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고위험군에 바로 적용…역전제 개발로 약점 보완

국내 NOAC 처방률 증가세
신규 경구 항응고제(NOAC)가 실제 임상현장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주요 3상임상을 비롯한 관련 근거를 통해 와파린 대비 효과·안전성에서 긍정적인 결과들을 제시하면서 국내외 승인까지는 순탄한 행보를 보였지만, 실제 임상현장의 처방률이 급격하게 증가하지는 않았다.

최근 가이드라인을 통해  뇌졸중 1차예방에 NOAC인 리바록사반, 아픽사반, 다비가트란, 에독사반을 권고한 영국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NOAC으로 인한 주요 출혈을 관리할 수 있는 역전제(antidote)의 부재, 와파린 대비 높은 비용, 와파린 대비 짧은 반감기로 인한 순응도 감소에 따른 잠재적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며 처방률 확대의 장애요인을 꼽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NOAC 처방률 증가현황은 눈여겨볼 만하다. 4월 유비스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대비 2016년 1분기 리바록사반(제품명 자렐토), 아픽사반(제품명 엘리퀴스), 다비가트란(제품명 프라닥사)의 처방률이 큰 폭 상승했다.
리바록사반은 22억 6000만원에서 69억 3600만원(206.9%), 아픽사반은 5억 3900만원에서 34억 3300만원(536.9%), 다비가트란은 13억 1200만원에서 48억 9600만원(273.2%)으로 증가했다. 새롭게 승인받은 에독사반(제품명 릭시아나)도 2016년 1분기 처방금액 4500만원을 기록했다.

‘와파린’ 굴레에서 벗어나다
NOAC 처방 급증에는 지난해 급여기준 변화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NOAC 급여기준 사항을 포함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대한 세부사항(약제)’ 고시를 개정했다. 이전 급여기준에서는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 중 CHA2DS2-VASc score 평가에서 고위험군이면서 와파린을 투여할 수 없는 이들에게만 NOAC을 투여하도록 했었다.

와파린을 투여할 수 없는 환자에 대해서도 와파린 과민반응, 금기, INR 조절실패 등 NOAC으로 변경하기 위한 사유서를 제출해야 했고 대상환자에 대해서도 INR 조절을 위한 노력 심사, 출혈 환자에 대한 사례별 인정 등 제한점들이 많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NOAC 처방이 삭감되는 사례들이 증가됐고 결국 처방을 기피하는 사태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보험기준에서는 NOAC이 실질적으로는 와파린의 대체제 역할로만 국한됐던 셈인데 대한뇌졸중학회와 대한신경과학회가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지적해 왔고, 보건복지부는 이를 받아들여 1년 6개월 만에 개정했다

뇌졸중 고위험군에 ‘바로’ 적용
개정을 통한 가장 큰 성과는 ‘와파린을 투여할 수 없는 경우’ 투여하도록 한 조건문항을 삭제한 것이다. 이를 통해  와파린을 투여하지 않더라도 뇌졸중 또는 일과성허혈발작(TIA) 병력, 75세 이상인 고위험군과 심부전, 고혈압, 당뇨병, 혈관질환, 65~74세, 여성 중 2가지 이상 위험인자를 동반하고 있는 환자에게 1차적으로 투여할 수 있도록 했다.

추가적으로 보험급여 상한가도 하향조정돼 NICE가 NOAC 처방확대의 주요 장애로 꼽았던 비용 부분에서도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또 리바록사반과 아픽사반의 경우 올해 분쇄투여 허가 등 용법용량의 변경사항을 허가받아 투여가능한 환자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제를 부순 후 물에 섞으면 경구는 물론 비강영양관(nasal gastric tube, NGT)을 통해서도 투여가 가능하게 돼 연하장애가 동반된 특이환자의 뇌졸중 예방에도 투여할 수 있다.

처방률 상승 계속될까
지난해 급여확대 시점에서 학계와 제약사들은 NOAC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밝힌 바 있다. 실제 제약계에서는 뇌졸중 환자에서 NOAC으로의 스위칭(switching)이 판매량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고, 올해 유비스트 자료가 이를 반영해주고 있다. 학계는 “NOAC에 대한 급여확대에 앞서 NOAC 보험기준 내 고위험군 분류기준도 CHADS2 척도에서 CHA2DS2-VASc 척도로 전환됐다”며 “NOAC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의학적으로 합당하게 개선됐다”고 평한 바 있다.

 

NOAC의 상승세는 계속 이어진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요 NOAC 3개 제제의 원외처방액은 1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리딩품목은 300억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전망의 기저에는 잘 구축된 임상 프로그램이 있다. 이미 대규모 3상임상에서 효과 및 안전성을 입증했고 리얼월드, 아시아 관찰연구 등을 통해 입지를 굳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NOAC으로 인한 출혈문제에 안전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역전제의 등장도 긍정적인 전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다비가트란 역전제로는 이다루시주맙(제품명 프락스바인드)이 RE-VERSE AD 연구를 기반으로 미국과 국내 승인을 받은 상태고, 아픽사반과 리바록사반의 역전제인 안덱사넷 알파(andexanet alfa)는 각각 ANNEXA-A, ANNEXA-R 연구를 통해 각 약물에 대한 역전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한편 NOAC이 전체 의료비도 줄일 수 있을지 관심이다. 2012년 기준 국내 뇌졸중 환자수는 56만명으로 진료비는 1조 4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 뇌졸중으로 인지기능 상실 등 입원관리비다.

그동안 제약사들과 학계는 NOAC 도입이 입원비는 물론 교통비 등 사회간접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어 관련 데이터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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