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환자안전법 하위법령 이전 논의 내용과 달라" ... 전담인력에 대한 재정지원 필요

▲ 오는 7월 시행되는 환자안전법 하위법령에 대한 토론회가 16일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렸다.

환자안전법이 오는 7월 29일부터 시행을 눈 전에 두고 전문가 의견과 공청회를 다시 열어야 하다는 지적 등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환자안전법 하위법령 제정에 즈음한 전문가 및 의료현장 의련수렴 토론회'에서 한국의료질향상학회 이상일 부회장(울산의대 교수)은 하위법령이 이전 안들과 달라졌다며 자문위원회와 공청회를 다시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착잡하다"라는 말로 말문을 연 이 부회장은 곡식을 빨리 자라도록 하려고 이삭을 뽑아 올려 모두 죽어버렸다는 '알묘조장'이란 사자성어를 인용했다. 7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법 운영에 대한 예산이나 인력 등은 확보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병원 부담만 커져 오히려 환자안전이 후퇴할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이 부회장은 "환자안전위원회를 둬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의료사고예방위원회와 기능이 중복된다. 또 외부인사를 참여시켜여 한다고 명시했는데, 외부인사 참여로 오히려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내부인사들끼리도 잘 공개를 안 하는데 외부인사가 참여하면 누가 얘기를 하겠냐"라고 반문했다.

또 "국가환자안전위원회 구성에서 전문성 제고를 할 수 있는 전문가 비중을 더 높혀야 하고, 전문적인 독립기관이 필요하고, 경비지원도 현재의 '할 수 있다'에서 '한다'로 바꿔야 한다"며 "환자안전기준도 인증기준보다 더 높아 병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제시한 환자안전법 하위법령에 대해 대한병원협회도 몇 가지 불만사항을 드러냈다.

이왕준 병협 정책이사는 현장에서 자율성에 의해 자료가 모아지는 자율적인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현재 복지부 안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전문적인 독립기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과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기존 인력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전담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정부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전담 인력이 교육받고 실행하려면 재정이 있어야 한다. 전담인력 간호사의 자격도 현재 5년에서 2년 이상으로 자격 요건을 완하해야 한다"며 "많은 병원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시간을 갖고 500병상을 시작으로 차차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엄중식 정책이사는 의료관련감염부분을 환자안전에 포함하는 것은 반대한다며 분리해 운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환자안전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여러 면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엄 정책이사는 "감염발생과 환자안전은 개념이 다르다. 감염은 미생물 적인 추가적인 것이 포함된다. 완벽하게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최선을 다해도 일정한 비율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현재 감염관리실 인력이 모자란다. 만일 감염관리와 환자안전이 같은 선상에서 이뤄진다면 감염관리는 무력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감염 발생을 잘 찾아내 보고를 많이 하는 곳이 관리를 잘 하는 곳이다. 그런데 환자안전과 같이 사고의 개념으로 나가면 이런 작업들이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터져나오는 우려에 대해 정부도 답은 갖고 있지 않은 상태다.

정영훈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환자안전법이 제대로 작동할지 모르겠다"라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자율보고로 돼 있고, 사고들이 모여 자료분석을 해야 하는데 과연 분석할만한 자료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비밀누설 조항에는 형사처벌 조항이 있는데, 혹시 내부에 개인식별관련 정보가 밖으로 나갔을 때 일하는 사람이 불안할 수 있는데 이럴 때 어쩔 것인가에 대한 대안도 없다는 것이다.

정 과장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다"며 "의료기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가 너무 많고, 매뉴얼로 사고가 얼마나 줄었는지도 알 수 없다. 올해 시행되지만 정착이 될 때가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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