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서 학계·현장 인력배치 향상 요구…政, 9월 간호인력 배치기준 일부 상향

▲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는 토론회를 열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간호인력 배치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다음 달 시행을 앞둔 가운데 간호인력 배치기준을 현행보다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대 간호대학 조성현 교수는 29일 열린 ‘안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을 위한 간호인력 배치기준과 제도적 지원’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조 교수가 실시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간호전달체계 모형개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간호인력 근무조당 8시간은 근무한다고 가정했을 때 근무조당 1인당 환자 수는 간호사 9.8명, 간호보조인력은 77명으로 나타났다. 

또 환자 1인당 간호시간은 간호사의 경우 2.45시간, 간호보조인력은 0.31시간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는 간호인력이 8시간을 근무한다고 가정했을 때며, 실제 간호인력 근무시간으로 환산하면 그 결과는 달랐다. 

조 교수에 따르면 간호사는 일평균 9시간 53분을 근무했고, 간호보조인력은 8시간 7분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간호사 1명당 하루 2시간 정도를 추가로 근무하는 것이다. 

이 같은 실질적인 근무시간인 10시간을 대입해보면, 근무조별 1인당 환자 수는 간호사는 8명, 간호보조인력은 75.8명으로, 환자 1인당 간호시간은 3.01시간, 0.32시간으로 조사됐다. 

4명의 간호사가 각각 2시간씩 초과근무를 함으로써 8시간 근무하는 간호사 1명을 더 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간호인력 배치수준이 낮으면 환자에게 필요한 간호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결국 환자는 사망에 이르게 되는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간호사의 간호서비스는 환자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되레 환자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 되는 만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간호인력 배치 기준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현정희 비대위원장은 최근 8개 병원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력기준 상향을 주장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근무조별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는 최소 5.4에서 최대 7.03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의료연대본부는 병원 규모별로 간호인력 배치기준을 제안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1000병상 이상 상급종합병원은 간호사 배치기준 1:3, 간호보조인력 배치기준 1:20을, 500~1000병상급 상급종합병원은 각각 1:4, 1:30을 제안했다.

또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간호사 배치기준 1:5, 간호보조인력 1:30, 300~500병상 종합병원은 각각 1:5, 1:40을 요구했다. 

현정희 비대위원장은 “사실 간호인력 배치기준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이를 운영하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아 어떤 방법으로든 모니터링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아울러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운영하는 병원의 근무조에서도 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 비대위원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운영 병동에서는 간호인력 유출이 심한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지금부터라도 어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운영할 것인지는 정부에 달렸다. 간병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질에도 미치지 못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족한 간호인력...환자 위협"

이어진 토론에서도 간호인력 배치기준 상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모아졌다. 

병원간호사회 박영우 회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상급종합병원과 서울지역 종합병원까지 확대되면서 중증도가 높은 환자간호에 따른 인력배치 기준 변경에 대한 요구가 있다”면서 “환자 안전 및 적정 간호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고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현행 의료법에 제시된 간호인력 배치기준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선진국 수준의 간호인력 배치를 위해서는 제도권 밖 병원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성공적인 정착과 확대, 인력기준의 상향을 위해서는 각계 기관들의 많은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라매병원 박유나 간호사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은 60%가 3년 이상의 경력간호사가 배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인력배치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의 방증”이라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 투입되면서 교과서적인 간호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간호사는 “환자와 간호사에게 모두 안전한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과 업무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 즉각적으로 인력을 투입하도록 하고 간호에 투입되는 실질적 인력을 충원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그에 해당하는 보상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인력배치 상향 주장에 공감하며 간호인력 배치기준을 높일 방침이다. 다만,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은 분명히했다.  

이 과장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 결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간호인력 배치 기준은 1:4이며, 일본 1:7, 미국 1:4~1:5 정도다. 

복지부 보험정책과 이창준 과장은 “노동조합의 간호인력 배치기준 1:3 상향 주장은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주장”이라며 “다만, 간호인력 배치 기준 상향이 필요한 만큼 오는 9월에 종합병원 중 중증도가 있는 곳의 경우 인력기준을 현행 1:7에서 1:8로 상향조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단기간에 빨리 시행하기보다 긴 호흡을 갖고 추진해야 할 정책”이라며 “계속적으로 수정보완하며 환자, 종사자의 근무환경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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