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호스피탈리스트 입지 명확화 나서며 독려…병원계 “병원에서 대책 세우라는 심산”

▲ 보건복지부는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2차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 관련 설명회를 열었다.

입원전담전문의, 이른바 ‘호스피탈리스트’ 채용 시 신분이 불안정해 병원 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에 전공의 및 의대생 교육·감독을 가능하게 하는 등 학회가 이들의 입지를 명확히 하고 나섰다. 

하지만 병원계 현장에서는 호스피탈리스트로 근무할 사람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병원에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반발의 목소리도 나오면서 시범사업 운영 과정에 해결해야 할 사안들은 많아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에서 서울대병원 등 참여병원으로 선정된 31곳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 2차 참여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대한내과학회와 대한외과학회가 나서 호스피탈리스트가 맡을 업무와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내과학회는 그동안 입지가 불안했던 호스피탈리스트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했다. 

학회 이동기 총무이사는 “내과계 호스피탈리스트는 환자에 대한 전반적인 입원 치료를 담당함과 동시에 이들의 관리에 대한 전적인 책임과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며 “호스피탈리스트 직군이 명확히 정리, 교수 및 전공의와의 역할분담이 이뤄진다면 서로 협력하는 관계가 형성돼 우리나라에서도 원활히 정착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특히 내과학회는 환자에 대한 상담도 가능하게 함으로써 환자 만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학회의 직무 및 역할안에 따르면 호스피탈리스트는 환자와 관련된 모든 의료정보를 환자 및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상담에 응해야 하며, 환자에게 필요한 교육 내용을 결정하고 효과적인 전달방법을 이용, 이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도록 했다. 

이 총무이사는 “환자들은 그동안 자신의 주치의를 자주 보지 못한다는 불만을 제기하곤 했다”면서 “호스피탈리스트 제도가 정착됨으로써 환자안전과 감염관리에 대한 부분은 물론, 가장 큰 효과로 환자 만족도가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병동에서 시행할 수 있는 술기의 예로 ▲중심정맥관, 동맥관, 투석관 삽입 ▲기도 삽관 ▲골수 생검, 척수액 천자, 복강 천자, 흉강천자, 관절천자 ▲심장, 복부, 갑상선, 관절 초음파 검사 등을 들었다. 

이 총무이사는 “당장 올해 추계 학회부터 교육세션을 마련해 호스피탈리스트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교육을 진행할 방침”이라며 “환자에게 수행하는 처치 및 술기 과정에서의 감염 관리 교육도 학회 차원의 교육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호스피탈리스트의 입지 다지기에 나선 것은 외과학회도 마찬가지다. 

외과학회의 호스피탈리스트 표준 업무지침에 따르면 외과계 호스피탈리스트는 외과계 진료를 요하는 환자에 대해 치료계획을 수립하며, 환자의 치료를 직접 담당하도록 했다. 즉 단순한 병실당직의가 아닌 병실 환자 관리 및 치료 의사의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아울러 전공의와 의대생에 대한 교육·수련도 가능토록 했다. 

학회 조영업 기획이사는 “환자 및 보호자에게 의료 정보를 설명하고 상담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교육내용을 결정하고 교육을 시행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특히 외과계 병동 간호사, 외과계 전공의, 병동 내 실습 중인 의대생에 필요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병원만 대책 세우는 꼴” 
이렇게 정부에 이어 학회까지 호스피탈리스트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지만, 정작 병원계 현장에서는 "병원이 알아서 대책을 세우라는 것이냐"라는 지적이 나왔다. 

경남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1년여 동안 호스피탈리스트 채용을 위해 공고를 냈지만, 단 한명의 지원자도 없었다”면서 “우리처럼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병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을 위해 48병상을 비워둬야 하는 상황인데 환자를 아예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우리의 경우 입원대기가 긴 편인데 시범사업을 위해 병실을 비워둬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또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 알아서 대책을 세우라는 말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면서 “모든 책임과 대책을 병원에만 전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같은 지적이 나오자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이다 보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의견을 달라고만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호스피탈리스트를 구하지 못한 병원에 대한 추가 인건비 지원은 없다”면서 “입원대기가 길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를 신청하지 않은 환자를 받을 경우 혼란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이를 위한 병상은 비워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호스피탈리스트 채용과 관련해서는 의료기관에서 좀 더 노력해달라”면서 “시범사업이다 보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의견을 주면 검토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처럼 호스피탈리스트를 채용하기 어려운 병원을 위해 학회가 힘을 실을 예정이다. 

내과학회 이동기 총무이사는 “참여 병원들 전부가 채용 관련 요구사항을 학회에 보내주면 학회 홈페이지의 모집공고를 통해 일괄적으로 게재, 채용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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