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소견서비용 통상적인 급여와 달라...법에 정한 징수범위 넘어선 일"

아무리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되었다 하더라도 법률에 정한 징수범위를 넘어서까지 그 반환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는 최근 의사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징수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09년 10월부터 이듬해 6월경까지 B병원에서, 6월 이후부터는 B요양병원에서 각각 병원장으로 재직했는데 건보공단은 지난해 2월, B병원과 B요양병원이 의료법에서 정한 기준을 위반해 개설된 요양기관, 사무장병원이라는 이유로 A씨에게 의사소견서 발급비용 187만 1670원을 ‘장기요양기타징수금(부당이득금)’으로 환수한다는 결정을 통보했다.

이 금액은 A씨가 2010년 2월 5일부터 2013년 5월 31일까지 B병원, B요양병원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13조 등에 따른 장기요양인정 신청에 필요한 의사소견서를 발급해주고 그 비용으로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은 돈의 합계액이다.

건보공단은 A씨에게 환수통보를 하면서 근거 규정으로 구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43조를 들었는데 이 조항에 따르면 징수 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처분의 상대방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지급받은 비용, 또는 법률상의 원인 없이 지급받은 비용이 ‘재가급여’, ‘시설급여’ 또는 ‘장기요양급여’에 소요된 비용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에 불복한 A씨는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그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의 처분내용을 살펴보면, 처분대상이 A씨가 장기요양인정 신청을 하기 위해 필요한 의사소견서를 발급하는데 소요된 비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가급여, 시설급여를 포함하는 장기요양급여는 수급자에게 제공되는 행위나 현금을 말하는데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규칙 등에 따르면 장기요양인정을 신청하는데 필요한 의사소견서의 발급비용은 수급자에 관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수급자가 아닌 사람에 관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장기요양급여는 수급자에게 각종 활동을 지원하거나 수급자를 간병하는 행위 또는 이를 갈음하는 현금 등을 말하는데, 의사소견서의 발급은 이 같은 활동의 지원이나 간병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또한 재판부는 “처분의 경위를 살펴봐도 건보공단 스스로 처분을 내리면서 장기요양인정 신청에 필요한 의사소견서 발급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을 장기요양기타징수금(부당이득금)으로 분류해 통상적인 장기요양급여비용에 대한 징수처분과 다른 취급을 하고 있다”며 “의사소견서 발급비용은 재가급여, 시설급여, 장기요양급여에 소요된 비용이라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건보공단과의 소송에서 승소한 A씨는 “건보공단은 노인장기요양보험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 때 노인들의 중증에 따라 혜택이 달라지므로 이 분류를 위해 의사소견서 발급이 꼭 필요하다”며 “B병원이 사무장병원이기 때문에 의사소견서 발행비용까지 환수해간다고 했는데 이는 법률적 근거가 없는 처분임을 확인하고 행정소송을 제기, 승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건보공단의 무조건적인 처분에 법률적으로 잘 대응한다면 충분히 승소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