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의료법 개정 작업 마무리 '성과'
원격의료·서발법·대체조제 활성화 무산, 정부·약계 '빈손'

 

의료계 숙원 과제였던 진료실 폭행방지법, 의료인 행정처분 공소시효법 등이 19일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19대 국회에서 결실을 맺었다. 의료계의 입장에서는 막판 선물을 받은 모양새다.

반면 약계와 안경사협회, 문신사협회 등은 기대를 모았던 대체조제 활성화 법안, 안경사법안, 문신사법안 등은 더 이상의 심의기회를 얻지 못해, 사실상 모두 임기만료 폐기될 예정이다. 정부가 추진했던 원격의료 의료법 개정안도 20대 국회를 기약하게 됐다.

19대 국회 마지막 날, 의료계 숙원법안 줄줄이 처리

국회는 19일,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의료법 개정안 등 계류 법안을 처리했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그간 상임위에서 다뤘던 13개 법안을 병합한 것으로 ▲진료실 폭행금지 ▲의료인 행정처분 공소시효 설정 등 의료계 숙원사업들이 담겨있다.

진료실 폭행금지는 '누구든지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료인·의료기관 종사자·진료를 받는 사람을 폭행 또는 협박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으로 명문화됐다.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기물파손, 의료기관 점거 등 기존 의료법에 규정된 '진료방해' 행위와 동일하게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기존에는 진료실 내 폭력행위에 대한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어 형법상 폭행이나 협박, 업무방해 규정을 빌려, 폭행사고 가해자에 대한 처분을 진행해왔다.

이에 의료계는 진료실 내 폭행행위는 다른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도 심대한 위협을 끼칠 수 있는 만큼, 가중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해왔고, 국회가 이에 화답하면서 법 제정이라는 결실로 이어지게 됐다.

법 제정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법안은 2012년 말 발의 된 후 여러차례 심의 기회를 얻었으나, 당초 의료인 폭행 행위에 대해서만 가중처벌을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시민사회의 반발로 3년 넘게 국회에서 잠을 잤다.

지리한 논의과정을 거쳐, 국회는 법에서 보호하는 대상자의 범위를 의료인과 의료기관 종사자, 환자로 확대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을 면할 수 있도록 하는 반의사불벌 원칙을 적용하는 것으로 법률안을 완성했다.

의료인 행정처분 공소시효 마련, "5년 넘기면 처분 못해"

의료인 행정처분 공소시효도 이날 본회의를 통과, 의료법에 담기게 됐다.

자격정지처분 사유가 발생한 뒤 5년이 경과하면, 해당 사유로 처분을 내릴 수 없도록 의료인 행정처분의 시효를 의료법에 명시한 것. 다만 처분사유가 의료인 아니나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나, 관련서류를 위변조 하는 등의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경우에 해당될 때는 그 시효를 7년으로 한다.

이는 면허처분에 관한 타 전문 직종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다. 실제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종의 경우 관련 법률에 행정처분의 시효가 명시되어 있으나, 유독 의료인에 대해서만 그에 관한 근거규정이 없었다.

법안을 제안한 박인숙 의원은 "법적 형평성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처분 시효 규정은 리베이트 수수 등 모든 위법행위에 포괄 적용되며, 법 시행일 이전에 발생한 사유에 대해서도 소급해 적용된다.

의료계는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본회의를 앞둔 18일 "의료인 폭행 방지법은 안정적인 진료환경과 환자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나의원 여파, 주사기 재사용 금지규정 마련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에는 의료인 명찰패용 의무화,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금지 규정도 함께 담겼다.

개정 법률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장은 의료인과 실습학생에게 그 신분을 나타낼 수 있는 명찰을 반드시 착용하도록 하게 해야하며, 이를 위반하면 시정명령, 누진시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금지 규정은, 의료인은 일회용 주사관련 의료용품을 재사용해서는 안되며, 이를 위반해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면허정지나 면허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정리됐다.

다만 징역과 벌금 등 처벌 규정은 법사위 논의과정에서 삭제됐다.

당초 개정안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으나, 형법상 '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해 처벌이 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의료법상 처벌규정을 별도로 두지 않기로 했다.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 '신해철법', 이르면 연말 시행

피신청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의료분쟁조정절차를 자동개시할 수 있도록 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법안, 이른바 신해철·예강이법도 이날 본회의를 통과, 이르면 올 연말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개정안은 '사망'과 '중상해' 사건으로 의료분쟁조정신청이 제기된 경우 피신청인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즉각 조정절차를 개시하도록 하고 있다. 주로 의료인 측인 피신청인의 거부로 의료분쟁 조정절차가 개시되지 못하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법안을 발의한 김정록 의원은 "의료분쟁조정 신청건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잇으나, 2015년 현재 조정중재 개시율은 평균 43%에 불과하다"며 "조정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요구해왔다.

당초 법안은 사건의 경중과 무관하게 조정절차를 강제개시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으나, 상임위 논의과정에서 조정신청 난립 등 부작용을 우려해 사망과 중상해 사건에 한해서만 자동개시를 할 수 있도록 그 범위가 한정됐고, 법사위 논의과정에서 그 내용이 더 구체화됐다.

자동개시가 적용되는 의료사고의 범위는 '사망'과 중상해 사건 중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장애인복지법상 장애 1급 가운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이다.

자동개시 절차를 두되 이의 난립으로 인한 의료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진 결과인데,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다.

의협 등은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위험도가 높거나 고난이도 수술로 환자를 다뤄야만 하는 상황에서 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고난이도 진료 기피, 고난이도 진료를 주로하는 특정과 기피현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체조제 활성화·안경사법·문신사·원격의료법 줄줄이 폐기

의료계와 대척점에서 섰던 다수 법안들은 이날 본회의를 끝으로 임기만료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약계가 기대했던 대체조제 절차 간소화를 위한 약사법 개정안, 정부가 추진했던 원격의료 의료법 등이 대표적인 사례.

앞서 최동익 의원은 대체조제 사후통보 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위임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대체조제시 조제내역을 변경한 약사가 처방을 낸 의사에게 직접 그 내용을 통보하는 대신, 약사가 심평원에 처방내용을 알리면 심평원이 이를 의사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자는 것이 골자로, 의료계는 환자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약계는 법안의 19대 국회 처리를 고대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임기만료 폐기될 상황에 처했다.

원격의료 허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 의료법 개정안, 의료영리화 논란을 불러왔던 규제프리존 특별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도 폐기가 확정돼, 20대 국회를 기약하게 됐다. 법안은 의료법 개정안은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근거 규정을,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의료를 포함한 서비스산업을 국가차원에서 집중 육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경사협회와 문신사협회 등 비의료인단체의 지지를 받아왔던 안경사법안과 문신사법안도 폐기를 앞두고 있다. 의료계는 유사의료행위 난립을 우려, 해당 법안처리에 반대입장을 밝혀온 바 있다. 안경사법은 '안경사의 타각적 굴절검사 허용', 문신사법안은 '비의료인 문신행위 양성화' 부분이 문제가 돼 국회 논의과정에서 난항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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