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의료진 치료 부적절했다고 보기 어렵다” 판결

임신35주차에 자궁수축억제제를 투여, 태어난 아기에게 뇌병변 장애가 생겼다면 의료진의 과실이라고 봐야할까? 법원의 판단은 ‘과실로 볼 수 없다’ 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출생 이후 뇌병변 장애가 생긴 환아의 가족이 A산부인과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측 청구를 기각했다.

산모 B씨는 지난 2009년 6월경 A산부인과에 내원, 정기적인 산전진찰을 받아왔다. 그러던 중 B씨는 하복부 진통에 따라 임신 35주 3일째인 2010년 5월 16일 A의원에 내원했다.

양막파수나 자궁경우의 개대 및 소실 소견은 없었지만 2~3분 간격으로 50~75mmHg의 자궁수축이 있는 상태여서 의사 C씨는 B씨를 입원조치하고 자궁수축억제제를 투여했다.

이후로도 B씨는 수차례 자궁수축억제제를 투여받았음에도 자궁수축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내진 결과, 자궁경부 1cm 개대, 부분적인 소실이 확인되자 C씨는 조기분만의 가능성을 고려해 조산아 인큐베이터 시설이 마련된 D병원으로 전원조치했다.

D병원은 B씨에게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했고, 아기가 태어났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또 발생했다. 태어난 지 이틀째가 된 시점부터 아기가 전신에 힘을 주며 고개를 우측으로 돌리는 모습이 관찰되기 시작한 것.

이 같은 경련빈도가 점차 심해지자 D병원 의료진은 뇌파검사를 시행했고, 비정상적인 소견을 보이자 항경련제를 투여했다. 아기의 경련 빈도가 낮아지면서 상태가 호전돼 가벼운 정도의 광범위한 뇌병증 등을 시사하는 소견을 보였고, 뇌초음파 검사에서도 뇌실질내 병변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타 대학병원으로 전원된 아기는 뇌초음파검사를 받았지만 국소병변 소견은 없었고 뇌MRI 검사 결과에서도 뇌실질의 국소병변이 발견되지 않았고 저산소성 손상 소견도 없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 아기의 상태는 뇌병변 장애 1급 판장을 받은 상태이고, 사지마비로 인해 기립 및 보행이 불가능하며 일상생활조차 혼자서 수행할 수 없는 등 뇌손상으로 인한 인지장애를 겪고 있다.

원고 측은 의료진의 과실을 주장했다. B씨가 A병원에 내원했을 때 제왕절개수술로 아기를 출산할 수 있는 상태였음에도 부적절하게 자궁수축억제제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궁수축억제제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함께 투여되는데 미국산부인과의사회에서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가 임신 34주 이후에는 사용되지 않고, 해당 주수 이후의 조산아에서 주산기결과가 대개 좋기 때문에 34주 이후에 자궁수축억제제 사용을 추천하지 않고 있다.

또 원고 측은 “자궁수축억제제의 투여에도 산모의 진통이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제왕절개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자궁수축억제제 투여 후 부작용에 대한 경과관찰 의무를 게을리 했고 응급제왕절재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이송도 지체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의료현장에서는 실제 임산부·태아의 상태, 산부인과 전문의의 판단과 경험에 따라 자궁수축억제제를 사용해 조산으로 볼 수 있는 임신 37주 이전까지 임신을 지연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B씨의 경우 임신 35주 3일째로 조산의 범위 내에 있었다”고 밝혔다.

임신 35주 3일은 임산 34~36주에 해당하는 후기 조기 분만에 해당하며, 산모와 태아상태가 양호가고 곧 분만시켜야할 적응증이 아니라면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임신 36~37주까지 지연시키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어 “자궁수축억제제 치료를 결정한 시점에서 산모는 양막파수, 자궁경부 개대 및 소실 소견이 없는 상태에서 자중 수축만 일어난 상태였고, 치료가 중단된 시점까지도 자궁경부 개대 1cm, 부분적 소실만 확인된 상태”라며 “C씨의 자궁수축억제제 치료가 부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제왕절개수술 지연에 대한 과실에 대해서는 “C씨가 조기분만 가능성을 진단한 당시, B씨의 자궁경부 상태에 비춰볼 때 자궁수축억제제 치료를 중단하고 조산아에 대한 집중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 조치한 것은 신속하고 적절한 시점에 이뤄진 판단”이라며 “이 사건 진료기록 감정의의 사실조회 회신에도 C씨의 전원조치가 지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재돼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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