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수술 처벌 묵인하고 있다는 지적 나와 ... 복지부 "내부 파악 어려워 답답"

 

환자가 선택한 집도의가 아닌 다른 의사의 '대리수술(유령수술)', 수익을 위한 환치기 수법 등 일부 성형외과에서 불법이 자행되고 있지만 정부가 이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묵인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몇 년 전부터 강력하게 추진하는 외국인환자 유치 등 실적 쌓기에 몰두해 있어 쉽게 강력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강남의 대형 성형외과에 외국인 환자가 집중된 것을 고려할 때 이를 제대로 처벌할 경우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 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유령수술 이어 환치기까지 등장, 불법 성형외과 판치는데
“해외환자 유치에 불똥?…강력한 처벌 의지 안 보인다”

실제 이번 정부 들어 외국인 환자 유치 의지는 강력하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원격의료, 의료기관 해외 진출 등과 맥이 닿아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 12월 말 복지부는 오는 2017년까지 외국인 환자 50만명, 연 5만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장밋빛 자료를 발표했다. 

복지부는 "2014년 27만명이던 외국인 환자를 2017년 50만명으로 증가시켜 더 많은 외국인이 우리 의료를 이용하도록 하겠다"며 "연간 1300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환승객 등에게 면세점, 공항항만 등에서 제한적으로 국내 의료광고가 허용되도록 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해외환자 유치 한몫하는 ‘성형외과’
해외환자 유치 실적에서 성형외과가 차지하는 비중은 꽤 높다. 2015년 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진료과별 외국인 환자는 가정의학과 등 내과통합진료가 21.3%로 가장 많았고, 정형외과 17.0%, 성형외과 13.9%인 것으로 조사됐다. 

성형외과를 찾은 외국인 환자는 2009년 2851명이던 것이 2011년 1만 387명, 2014년 3만 6224명, 2015년 4만 1263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중국 환자들이 가장 많이 성형외과를 들렀다. 2015년 전체 외국인 환자가 4만 1263명인데, 이 중 성형외과를 찾은 중국인 환자가 2만 6537명이나 됐다.

 

1인당 평균 진료비도 450만원으로 평균 진료비의 2.5배인 성형외과가 선두였다. 2015년에만 성형외과에 집중된 것이 아니다. 2014년에도 내과통합진료를 뺀 진료에서 10.2%를 차지했고, 전체 성형외과 환자 중 중국인 비율이 68.6%를 차지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남윤인순 의원은 "중국인 환자 중 28% 정도가 성형을 위해 방한하고 있다"며 "기형적으로 중국 성형환자들이 많다. 부가세 환급 등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검찰, 유령수술 사기죄로만 기소
해외환자를 유치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복지부. 해외환자 유치에 성적을 내는 성형외과.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복지부가 성형외과를 제대로 처벌할 수 없을 것이란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의혹이 번지는 기저에는 2014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유명 성형외과들의 유령수술이 아직도 제대로 처벌되지 않고 있어서다. 현재 검찰이 유령수술을 한 의사에게 적용하는 혐의는 사기죄뿐이다. 유령수술로 재판받는 강남지역 한 성형외과의원 환자 측은 해당 의사를 사기죄와 상해죄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4월 사기죄만 적용해 의사를 기소한 것이다.

이 문제를 공론화했던 성형외과의사회 한 관계자는 "2014년에 문제가 일었던 유령수술 건이 아직도 마무리 안 됐다"며 "환자를 쉐도우닥터가 수술했을 때 이를 폭행, 상해, 중상해로 기소하는 것은 '국제표준 형사규범'인데, 제대로 수사를 하고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유령수술이 모습을 드러낸 지 30개월이 지났지만 유령수술을 한 의사는 처벌받지 않고, 이를 지시한 사람만 처벌하려 하고 있다"며 "유령수술을 했음에도 검찰이 사기죄로만 의사를 기소했다. 검찰이 유령수술 행위를 방임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협회도 비판에 가세했다. 유령수술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명백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검찰이 사기죄가 아닌 상해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복지부 태도는 미온적이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성형외과의사회가 상해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다만 국민 일반 정서상 잘못된 의료인에 대해서는 의료법으로 처벌해 의사를 못하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입법 미비점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이른 시일 내에 관련 법률을 검토·심의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탈세 목적 환치기로 또 떠들썩
유령수술을 한 성형외과가 제대로 처벌이 안 된 상태에서 얼마 전에는 일명 환치기 수법이 등장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강남의 모 성형외과는 탈세를 목적으로 중국인 환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수술비를 감추고자 '환치기 계좌'인 중국 계좌를 통해 위안화로 받는 등의 불법이 알려지기도 했다. 수술 이후 계좌이체를 하겠다는 환자들에게 환치기 계좌를 알려주고, 돈을 입금하게 한 후 한국 계좌를 거쳐 환전상을 통해 원화로 환전한 것이다. 

카드 결제를 원하는 환자들에겐 중국 카드결제 단말기를 이용해 수술비가 중국 계좌에 들어가게끔 했다. 검찰은 이렇게 결제된 수술비가 34억원이 넘으며, 무등록 브로커를 고용해 중국인 환자를 유치하고, 중국인 환자에게 내국인보다 더 높은 수술비를 청구해 왔다고 발표했다. 

복지부 “묵인하는 게 아니라 불법 적발·판단 어려워”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책임을 면피하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모 컨설팅 회사 고위 관계자는 개연성은 있지만 복지부가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 때문에 불법을 묵인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이 엄격하게 모니터링되는 대학병원에서도 유령수술이 일어난다. 개원가에서 일어나는 일은 병원 내부자가 아니면 알 수 없을 것"이라며 "복지부가 알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몰라서 못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도 같은 입장이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복지부가 잘못된 것을 묵인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득보다 실이 큰 선택"이라고 부인하며 "해외환자 유치에서 실제 해당 기관들이 하는 역할은 크지 않다. 장기적으로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 우리나라 의료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를 획득하려면 음성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유령수술을 근절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실적으로 잘못된 것을  적발해내고 법 위반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복지부는 설명,동의의무 강화 등 법적으로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제재수준에 대해 의료계 내부에서 이견이 있지만 법제화를 통해 의사-환자 간 신뢰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형외과의사회 김선웅 법제이사는 "지금 일어나는 대부분의 상황이 의료 상업화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고 진단하며 "정부가 의사들이 돈에 집중하도록 하고 있고, 그런 현상들로 인해 환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풀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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