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주재 회의, 투자활성화 대책 발표...불법 의료행위 논란-의료민영화·건강정보 유출 우려 여전

정부가 보험사 등 민간업체들로 하여금 국민들에 '질병예방'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이른바 '건강관리서비스' 사업에 재시동을 걸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건강관리서비스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이번이 벌써 3번째. 앞서 정부는 지난 2008년과 2010년에도 의료산업선진화방안의 일환으로 제도도입을 추진했으나, 의료기관의 외면 속에 실패의 쓴잔을 맛본 바 있다.

정부는 17일 대통령 주재로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 등의 내용을 담은 '투자 활성화 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정부는 이날 고령화와 의료비 지출 증가 등으로 ICT, 웨어러블기기 등을 활용한 건강관리서비스업이 미래유망산업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밝히고, "국내에서는 아직 건강관리서비스의 정의와 비즈니스 모델이 불명확해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올해 3분기까지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새로운 서비스 영역창출을 지원하고, 의료행위가 아닌 질환예방이나 건강유지 등은 일반적 건강관리를 위한 서비스로 명확히 규정해 비의료인들도 해당 서비스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보건복지부

정부는 의료행위와 분리되는 건강관리서비스를 '건강의 유지·증진과 질병의 사전예방·악화방지 등을 목적으로 생활습관 개선 및 올바른 건강관리를 유도하는 적극적·예방적 서비스'로 잠정 정의했다.

또 건강관리서비스업체가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로는 ▲의료기관의 진단·처방을 토대로 한 사후관리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생활습관정보 축적·관리 및 이를 활용한 서비스 ▲맞춤형 영양·식단·운동 프로그램 등 설계 ▲금연·절주 등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상담 및 관련 용품 제공 등을 열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17일 전문기자협의회와의 통화에서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 차원에서 제안한 것"이라며 "영양과 식단·운동프로그램 등 의료행위가 아닌, 현재도 (비의료인의 참여가) 가능한 것들을 가이드라인을 통해 구체화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정부가 건강관리서비스 제도화를 추진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과 2010년에도 정부 주도로 제도화 작업이 강도높게 추진됐지만 의료기관 등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사실상 실패했다.

당시 의료계는 비의료인인 민간업체에게 질병예방사업을 맡기는 것은 정부가 나서서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일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복지부는 건강관리서비스가 의료서비스와 완전히 다른분야로 의사의 진료영역을 침범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오히려 의사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의료계를 설득하지는 못했다.

관련 입법 작업도 의료민영화 논란에 부딪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변웅전 의원과 손숙미 의원이 각각 건강관리서비스법, 국민건강관리서비스법의 입법을 추진했으나 "국민건강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 "개인 질병정보의 집적과 상업적 유출 위험이 크다"는 국회 내 반대여론에 밀려 법제화 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분위기는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대한의사협회 강청희 부회장은 "질환예방과 건강유지를 위한 서비스를 건강관리서비스로 분리하겠다고 하는데, 의료행위가 아닌 질환예방 행위라는 개념이 도대체 무엇인지, 또 민간업체에 축적되는 개인건강정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대형자본을 지닌 보험사들에 새 시장을 마련해주기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정책을 매번 의료 전문가인 의사단체와 논의 없이 독단으로 추진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대한약사회 윤영미 정책위원장 또한 "국민 건강관리는 전문가를 통해 이뤄져야 하며, 보건의료는 공공성과 안전성을 최우선에 두고 판단돼야 한다"며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논리에 입각해 이런 대책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는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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