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지속적으로 증가…심혈관부터 인지기능에까지 악영향

정신건강질환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 비해 검진율 및 치료율이 증가하지 않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질환을 일상적인 상태로 간과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수면장애 역시 적극적 선별·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 통계에서도 수면장애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수면장애를 △건강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상태 △충분한 수면을 취했음에도 낮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 △수면리듬이 흐트러져 잠자거나 깨어 있을 때 어려움을 겪는 상태로 정리했다. 불면증, 기면증, 하지불안증후군, 코골이 또는 수면무호흡증 등이 포함된다.

정신건강질환통계편람 5판(DSM-Ⅴ)에서는 만성 수면장애에 대한 정의를 제시하고 있다. 다른 정신건강질환이나 의학적인 문제와 관계없이 불면증이 세 달 이상 일주일에 최소 3회 나타나는 경우 만성 불면증으로 정의했다. 잘못된 수면습관, 수면에 대한 두려움, 우울증 등으로 인해 불면증이 지속되는 경우에도 만성 불면증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증가하는 유병률
국내 수면장애 유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서는 수면장애 진료환자가 2008년 22만 8000명, 2010년 28만 9500명으로 증가했고, 2011년에 30만명을 돌파해 2014년에는 41만 4000만명으로 늘어났다. 2015년에는 45만 5900명으로 집계돼 2010년 대비 57.5%가 늘어났고, 연평균 증가율 8.7%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 환자 특성상 정신건강과에 방문하지 않는 비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잠재적인 유병률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진료비 역시 환자수에 비례해 지속적으로 증가해 2008년 195억원에서 2012년에는 395억 6630만원으로 1.81배 크게 증가했고 이후 2013년 403억 5663만원, 2014년 463억 4590만원으로 높아졌다.

이런 환자수 증가의 배경에는 삶의 질에 대한 관심증대, 가속화되는 사회 고령화가 자리한다. 노년기의 경우 일주기 리듬변화, 활동량 감소로 불면증이 흔하게 발생한다.  2008~2012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서도 50~70대에서는 불면증, 30~50대에는 수면무호흡증 환자비율이 높았다. 또 2014년 자료에서는 10만명당 80대 이상이 3663명, 70대 2679명, 60대 1682명, 50대 1129명, 40대 727명 등으로 연령대가 높을수록 진료 인원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 수년 동안은 젊은 연령층에서도 환자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0~2014년 자료 분석에서 30대는 10만명당 수면장애 진료환자가 591명으로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2012∼2014년 연평균 환자 증가율은 9.3%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40대 6.9%, 20대 6.5%, 10대 5.0%였다. 70대와 80대 진료인원은 각각 3.5%, 1.1% 감소했다. 즉 사회고령화와 함께 젊은 연령대의 스트레스로 인한 유병률 증가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혈관질환부터 자살까지
수면장애는 그 자체로도 문제가 되지만 다양한 질환위험을 높인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불면증은 심근경색증, 관상동맥심질환, 고혈압 등 각종 심혈관질환 발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여러 연구에서 보고돼 왔다(J Intern Med. 2002;251:207-16). 수면무호흡증과 관련해서는 지질대사이상, 염증반응, 인슐린 저항성, 혈압상승 및 활성산소 발생을 유도해 고혈압, 심근경색증, 뇌졸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Chest 2011;140:534-42). 10년 이상 지속될 경우 급성심장사 위험이 증가해 생존율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J Am Coll Cardiol. 2013;62:610-6).

또 불면증이 각성과 정서 등에 장애를 일으켜 우울증, 불안장애, 알코올남용, 약물남용 등 각종 정신건강질환에 대한 위험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Biology Psychiatry. 1996;39:411-8). 불면증과 불안장애, 우울증의 양방향 관계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불면증이 우울증, 불안장애의 증상과 동시에 유발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J Psychosom Res. 2008;64:443-9).

노인환자에서는 인지기능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70대 노인을 대상으로 수면유형과 알츠하이머병 생체표지자인 베타아밀로이드의 연관성을 평가했을 때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이들에서 베타아밀로이드가 더 많이 생성됐다는 것(JAMA Neurol. 2013;70:1537-1543). 연구를 주도한 존스홉킨스블룸버그공중보건대학원 Adam P. Spira 박사는 “PET 영상을 통해 수면시간이 적거나 수면의 질이 낮은 노인에서 베타아밀로이드 수치가 더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알츠하이머병이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이고, 노인 2명 중 1명은 불면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공중보건문제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면장애가 자살위험을 증가시킨다는 분석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스탠포드의대 Rebecca A. Bernert 교수팀은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JAMA Psychiatry 2014;71:1129-1137에는 65세 이상 고령자 1만 4456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사람들에서 연구시작 당시 수면장애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고, 구체적으로는 잠들기 힘든 증상(difficulty falling asleep)을 호소한 경우 10년 이내 자살할 위험(OR)이 2.24배(95% CI 1.27-3.93) 높았고, 수면의 질이 저하된 경우(nonrestorative sleep)는 2.17배(95% CI 1.28-3.67) 증가했다. 연구팀은 “우울증이 미치는 영향을 보정한 후에도 수면장애가 자살에 의한 사망위험을 30%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임상에서 우울증을 앓거나 자살시도 병력이 있는 환자들을 치료할 때 수면장애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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