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토론회서 학계 주장…업계 “약가협상제도 유연성 가져야”

▲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약가협상 10주년 기념 토론회를 열고 앞으로의 발전방안을 논의했다.

10년을 맞은 약가협상제도가 장기적으로 발전하려면 약가인하에만 초점을 둘 게 아니라 보다 거시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운영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9일 건보공단에서 ‘약가협상 10주년 기념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고려대 약학대학 최상은 교수는 초기 약품비를 절감하는 등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앞으로는 약가인하만을 목적으로 하는 평가 틀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약가협상제도는 건강보험 약품비의 거시적인 목표를 설정,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써의 기능을 해야 한다”며 “약가인하만을 목적으로 한다는 평가에서 벗어나 약의 가치에 따른 합리적 가격결정을 통한 약품비 관리목표를 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성분군, 효능군, 공급자단체 단위의 다양한 형태의 협상 ▲등재 후 재협상 기능 강화 등을 제안했다. 

최 교수는 “약품비 변동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분석, 협상 대상 선정 등에 대한 책임과 권한 강화 등 상한가 협상 뿐 아니라 환급 등 다양한 형태의 협상을 해야 한다”며 “아울러 사용량약가연동제에 국한할 게 아니라 시장 변동에 따른 약품비 관리 필요에 따른 재협상 기전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약가협상제도가 약가인하만을 목적으로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공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협상의 목표, 협상 참조가격, 협상 결과 등을 공개하고, PV 협상 약가기준 설정, 참조가격 산출 세부 지침 등의 합리적 개선 및 공개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협상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실비아 연구위원도 약품비 관리를 위한 거시적 목표가 필수라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약품비는 앞으로 더 빠르게 증가하고 약품비 관리의 필요성도 커질 전망일뿐더러 앞으로 개발될 고가 신약 등이 급여되면 이 같은 약품비를 관리하기 위해 또 한 번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지속가능한 건보제도 운영을 위해 앞으로 약품비 관리는 개별 약제에 대한 가격 관리, 사용량 관리를 넘어 거시적 약품비 관리를 필수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총 약품비 지출 규모의 목표설정과 이행을 위해 지금의 약가협상제도를 발전시킨 총약품비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위원은 “현재 청구율 증가의 일정 수준을 넘은 약제를 대상으로 하는 사용량약가연동협상은 앞으로 모든 등재약제를 대상으로 하는 약가 재평가가 시행될 때 협상을 통한 의사결정제도로 발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제약업계 “전문성 확보해야”
이 같은 주장에 업계는 거시적 목표를 설정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을 가지면서도, 보다 발전적인 방향이 되려면 건보공단의 전문성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제약협회 장우순 실장은 “거시적 목표 설정에 있어 지표를 설정하는 게 업계에 수용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표나 수치로 제시된 거시적 목표가 약품비 사용을 왜곡시킬 여지는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장 실장은 “약품비 관리 측면이라면 굳이 가격만 두고 협상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환급제 등 협상 툴을 여러 가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건보공단은 약가협상에만 함몰돼 있는 것 같다. 약품비 관리 주체로서 해야 할 다양한 기능들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애브비 김준수 상무는 “지금보다 더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자리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며 “정기적으로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려는 자리를 가진다면 건보공단은 어느 정부기관보다도 더 빠르게 현안에 대응하고 갈등상황이 있는 아젠다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건보공단은 약가협상제도가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건보공단 조용기 보험급여실장은 “장기적으로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적정한 약품비 수준을 정하고 이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발전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며 “정부차원에서도 위험분담제, 사용량약가연동제의 한계를 인정,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하반기에는 개선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며, 합리적으로 제도가 운영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면서 “아울러 사용량 관리 약가제도 운영에 있어 주도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 실장은 약가협상의 특성상 모든 결정과정을 공개하는 것은 어렵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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