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 ‘민원 불과’ 발언에 의협 “민원으로 치부마라” 반박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놓고 의협과 한의협의 갈등이 날로 첨예해져가는 가운데, 한의사 혈액검사기사용과 관련된 복지부의 유권해석으로 또 한 번 갈등이 불거졌다.

 

한의사도 혈액검사기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복지부의 유권해석에 의협이 철회를 주장했고, 한의협은 이런 의협의 행동이 정치적인 쇼에 불과하며, 의협의 요구는 알려진 것과 달리 일개 민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편 것.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은 지난 29일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를 찾고 한의사의 혈액검사기사용과 관련된 복지부의 유권해석이 철회돼야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앞서 지난 2014년 복지부 한의약정책과는 한의사 혈액검사기 사용과 관련된 대한한의사협회의 질의에 대해 ‘채혈을 통해 검사결과가 자동으로 수치화돼 추출되는 혈액검사기를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유권해석은 지난 2011년 복지부가 ‘양방의학적 이론에 의한 혈액검사와 같은 의료행위는 한의원에서 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적이 있어 상반된 유권해석으로 인한 혼란이 초래됐다는 후문이다.

이에 의협은 대한내과학회,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대한소아과학회, 대한내과의사회,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와 함께 복지부 한의약정책과를 방문, 한의사가 혈액검사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복지부 유권해석에 대한 질의 및 시정요청 공문을 전했다.

의협은 복지부에 “한의사의 혈액검사기 사용은 한의사의 진단능력을 넘어서며, 국민의료비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혈액검사와 같은 검체검사는 검체채취보다는 검사결과 도출과정의 정확성과 판독의 적절성이 중요하고, 혈액검사 종류는 수백여가지가 있어 한의사는 검사의 의미나 결과 해석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부의 유권해석 당시 전문가단체의 자문을 구하지 않았다”며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것에도 주목했다.

이 같은 의협의 요구에 대해 복지부는 “현재 입장은 2014년 유권해석과 같이 자동적으로 결과가 추출되는 혈액검사기는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이지만, 혈액검사기를 사용하더라도 치료행위는 한방의료행위에 국한돼야할 것”이라며 “한의사가 사용이 가능한 혈액검사기의 구체적인 범위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답변했다.

여기에 유권해석을 함에 있어 내부적 토론, 법령 검토 등 내부절차에 따라 진행했지만 구체적 논의과정에 대해서는 다시 확인하겠으며, 앞으로 자문이나 의견조회 등 전문가와 소통을 강화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이에 의협은 의견조회 미시행 등 절차상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기 때문에 관련 질의사항에 대한 복지부의 답변을 받은 후 법적조치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이후에 발생됐다. 의협과 복지부가 한의사의 혈액검사기 유권해석을 두고 간담회를 진행했다는 게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한의협이 이를 비판하는 입장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한의협은 의협이 한의사의 혈액검사기 사용 유권해석 철회를 요구했다는 언론보도한 내용에 대해 “유치하고 무의미한 언론플레이를 중단하라”며 “해당 유권해석은 의협 전임 집행부인 노환규 회장 당시 발표된 것인데 이제 와서 유권해석이 잘못됐으니 철회하라는 주장은 전국의사대표자궐기대회를 앞둔 보여 주기식 선동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복지부에 확인한 결과, 의사들의 민원에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에 불과하며 극히 일부의 언론에서 마치 해당 유권해석을 재검토할 것처럼 보도한 것은 명백한 오보임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한의협의 비난에 대해 의협은 복지부와의 간담회는 단순한 민원이라고 볼 수 없다고 다시 반박했다. 의협을 비롯한 관련의료단체들이 복지부의 유권해석에 대해 정당한 문제제기를 한 것인데 이를 단순한 민원으로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의협 이성우 정책이사는 “한의협에서 말하는 것처럼 단순한 민원이 아닌 의협을 비롯해 관련의료단체의 전문가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유권해석에 대한 질의를 한 것이기 때문에 복지부 입장에서는 의협의 문제제기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의협 김주현 기획이사겸대변인도 “한의협의 비난에 대해 의협 대변인 입장에서 유감이라고 생각한다”며 “세계의사회 사무총장도 의료기기는 게임기가 아니라고 말했는데 의협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언론플레이로 몰아간다는 건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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