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법령 제정 임박, 이르면 8월 입법예고...수련평가위 구성·병협 역할 등 핵심 쟁점
'이 법은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전공의의 권리를 보호하고 환자안전과 우수한 의료인력의 양성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 이른바 '전공의 특별법'이 올해 12월 23일 기해 본격 시행된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한 법률이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 근로자이면서 수련생이라는 이중적인 지위로 인해 전공의들이 그간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으며, 이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마침내 사회적 합의로 이어진 결과다.
법률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현재 하위법령 제정작업이 한창이다.
정부·의사협회·병원협회·의학회·전공의협의회 등이 모여 중지를 모아왔고, 논의가 이제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복지부는 지금까지 회의결과를 바탕으로 이르면 8월 전공의특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입법예고 한다는 계획이다.
전공의 특별법, 무슨 내용 담겼나 [목적]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국가·수련병원 책무로] [수련평가기구 독립] [수련시간, 주당 80시간 초과 금지] [수련 표준안 마련…전공의가 열람할 수 있는 장소에 비치] [수련계약 절차도 명시…깜깜이 계약 막는다] [시행일] |
전공의 특별법 하위법령, 쟁점은?
■ 수련평가위원회의 구성과 역할= 가장 큰 관심사는 '독립'을 맞은 수련평가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이다.
수련평가위원회는 △수련환경 개선 및 전공의 지위향상을 위한 정책 및 제도에 관한 사항 △전공의종합계획에 관한 사항 △전문의 자격인정 및 수련교과 과목에 관한 사항 △수련병원 지정과 수련환경에 관한 사항 등 사실상 전공의 정책을 총괄하는 최고 심의기구로 꾸려진다.
수련평가위원회는 그 구성과 역할에 있어 건강보험정책을 총괄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와 유사하다. 의결권이 없다는 점이 건정심과 다르지만, 정부가 위원회 논의 결과에 반해 정책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건정심과 비교해서도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위원회는 총 15명으로 구성되는데, 법률은 이에 관해 △의사회 추천인 △의료기관단체 추천인 △의사회 추천 전공의 대표 △ 의료관련 법인 추천인 △복지부 공무원이 참여한다고 명시했을 뿐, 그 비율 등은 하위법령에 위임해 놓은 상태다.
건정심이 가입자와 공급자가 대립하는 구조라면,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사용자인 병원과 근로자인 전공의의 의견 대립이 빈번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에 벌써부터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전공의협의회는 이른바 '5:5:5' 위원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가입자와 공급자, 공익이 동수로 참여하는 건정심과 같이 각 이해단체를 대표해 피교육자이자 근로자인 전공의 대표 5인, 사용자인 의학회와 병협 측 대표 5인, 대한의사협회와 정부 측 인사 등을 공익대표 5인으로 그 구성비를 맞춰 동등한 협상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다.
반면 병원협회 측은 기존 병원신임위원회 구성비를 감안해, 사용자 측 위원 숫자를 대폭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병원신임위원회는 병협 측 인사 13명, 26개 전문과 수련이사, 의학회 추천인사 9명 등 총 48명으로 구성돼있다.
■병협의 새 역할은?=병협의 향후 역할도 관심사다. 전공의 특별법이 시행되면 수련병원 평가 등 전공의 정책에 관한 심의 권한이 모두 수련평가위원회로 넘어간다. 병원신임위원회, 병원신임평가센터의 역할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제정 법률은 전공의 정책 심의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담당하되, 수련환경평가를 위한 자료조사와 위원회 운영지원을 위한 업무 등은 복지부 장관이 관련 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업무를 지원할 일종의 사무국을 둘 수 있다는 의미다.
병협이 이 역할을 자청하고 있다. 병원협회 홍정용 신임회장은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신임평가센터 업무를) 다른 기관에서 맡는다면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걸릴 것"이라며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지원하는 사무국 역할에 병협이 적격이라고 주장했다.
전공의협의회는 경계를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업무의 연속성을 고려해 병협에 사무국의 역할을 맡기더라도 말 그대로 사무국, 업무지원 부서라는 성격에 걸맞게 과도한 권한남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업무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련시간 단축, 전공의 공백 대안은?=두 번째 쟁점은 전공의 수련시간 등 수련규칙 표준안의 실효성 확보 방안이다.
제정 법률은 주간 수련시간 상한을 주 80시간, 교육 목적일 경우 8시간을 추가해 최대 88시간으로 규정했으며, 연속 수련시간 상한 또한 36시간, 응급상황 시 최대 40시간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 연속수련 후에는 최소 10시간의 휴식을 보장하도록, 수련 간 휴식시간의 하한도 뒀다.
전공의 수련시간에 관한 사항은 이미 2014년 개정된 전공의 수련규칙에 추가되었던 내용. 문제는 이행력의 담보다.
실제 병원계에 따르면 주 80시간 초과 금지 규정이 마련된 이후, 일선 현장에서는 전공의 당직표를 가짜로 작성하는 등의 편법이 등장하기도 했으나, 이를 저지하거나 수련시간 준수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혼란이 컸다.
전공의협의회는 법 제정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특별법 하위법령에 수련시간 준수를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적 목적으로 정의된 8시간 초과 근무시간 규정에 대해서도, 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해 최대한 구체적으로 사유를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병원계는 전공의 공백에 대한 대책 없이 무조건 수련시간을 줄이는 것은 수련병원의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련시간 단축으로 전공의 교육의 질이 되레 떨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병원계 일각에서는 수술간호사, 이른바 PA를 양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전공의협의회 송명제 회장은 "PA 양성화는 장기적으로 전공의 교육기회를 박탈하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정부 지원 가능할까?=정부의 정책 시행 의지도 도마 위에 올라있다.
법률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국가의 책무 중 하나로 '국가는 전공의 육성, 수련환경 평가 등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초 국회는 이를 '하여야 한다'는 의무규정으로 두고자 했으나, 정부 측의 반대로 다소 후퇴했다.
병원계는 전공의 특별법 시행 시 수천억원의 손해가 불가피해 정부의 금전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병원협회는 법 제정 과정에서 전공의 특별법 통과 시 연간 3500억원의 인건비가 추가 소요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은 지난해 내놓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제와 지원방안' 보고서를 통해 2013년 기준 전공의 직접 인건비는 1인당 평균 4550만원, 총 인건비는 6150억원, 수련교육관련 행정비 등을 더한 교육비는 7350억원이라고 밝혔다.
국가 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공의들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실적인 지원을 통해 정부의 정책의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국의 사례들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 국회에 따르면 미국은 전공의 수련교육 비용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책임지고 있다. 메디케어를 통한 국가부담이 70%, 메디케이트와 기타 민간 의료보험에서 30%를 부담하며 병원은 따로 비용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일본은 의과대학 졸업 후 시행하는 주니어 레지던트 과정의 비용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