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협진 통한 고난이도 태아치료 국내 첫 성공

▲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원혜성 교수(왼쪽 두번째)팀이 태아에게 풍선확장술을 시행하고 있다

선천성 판막질환은 출생 후 여러 차례 심장수술을 받아야 하기에 아이는 물론 부모들에게도 큰 부담이었다.

그런데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에게 좁아진 판막을 풍선으로 넓히는 시술을 성공시켰다. 국내 태아치료 분야의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된 셈이다.


출생 후 여러 번 심장수술 받아야 하는 부담 덜었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원혜성·이미영 교수와 소아심장과 김영휘 교수팀은 선천성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앓고 있는 29주의 태아에게 대동맥판막 풍선확장술을 성공했다고 밝혔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이란 심장의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를 연결하는 문인 대동맥판막이 좁아져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아 심부전 등이 발생하고 심장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을 말한다. 선천성일 경우 임신 20주 전후 시기에 산전 초음파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는 쉽게 진단되더라도 태아기에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었다. 또한 출생 후에는 이미 상태가 악화된 경우가 많아 여러 번에 걸쳐 가슴을 절개하는 심장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사례의 서모씨(34세)도 임신 24주 정기검진에서 뱃속의 태아가 선천성 대동맥판막 협착증임을 알게 됐고, 일주일에 한 번씩 검사를 받던 중 태아의 증상이 점차 중증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전해들었다.

원혜성 교수와 이미영 교수는 태아의 심장을 초음파로 확인하면서 엄마 배를 통과해 태아의 대동맥판막까지 카테터를 삽입한 후 소아심장과 김영휘 교수와 장순덕 방사선사의 도움으로 풍선을 부풀려 좁아진 판막을 넓히는 시술을 처음으로 시도하게 됐다.

약 30분간 진행된 시술을 통해 좁아진 대동맥판막이 넓어지면서 태아의 심장기능은 73%까지 회복했다. 심장기능 50%이상이면 정상 범위기 때문에 현재로선 추가적인 심장수술도 필요하지 않다.

태아의 판막 풍선확장술은 지난 1991년에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는데, 현재는 미국 보스턴 어린이 전문병원에서 가장 많은 치료를 하고 있다. 2014년까지 이 병원에서 시행한 100례 이상의 시술에서 77%의 성공률을 보였으며, 그 중 절반 이상은 출생 후 수술을 시행하지 않고도 심장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돌아와 시술의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번 태아치료를 위해 산부인과와 소아심장과, 신생아과, 마취통증의학과가 함께 시술 전 시뮬레이션 등의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왔고, 유기적인 협진를 통해 국내 첫 태아의 판막 풍선확장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휘 교수(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심장과)는 "선천성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차츰 심해져 좌심형성부전 증후군으로 진행된 상태에서 태어나면 출생 후 단심실교정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진행되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으로 확인될 경우 태아시기에 풍선판막확장술을 시행함으로써 좌심형성부전 증후군으로의 진행을 막고, 출생 시 양심실교정까지 가능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원혜성 교수(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산부인과)는 "그동안 1100례 이상의 태아치료 경험과 진료과 간의 유기적인 협진으로 이번 태아의 판막 풍선확장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 향후 선천성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선천성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임신 중 초음파를 통해 비교적 쉽게 진단이 가능하다"며 "태아에게 이상이 발견되면 정기적인 검진과 함께 적절한 시기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는 지난 2004년 국내 최초로 개소된 이래 연간 4800여 건의 정밀초음파를 시행하고 있다. 태아션트수술 370건, 태아고주파용해술 60건, 태아수혈 102건, 태아내시경을 이용한 쌍태아수혈증후군 레이저 치료 106건을 포함해 1100례 이상의 풍부한 태아치료 경험을 가진 국내 최대의 태아 치료 전문센터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