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메타분석 & 리얼월드로 불식
삭사글립틴 미세단백뇨 개선효과에 주목

저혈당을 유발하지 않아 안전한 국민당뇨병 치료제로 불리는 DPP-4 억제제. 그런 약물도 약점이 있으니 바로 심부전 위험성이다. 지난 2013년 SAVOR-TIMI 53(이하 SAVOR) 연구가 나오면서 운명적 만남이 시작됐다. 그러나 최근 대규모 메타분석 연구와 리얼월드 코호트 연구가 쏟아지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 어떤 연관성도 없게 나온 것. 이런 연구가 DPP-4 억제제의 안전성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인지 고려의대 김신곤 교수(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고려의대 김신곤 교수는 DPP-4 억제제들 심부전 위험성은 우연이라면서 대규모 메타분석 등에서도 재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최근 DPP-4 억제제의 심혈관 안전성 연구인 TECOS가 발표되면서 심부전 위험성 이슈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어떻게 정리할 수 있나?

심부전은 SAVOR-TIMI 53(이하 SAVOR) 연구에서 새롭게 언급된 이슈로, 이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을 증가시킨 것이며, 심혈관계 사망률을 증가시킨 것은 아니다. 즉, 'hard endpoint'가 아닌 'soft endpoint'가 증가한 것이다.
최근에는 NNH(Number Needed to Harm)로 가치를 확인한다. SAVOR에서 상대적 위험(relative risk)이 27%로 나오면서 굉장히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적 위험(absolute risk difference)은 0.4%로 사실 사건 발생률은 극히 적었다. 마찬가지로 EXAMINE 연구에서는 상대적 위험이 19% 증가했지만, 절대적 위험(absolute risk difference)는 0.3%로 크지 않았다. 단 SAVOR 연구는 통계적으로 유의했고, EXAMINE 연구는 그렇지 않았을 뿐이다. 최근 나온 TECOS 연구 결과는 심부전 입원율에 대한 발생률 차이가 없었다. 즉 세개의 연구에서 서로 다른 신호를 보이기는 했지만 절대적 위험도로 따져봤을 때 사건 발생률은 매우 낮고 또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약물과 관련성이다. 원인에 대해 밝혀졌나?

아직까지도 원인은 설명이 잘 안 된다. 실제 현상(real phenomenon)을 증명하려면 관찰된 결과가 다른 연구에서도 반복돼야 하고, 이에 대한 메커니즘적인 설명과 함께 레쇼날(rationale)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연구에서도 재현이 안 되고, 특히 메커니즘적인 레쇼날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잠정적으로 우연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EXAMINE 연구를 보면 심부전 환자보다 심부전이 없는 환자에서 더 증가했으므로 설명이 어려운 부분이 많다.

이런 가운데 최근 다양한 메타분석 등 연구가 쏟아지면서 DPP-4 억제제와 심부전 위험성은 관련없음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실제로는 어떤가?

연구 결과가 보여주는 것 처럼 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이를 뒷받침하는 게 대규모 메타분석 또는 리얼월드 연구이다. 최근 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발표된 대규모 관찰 연구를 보면 새롭게 삭사글립틴 치료를 받은 환자군과 시타글립틴 치료를 받은 환자군을 비교한 결과 차이는 없었다. 또 미국의 Claims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다른 관찰연구(observational study)에서도 문제가 없었다. 나아가 최근 NEJM에 인크레틴 기반의 약물을 묶어 확인한 메타분석 연구에서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RCT에서 관찰된 결과가 진짜 신호(real signal)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며, 이는 우연(chance)일 가능성을 뒷받침해준다.

심부전 이력 환자에게 어떻게 처방하는가?

심장병 전문의는 다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심지어 삭사글립틴 치료를 받는 환자 중 심부전 과거력이 있는 환자도 있지만, 개의치 않고 처방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이런 부분을 걱정하는 심장병 전문의는 삭사글립틴을 처방하다 심부전이 발생하면 약제를 교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항이 문제가 될 지라도 사건 차이가 굉장히 적고, 최근에 발표된 관찰연구에서도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외국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

개인적인 여러 의견을 일반화시킬 순 없지만, 대부분 같은 의견이다. 결국은 데이터가 중요하므로 Annals of Internal Medicine, NEJM, Diabetes Care 등 임팩트가 높은 저널의 연구 결과가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반박하는 논문이 발표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아직 발표된 연구는 없다.

DPP-4 억제제에서 나타난 미세단백뇨 개선효과는 클레스 이펙트로 볼 수 있나?

SAVOR 연구에서 몇가지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났는데 그 중 하나가 미세단백뇨 개선이다. 이는 아직 다른 연구에서는 발표가 되지 않은 내용이다. SAVOR 연구를 보면 미세단백뇨가 감소했고 특히 혈당 개선 여부와 상관없이 나타났다. 미세단백뇨 개선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신장이 더 악화되는 것을 예측한다. 비록 2년이라는 짧은 연구지만, 단백뇨가 감소한다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콩팥 예후를 개선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단백뇨는 심혈관질환의 위험 요인이다. 체내 혈관 내피(vascular endothelium)에 장애(dysfunction)가 있으면, 신장에서 나타나는 증상이 단백뇨로 나타난 것일 수 있다. 즉, 이를 개선시키는 것은 전체적인 혈관 내피 장애를 호전시킴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간이 짧아 사건발생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5년, 10년 이상 간다면 사건 발생을 일으킬 수도 있는 대리 표지자라고 할 수 있다. 즉, 신증 진행이나 심혈관계 위험도 측면에서 긍정적인 유용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 고려의대 김신곤 교수
또한 베타세포 개선효과도 나타났는데 어떻게 정리할 수 있는가?

SAVOR 연구팀에서 진행한 설폰 요소제와의 일대일(head-to-head) 연구에서 1, 2년 결과를 보면, DPP-4 억제제의 계열(class)에 상관 없이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따라서 삭사글립틴을 사용하는 것이 베타세포 기능 개선에 이점이 예상되고, 특히 약물 사용경험이 없는(drug naive) 환자에서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장기간 관찰할 경우 베타세포 기능이 더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나?

그럴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사실 지속성(durability)을 확인하려면 혈당을 더 낮춰야 한다. 췌장의 베타세포를 악화시키는 가장 나쁜 원인이 고혈당이다. 얼마나 빨리 정상 혈당에 가깝게 유지시켜주느냐는 사실 지속성 측면에서 이점이 있을 수 있지만, 해당 연구는 혈당 감소를 목표로 하지 않았고 디자인측면에서도 A1c를 6.5% 이하로 낮추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연구를 통해 췌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개연성이 확인됐다. 또한 DPP-4 억제제를 사용했을 때 췌장염과 같은 안전성 문제가 꽤 있었는데 삭사글립틴은 이런 문제를 불식시키는 첫 번째 약제였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췌장염 및 췌장암도 연결되는 문제인데, 결론이 어느 정도로 나타났는지?

현재까지 발표된 자료를 보면, 세 가지 연구 모두 DPP-4 억제제 치료시 췌장염이 증가했다. 그러나 통계적인 유의성은 없었다. 절대적 위험(Absolute risk difference)이 0.1%인데 이 정도는 대규모 자료에서 반박이 가능하지만, 2년 내지 3년으로 기간이 짧다는 제한점이 있다. 그러므로 DPP-4 억제제 중 리나글립틴에 대한 6~7년 연구(CALOLINA)가 발표되면, 보다 확실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 정도 연구에도 시그널이 없다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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