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re, The Lower

 

SPRINT 연구에서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혈압을 평균 121.4mmHg까지 강하시켜 140mmHg 미만 조절에 비해 궁극적인 임상혜택(심혈관사건)을 개선할 수 있었다. 혈압에서도 ‘the lower, the better’ 전략의 타당성을 입증한 것이다.

혈압 더 낮추려면
그런데 이 연구에는 주목해 볼 만한 전략적 대목이 있다. 바로 혈압을 낮추기 위해 얼마나 많은 항고혈압제를 사용했느냐다. 120mmHg 미만을 목표로 하는 집중 혈압조절군의 경우, 평균 3개의 항고혈압제를 사용했다. 140mmHg 미만을 목표로 하는 표준치료군 역시 혈압강하에 사용된 항고혈압제가 평균 2개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치료 항고혈압제 수가 2개인 경우는 집중과 표준조절군에서 각각 30.5%와 33.3%, 3개는 31.8%와 17.2%, 4개 이상인 경우는 24.3%와 6.9%에 달했다. 집중조절군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환자가 2개 이상의 항고혈압제로 치료받은 것이다. 혈압의 ‘the lower’를 위해서는 항고혈압제의 ‘the more’가 전제돼야 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혈압치료의 대명제
최근 고혈압 치료에 있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명제 중 하나는 “한 가지 루트만 표적으로 공략하는 항고혈압제 단일요법으로는 혈압을 정상화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고혈압학회(ASH)는 지난 2010년 이 같은 명제를 내세워 ‘고혈압 환자에서 병용요법’ 제목의 권고성명을 발표했고(J Am Soc Hypertens 2010;4:42-50), 2013년에 한 차례 업데이트를 거쳤다(J Am Soc Hypertens 2013;7:401-407).

성명은 단일요법으로는 고혈압 환자의 혈압 목표치 도달이 어려운 만큼 적절한 병용요법이 이뤄져야 하며, 병용과 복합제 선택 시 약물 간 상호보완 효과가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ASH가 인용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354개의 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RCT)을 분석한 결과 단일성분 항고혈압제의 평균 강압효과는 9.1/5.5mmHg에 불과했다(BMJ 2003;326:1427-1435). 이는 베타차단제, 이뇨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칼슘길항제(CCB) 등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발병기전만큼 다양한 항고혈압제

항고혈압제 치료에 있어 ‘하나보다 둘이 좋다’는 명제는 단순히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까지 병태생리학적 측면에서 고혈압 발생의 다양한 경로(physiological pathways)들이 밝혀졌다. 이를 기반으로 각각의 루트를 공략하는 새로운 계열의 항고혈압제가 탄생할 수 있었다.

차별화된 기전을 통해 질환의 원인이 되는 여러 표적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병용요법은 고혈압과 심혈관합병증 증가를 막는 데 필수적인 전략이다. ASH는 “고혈압 환자의 75% 이상에서 혈압 목표치 달성을 위해 병용요법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왜 병용요법인가?
고혈압 환자에서 항고혈압제 병용, 특히 고정용량 병용요법의 복합제를 조기적용하는 흐름은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다. 국내외 가이드라인들은 고혈압 환자에서 병용 약물치료의 일상적인 적용과 함께, 혈압이 160/110mmHg 이상이거나 20/10mmHg의 강압이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처음부터 병용을 시작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또 단독약제로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더블도즈(double dose) 용량이나 다른 약제로의 전환보다는 신속하게 추가적인 약물을 더하도록 패러다임 자체를 병용요법 쪽으로 가져간다. 이처럼 고혈압 치료에서 병용요법이 핵심으로 부상한 데는 그만큼의 이유가 있다. ASH 성명에 따르면, 약물치료의 유효성·안전성·순응도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효성
항고혈압제의 병용은 단일요법과 비교해 혈압강하력을 더 높일 수 있다는 데 기반한다. 서로 차별화된 기전을 통해 혈압상승의 원인이 되는 다른 타깃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ASH는 “일반적으로 상호보완 작용이 있는 계열의 약물을 병용할 경우 단일약제의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에 비해 5배 정도의 강압효과를 거둘 수 있다(Am J Med 2009;122:290-300)”고 밝혔다.

내약성
전반적인 내약성의 개선 역시 병용약물을 선택하는 데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약제를 늘리면 부작용 위험이 상승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약제 간 상호보완 작용으로 인해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추가되는 항고혈압제의 약물학적 특성으로 인해 초기 단일약제의 부작용 위험을 상쇄시킬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저용량 초기 단일약제에 또 다른 항고혈압제를 추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순응도
순응도는 항고혈압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 같은 혈압강하력의 두 항고혈압제를 놓고도, 순응도에 따라 효과의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순응도를 놓고 본다면 두 가지 이상 항고혈압제를 하나의 정제에 혼합한 복합제가 선호된다. 치료를 간편화시키고 알약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ASH는 복합제와 이를 구성하는 개별 약물을 비교한 9개 임상시험의 메타분석 결과를 인용, 복합제를 통해 약물 순응도를 26%까지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고혈압제 병용의 선택

 

ASH는 이뇨제, 칼슘길항제(CCB),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베타차단제 등 혈압강하와 함께 심혈관보호효과를 갖춘 약제를 주 계열로 2제병용 선택을 소개하고 있다. 한편 대한고혈압학회는 2013년 고혈압 진료지침을 통해 ACEI·ARB + 이뇨제, ACEI·ARB + CCB, CCB + 이뇨제 등을 주된 병용요법으로 권고하고 있다<그림>.

RAAS 억제제와 이뇨제
“ACEI·ARB·레닌 억제제와 저용량 티아지드 이뇨제의 병용을 통해 추가적인 혈압강하 효과를 충분히 담보할 수 있다. 이뇨제는 초기치료 단계에서 RAAS(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를 활성화시켜 혈관수축과 염분 및 수분저류(salt & water retention)를 야기한다. RAAS 억제제를 추가하면 이러한 이뇨제의 약리학적 보상반응(compensatory response)을 상쇄시킨 상태에서 강압효과를 늘릴 수 있다”.

RAAS 억제제와 CCB

“ACEI 또는 ARB의 추가를 통해 CCB의 내약성 프로파일을 유의하게 개선할 수 있다. 이들 약제의 병용으로 충분한 추가적 혈압강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RAAS 억제제는 항교감신경 효과를 통해 디하이드로피리딘 CCB에 동반될 수도 있는 심박동 증가를 완화시키며, 말초부종 역시 부분적으로 누그러뜨린다.”

CCB와 이뇨제

“이뇨제와 CCB의 병용 역시 부분적으로 추가적인 혈압강하에 기여한다. 이 같은 부가효과는 CCB가 이뇨제와 같은 정도는 아니지만 신장의 염분 배출력을 증가시키는 등 두 약제의 약리학적 특성이 겹치는 데서 기인한다.

베타차단제와 이뇨제
“베타차단제 역시 ACEI나 ARB와 같이 이뇨제 사용 시 동반되는 RAAS 활성화를 약화시키는 만큼, 두 약제의 병용은 충분한 추가적인 혈압강하 효과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들 개별 약제와 혈당내성 증가 등의 연관성을 고려해 두 약제의 병용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분류한다.”

CCB와 베타차단제
“두 약제의 병용은 베타차단제와 디하이드로피리딘 CCB의 경우에만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으로 사용이 권고된다. 반면 비디하이드로피리딘 CCB(베라파밀, 딜티아젬)와의 병용은 두 약제가 심박동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일반적인 사용은 하지 않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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