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 다양화·수가체계 개선 제안…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 국회 통과 요구도

▲ 소비자단체와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인력 문제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환자안전법, 전공의특별법 등 보건의료인력 문제를 접근하는 패러다임과 국민의 요구가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공급체계를 다양화해 전문직종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소비자연맹,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CTV소비자연구소는 지난 25일 한국소비자연맹 정광모홀에서 ‘의료서비스 요구 변화에 부응하는 보건의료인력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인제의대 보건대학원 이기효 교수는 공급체계를 다양화하는 등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개원의와 병원, 요양병원에 국한돼 있는 1950년대의 공급자 패러다임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국민의 변화한 다양한 의료요구에 적합한 서비스를 적정한 자원을 투입해 충족시켜줄 수 있도록 비용효과적인 다양한 의료공급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신규 공급자로 ▲외래진료기관(Ambulatory Care Institution) ▲아급성 진료기관(Subacute Care Facility) ▲간호시설(Nursing Facility) ▲가정진료기관(Home Health Care Agency) 등을 제안했다.

외래진료기관은 1차의료, 응급의료, 외래 세부 전문의를 포함한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래 전문 의료기관을 의미하며, 방문진료센터, 외래수술센터, 영상진단센터, 응급의료센터, 외래재활센터 등이 포함된다.

아급성진료기관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복잡한 진료를 받고난 후 제공되는 치료서비스를 의미하며, 급성진료와 장기요양 서비스의 중간에 위치한다.

간호시설은 장기진료의 대표적인 입원시설로, 24시간 간호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는 시설을 의미하며, 마지막으로 가정진료기관은 환자의 가정 혹은 노인요양시설 등 지역사회 중심의 시설에서 환자에게 진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이 교수는 “급속한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 전문직의 분화 및 전문화가 미흡해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직종의 수와 다양성 측면에서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면서 “신규 보건의료 전문직종의 창출은 의료전문직 업무를 분담함으로써 기존 의료인력 수 증대에 관한 과도한 압력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기대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이진석 교수는 보건의료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병상수 관리 ▲일자리 창출형 건강보험체계 구축 등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병원들은 OECD 국가들에서 7~8명이 할 일을 혼자서 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 같은 상황에서는 진료의 질적 향상, 친절한 설명, 안전한 진료는 불가능하다”며 “특히 2000년대 이후로 병상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인력을 충분히 고용하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중앙정부는 현행 30병상 이상인 병원의 병상 기준을 300병상으로 상향하는 등 병상수급 조정 기능을 확보해 총량관리에 나서야 한다”며 “300병상 미만의 중소형 병원간의 합병을 검토하는 등 적정 규모를 갖출 수 있도록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특히 현행 건강보험 보상체계는 인력에는 박하고 기술과 기계에는 후한 구조”라며 “보상체계 개편 없는 인력기준 상향조정은 실행 불가능하다. 장기요양보험이나 간호인력차등제처럼 일자리 창출과 직접 연동된 보상체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만 퍼주는 정책 NO
강력한 패널티와 법적 근거 마련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강력한 패널티와 법적 근거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간호대학 김진현 교수는 “최근 흉부외과 전공의 부족 현상을 겪으며 정부는 단순하게 수가를 올려주는 방안을 택했지만, 병원들에서는 이를 수익으로 생각할 뿐 인력 확충에 쓰지 않았다”며 “수가와 고용을 연결해야만 의료의 질과 환자안전, 그리고 인력 고용의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간호등급차등제도 해당 요양기관의 80%는 감산대상임에도 불구하고 패널티가 낮아 신고조차 하지 않는 것”이라며 “잘 하는 기관에 대한 인센티브도 좋지만, 환자에게 제대로 된 진료를 제공하지 못한 기관에 대한 엄격한 패널티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얼마 남지 않은 19대 국회 임기 중에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전략기획단장은 “환자를 돌보는 보건의료인력의 확충 없이는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은 기대할 수 없다”며 “환자 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해서는 2014년 국회를 통과한 환자안전법과 함께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도 국회에서 통과시켜 병원인력 확충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보건의료인력 문제는 시장에만 맡겨놓을 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정부는 메르스 사태가 던진 과제를 교훈삼아 보건의료산업에 양질의 인력을 대거 창출함으로써 감염예방 수준과 환자 안전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