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내과 허대석 교수 ... 호스피탈리스트 해결 위한 정부, 의료계, 국민 역할 제시

▲ 서울대병원 내과 허대석 교수

호스피탈리스트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서울의대 허대석 교수(서울대병원 내과)가 이 제도의 정착을 위해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9월부터 31개 의료기관에서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을 진행한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지원자가 부족해 몇 개 병원에서만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허 교수는 호스파탈리스트가 안착하려면 정부, 의료계, 국민이 각자의 영역에서 역할을 해줘야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역할이란 어떤 것인지 들어봤다.

-입원환자 의학관리료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진료 패턴을 좀 보자. 교수는 대부분 외래진료를 하고, 전공의들이 입원환자를 본다. 문제는 외래 진료는 초진이나 재진 등에 관한 수가가 명확하지만 입원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입원환자에게 제공되는 회진이나 질병치료, 상담 등에 책정된 입원환자 의학관리료(40%)는 교수가 입원환자를 보든, 전공의가 환자를 보든 똑같다.시행을 앞둔 전공의특별법이나 이미 시행되는 환자안전법 등은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법이 아니다. 입원환자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방증인 셈이다.

-호스피탈리스트 추진을 위해 정부의 역할이란? 
입원환자 의학관리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스피탈리스트들은 대부분 전문의이다. 이들을 고용하면서 만원대 수가를 준다면 그 어떤 병원도 호스피탈리스트를 채용할 수 없다. 호스피탈리스트가 근본적으로 환자 안전을 위해 도입됐다면 정부가 제도적 틀을 마련해줘야 한다. 호스피탈리스트들이 외래진료나 시술 등을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인건비를 창출할 수 있도록, 그래서 병원이 이들을 채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료계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현재 대부분의 진료과가 분과전문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너무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 호스피탈리스트는 분과전문의와 간극이 있다. 따라서 의료계가 외래진료는 분과전문의가 하게 하고, 입원환자 관리는 호스피탈티리스가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미국은 내과 내에 'Division of Hospital Medicine'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면 '종합내과' 정도가 될 듯하다.

▲ 서울대병원 내과 허대석 교수

- 의사의 정체성을 지원이 적은 이유로 꼽기도 한다. 
호스피탈리스트들의 정체성을 확보해 주는 게 이 문제의 키워드일 수 있다. 외래진료와 입원진료는 서로 영향을 미치고 또 협진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지금 전공의들처럼 교수의 지시를 받는 하부조직처럼 움직인다면 호스피탈리스트의 의미가 없다. 호스피탈리스트가 젊었을 때는 모르고 지나갈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 지시를 받는 자신을 향해 "나는 뭐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우리나라보다 먼저 호스피탈리스트를 도입한 미국은 정체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대학병원의 기능은 교육, 연구, 진료 등이 있다. 미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호스피탈리스트들에게 교육기능을 맡긴 것으로 알고 있다. 병원 내에서 의대학생이나 전공의 등의 교육을 통해 확실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호스피탈리스트에게 교육을 맡긴다면 이들이 교육의 주체라고 생각하면서 존재감을 느끼고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를 위해 내과학회가 가장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본다.

-국민이 해야할 역할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병원이 저수가를 보충하기 위해 값싼 인력인 전공의를 의료 현장에 투입하고, 전공의들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그러면서 환자들은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안전사고까지 겪는다. 이런 악순환은  한계에 이르렀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국민이 먼저 나서서 질적인 의료서비스를 받고 싶다고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입원했을 때 전공의들에게 받는 진료를 당연하다고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병동에 전문의들이 상주하면서 환자가 요구하는 것이 있을 때 빠르게 의사결정하고, 질적인 의료까지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원환자를 전문의가 진료하려면 비용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를 안착하기 위해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맥락이다. 국민이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면 비용이 따른다는 것을 알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논리를 설득하려면 시민단체 등과 토론과 홍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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