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기준 유지" vs "서양 기준만큼 올려야"

비만은 체지방량과 연관성이 높은 체질량지수(BMI)를 이용해 진단한다.현재 세계비만 기준은 △25~29.9kg/㎡ 과체중 △30kg/㎡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하고 있고 아시아태평양 비만 기준은 △BMI 23~24.9kg/㎡이면 과체중 △25~29.9kg/㎡이면 비만 △30kg/㎡ 이상을 고도비만으로 보고있다. 즉 세계 비만 기준이 30kg/㎡ 이상인 반면 우리나라는 25kg/㎡ 이상이면 비만이라는 것.과연 적절한 진단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 반응은 완벽히 엇갈리는 분위기다.아시아인에서 비만으로 인한 사망률이 BMI 25kg/㎡부터 높아지지 않아 기준을 완화시켜야 한다는 '개정파'가 있는가 하면, 비만으로 인한 사망률·유병률을 모두 따져야 하고, 결정적으로 아시아인에서 BMI 진단기준을 서양기준까지 올려야 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대파' 의견도 만만치 않다.아시아인 복부지방·체지방률 서양인보다 높아반대파에 선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비만 진단 기준이 세계 기준과 다른 것은 이유가 있다는 입장이다.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들은 BMI 25kg/㎡ 이하에서도 당뇨병 및 심혈관계질환 위험이 증가하고 동일한 BMI에서 서양인보다 상대적으로 복부지방과 체지방률이 높아 BMI 30kg/㎡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할 때 동양인에서 비만 관련 건강위험을 과소평가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
 

대한비만학회도 지침서를 통해 "우리나라 성인에서 BMI에 따른 비만 관련 질환 증가가 BMI 25kg/㎡를 기점으로 1.5~2배 증가한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BMI 25kg/㎡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했다"고 언급했다. 복부비만의 경우 허리둘레 기준 남자에서 90㎝ 이상 여자에서 85㎝ 이상일 때 복부비만으로 봤다.

이를 두고 개정파는 꼭 아시아인 BMI 25kg/㎡ 이상에서 질병 위험이 드라마틱하게 증가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2004년 WHO 전문가 자문단(expert consultation)이 발표한 아시아인을 위한 적절한 BMI 기준 및 관리 전략을 보면 "아시아인은 좀 더 낮은 BMI에서 더 높은 체지방률을 보여 질병 위험이 높아지는 현상이 관찰되지만 질병 위험이 현격히 높아지는 기준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다"고 명시했다.

인종별로 22~25kg/㎡에서 질병위험이 높아졌고, 현격히 높아지는 기준은 26~31kg/㎡로 다양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1999년부터 서양 여성 중 21kg/㎡ 이상인 여성에서도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있어 이는 아시아인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라고 WHO 전문가 자문단은 부연했다.

2015년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세계비만 기준과 국내비만 기준의 수치 차이를 평가한 결과 역시 WHO 전문가 자문단 권고를 뒷받침했다.

한림의대 조정진 교수(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팀이 ROC Cure분석을 통해 체지방률 기준에 의한 비만을 판별하는 BMI 기준치를 산출, 미국인을 대상으로 산출한 BMI 수치와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BMI 24.2kg/㎡ (민감도 78%, 특이도 71%), 미국은 25.5kg/㎡ (민감도 83%, 특이도 76%)로 우리나라 수치가 1.3 정도 낮게 나타났다. 이는 기존의 5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J Korean Med Sci.2015;30(2):162-6).

조 교수는 "적절한 국제 비교를 위해 국제기준으로 통일하거나 최근 일본검진학회에서 제시한 BMI 남자 27.7kg/㎡, 여자 26.1kg/㎡  이상 기준처럼 연구를 통해 상향 조정해야 한다"면서 "다만 BMI가 27kg/㎡  이하라도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병 등 개인의 질병 유무나 건강상태에 따라 식이요법, 행동수정을 포함한 비만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망률 의견 '분분'…"대규모 연구 필요" 한목소리

비만으로 인한 사망률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이는 지난 7월에서 8월 한 달 간격으로 발표된 연구결과에서도 볼 수 있다.

먼저 7월 영국 옥스포드대학, 캠브리지대학, 미국 하버드대학 등이 45년간 진행한 연구를 통해 "BMI 25kg/㎡ 이상인 성인 남녀에서 조기 사망률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총 32개국에서 발표된 논문 239개, 대상군 약 106만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BMI 25kg/㎡ 이상 비만 여성은 조기 사망위험이 14.6% 남성은 무려 29.5% 증가했기 때문이다. BMI가 18.5~25kg/㎡인 남성은 조기 사망위험이 19% 여성은 11% 증가했다(lancet 7월 13일자 온라인판).

반면 스웨덴 우메오 대학 Peter Nordstrom 박사는 "25kg/㎡ 이상에서 조기사망률이 무조건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BMI가 높은 쌍둥이 4046명을 분석한 결과 BMI가 30kg/㎡ 이상인 쌍둥이는 심장마비 위험 또는 발병률은 높았지만,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 위험은 증가하지 않았다.

이 밖에 BMI가 25.1kg/㎡ 이상인 쌍둥이 중 203명(5%)은 심장마비를 동반했고, 550명(13.6%)이 연구기간 중 사망했다. 또 BMI가 23.9kg/㎡ 이하인 쌍둥이는 209명(5.2%)이 심장마비를 일으켰고, 633명(15.6%)이 연구기간 내 사망했다(JAMA Internal Medicine 8월 1일자 온라인판).

대한비만학회 김선미 보험법제이사(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는 "과거 국가 빅데이터를 이용한 대규모 연구에서 사망률이 BMI 25kg/㎡부터 사망률이 증가해 일부 연구자가 기준을 서양인과 동일하게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진단기준을 사망률과 관련해 설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현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향후 전향적인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보고된 근거를 바탕으로 한 과체중·비만 진단 기준은 언제든지 변경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BMI가 비만을 진단하는 데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 대한비만학회 유순집 이사장(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도 "BMI 25kg/㎡ 또는 30kg/㎡을 비만으로 진단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기준을 바꾸면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면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명확한 진단 기준 마련을 위한 데이터 축적은 국내 전문가들이 이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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