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목적·취지 애매한 그랜드피아노 구매 입찰 공고…논란 일자 자진 취소

1억 5000만원이라는 거액의 예산을 들여 직원 체육대회를 진행하려다 논란을 빚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이번에는 4000만원짜리 그랜드피아노 구매를 추진, 구설수에 올랐다.

심평원은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피아노 구매’라는 이름으로 입찰 공고를 냈다.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그랜드피아노 관련 입찰 공고서.

심평원이 이번에 구입하려 한 피아노는 야마하 그랜드피아노 c7x 모델 1대로, 벤치와 덮개를 포함해 책정된 사업예산은 총 4100만원이다.

심평원은 ▲제조업체 본사의 정품일 것 ▲신상품이어야 하며 생산 후 12개월이 지나지 않은 제품일 것 ▲벤치는 피아노의 색상과 동일하며, 견고한 재질의 제품일 것 ▲전용커버는 피아노의 다리(하부)까지 모두 커버해야 하며, 재질은 인조가죽으로 온도와 습도의 차단이 가능해야 한다 등을 세부적인 제품 요건까지 내걸었다.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입찰 공고했던 그랜드피아노의 악기 사양서.

심평원에 왜 4000만원짜리 그랜드피아노가 필요했을까? 심평원은 '지자체와 함께하는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공연‘이 취지라는 설명을 내놨다.

심평원 관계자는 “원주시에는 1000석, 700석 규모의 공연장은 있지만, 보다 소규모의 공연장은 없었다”며 “심평원 원주사옥 1층에 자리한 350석 규모의 강당에서 지역민을 위한 보다 많은 공연을 진행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내부적으로는 강당에 그랜드 피아노 설치가 필요했다"며 "뿐만 아니라 지자체 등에서도 문화공연 및 지역주민의 행사 등을 지원하기 위해 강당을 개방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피아노를 구매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피아노 구매 배경을 둘러싼 본지의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되자, 심평원은 입찰 공고를 돌연 취소했다.

이에 심평원 관계자는 "그랜드 피아노를 구매한 뒤 지역사회에 우리 원의 강당을 개방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일반 국민들이 오해할 여지가 있다"며 "보다 면밀한 검토를 거쳐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의료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국민이 납부한 건강보험료를 사용 목적이나 취지도 뚜렷이 밝히지 못하는 사업에 투입하려 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며 "집행하는 과정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해 스스로 공고를 내린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원주로 이전한 심평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외형 키우기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최근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원주로 이전하면서 서로 높은 건물을 세웠다고 자존심 싸움을 하더라”라며 “결국 그랜드피아노를 구매, 설치하겠다는 것도 외형적인 모습에 치중한 것 아니겠나. 서로 자신들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한 채 몸집 불리기에 급급한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심평원은 최근 직원 체육대회를 앞두고 1억 5000만원 규모의 행사 대행업체 선정공고를 냈다 도마 위에 올랐다. 비난 여론이 커지자 심평원은 체육대회를 취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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