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본래 의미 살려야

소비자 배제…의료공급자 시각으로 변화

김 진 현
경실련
보건의료위 위원장

 4년여간 실시된 의약분업은 부분적으로 성공을 거두었으나 당초 소비자권익보호와 의약품 오남용 방지를 위해 실시하려던 정책들이 의료공급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변화됐다. 예를 들어 의약분업 이후 소비자의 알권리는 향상됐지만 최초 시행안에 비해 진료비가 대폭 높아진 점과 처방, 조제 내역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진 점 등은 정부가 의사회, 약사회, 제약 회사 등 의료 공급자 이익을 보전해주기 위해 정책을 변경함으로써 발생된 문제점들이다.
 특히 처방전 2매 발행이 지켜지지 않거나 환자들이 약국에서 조제내역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보호를 위한 의약분업 실시 본래 취지를 상실했다고 평가된다. 또 정부가 의약분업 실시 후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여러 정책을 주도적으로 만들지 못했으며, 임의조제를 막기 위한 감시 활동이나 규제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환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았다. 이는 지난 해 인제대와 부산일보가 공동으로 병·의원, 약국 등에 대해 실제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병의원에서는 동일환자-동일증상에 대한 상이한 처방, 처방일수의 차이 등이 나타났고, 약국에서는 임의조제, 불법대체조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의약분업 도입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알권리 확대, 의약품 오남용 감소, 항생제 처방 감소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단 항생제 처방 감소와 관련해서는 의약분업 실시에 따른 효과인지, 심사평가원의 처방 삭감에 의한 것인지 보다 과학적인 평가가 수행 돼야한다. 따라서 환자권익 보호와 국민건강권수호 차원에서 의약분업을 정착시키기 위해 약의 사용량과 약가 관리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정부가 추진해야 한다. 약제비 관리제도 개선을 위한 약가계약제 도입, 약가재평가 작업 실시, 약제전문위원회에 소비자와 보험재정 담당자의 참여 확대 등도 보완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임의조제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과 대체조제 도입이 동시에 실시돼야 하며, 특히 일반의약품(OTC)에 대한 슈퍼판매 허용도 조기에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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