원으로 유엔군 진료 및 현지인 진료 경험이 있다는 점과 또 당시 느꼈었던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다시금 펼쳐보고 싶다는 개인적 바람으로 지원했습니다. 대한민국 군인으로 국가의 부름에 응당 지원한 것이기 때문에 자이툰 부대를 대표해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널리 알린다는 생각으로 노력할 뿐입니다.
 ▲자이툰부대원들의 활동상과 현지 주민들에 대한 의료지원 활동 소개를.
 자이툰 병원은 대대장인 저를 포함 전문의 18명, 일반의 2명, 간호장교 15명, 약제장교 1명, 의무병 42명 등 총 120여명의 의료인들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병원의 주요 임무는 한국군 장병과 동맹군, 현지 치안전력, 사단 책임지역내 거주 주민에 대한 진료 및 의무지원과 현지 의료인 대상의 인턴십 교육입니다. 또 사단에서 현지의 마을을 찾아가 주민 무료진료를 실시하는 그린엔젤(다기능 민사작전) 작전에 참가 이동 순회진료와 예방 활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600MA X-ray, 초음파진단기, 내시경, 관절경, C-arm 등 1차 수술 및 진단검사 가능 장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현지인들이 언청이, 사시 등 선천성 기형 환자가 많아 자이툰 병원 보유 장비의 의무장비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경우도 종종 있어 안타깝습니다. 특히 지난 5월 아르빌 지역 폭탄테러로 부상당한 화상 환자들에게는 화상 후 반흔 및 구축에 대한 치료를 현재까지 실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현지 부대원들의 건강상의 문제나 가장 문제가 되는 애로점은.
 한국과 기후와 기온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부대원들이 호흡기 질환을 가장 많이 호소하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부대원들의 심적 고충도 있습니다. 물론 이라크 평화·재건의 임무 완수와 대한민국 군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기 위한 노력으로 부대원들이 스스로의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습니다. 현지인 진료시에는 언어의 이질성으로 환자에게 직접 설명을 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안타까운 점입니다.
 ▲가장 보람 있었거나 기억에 남는 일은.
 말은 통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한 치료와 수술로 환자 상태가 호전됐을 때 현지인들이 `수파스`와 `쿠리, 쿠리 넘버원`이라고 외칠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쿠르드지역 대통령의 가족들은 물론 교통편으로 3~4시간 거리에 떨어진 곳의 이라크인들이 이곳을 찾아와 진료를 받고 인사말을 건네는 것을 볼 때 이 곳에 오길 잘했구나 하는 흐뭇함으로 가슴이 뿌듯해지기도 합니다.
 ▲자이툰부대가 지난 해 11월 건립공사를 시작한 다훅주와 아르빌주의 사랑의 보건소에 대한 소개를.
 지난해 총 9개의 보건소 신축을 계획하고 현재 다훅주 4개 지역인 지나와, 루비아, 구르다판, 칼라티 마을에 보건소를 준공했습니다. 아르빌주의 경우 올 3월 5개의 보건소를 완공할 예정이며, 1개 보건소당 건립 비용이 5억여원 가량 투입되고 있습니다. 보건소 건립 후에는 의무장비, 앰뷸런스 등 의료장비를 세트화해 지원하고 있으며, 현지 의료인들과 주기적인 보건소 순회진료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자이툰 부대 임무 완수후 계획은.
 올 4월이면 한국에 복귀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낸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싶습니다. 군인으로서 의사로의 목표는 당연히 환자를, 국군 장병들을 내몸 같이 사랑하는 군의관이 되는 것이죠. 덧붙이자면 환자 및 부대원 전체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군인이자 의사로서 지휘관(병원장)이 되는 것도 또 하나의 바람입니다.
 자이툰부대원들에게 보내는 이라크인들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쿠리 넘버원`과 `수파스(감사합니다)`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형남경 중령. 3,200여명의 자이툰 장병들의 노력으로 대한민국이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모든 대원들이 임무수행 기간 동안 별 탈 없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는 그는 전쟁터라 불리는 이라크에서도 희망의 빛을 보고 있다며, 의사로서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것을 바탕으로 환자·장병들에게 희망을 주는 군의관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쿠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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