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술부 박선혜 기자

해가 갈수록 국내 학술대회가 국제 학술대회로 전환되고 있다. 하지만 막상 그 안을 들여다보면 '국제'라는 단어에 걸맞는 프로그램을 찾기 쉽지 않다. 마치 국내 학술대회인데 이름만 '국제'로 바꾼듯한 의구심마저 든다.

학술대회에 참석하는 외국 전문가들은 미국이나 유럽까지 가지 않더라도 학회 이슈에 대한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찾아온다. 이른바 학술대회의 '킬러 프로그램'이라 부를 수 있는 주제 또는 연구를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을 갖춘 국제 학술대회를 찾기 쉽지 않다.

우리가 국제 학술대회 면모를 갖추기 위해선 주요한 외국 학술대회를 분석해 습득할 필요가 있다. 외국에서 열리는 학술대회 홈페이지를 보더라도 학계에서 이슈가 되는 연구를 최초 공개한다고 알리면서 간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학술대회가 열리면 초록을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에서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실시간으로 연자 자료도 제공한다. 이는 학술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 올리면서 참석을 유도하는 홍보 효과까지 이어진다.

물론 우리나라와 외국의 자본력, 연구 인력 등을 고려하면 학술대회 현황과 프로그램 구성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나 세계적인 흐름에 맞춘 학술대회 진행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로 당장 큰 규모의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소규모의 랜드마크 연구를 첫 공개하거나 세계적인 해외 연자를 초청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예로 지난달 국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부정맥학회에서 국내 연구팀이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항응고제 연구 결과를 첫 공개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앞선 9월에는 일본심장학회장과 미국심장학회 전 회장을 대한심장학회 학술대회에 초청한 것도 좋은 사례다.

국내 학술대회는 국제 학술대회로 변화하기 위해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단계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외국 전문가들의 숫자와 반응만으로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진정한 국제 학술대회로 거듭나기 위해선 외국 전문가들이 다시 찾아올 수 있게 만드는 학술대회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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