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사대표자대회] 일부 회원, 회장 퇴진요구 시위-막판 몸싸움도...'갈라진 의료계' 씁쓸한 자화상

▲30일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 이날 의혁투를 중심으로 한 의사회원들은 행사장 뒤 켠에서 추무진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원격의료-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완전 철폐하라!"
"무능한 추무진 의협 회장은 즉각 사퇴하라!"

전국의사대표자들이 원격의료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철폐를 요구하는 궐기대회를 열었다. 그러나 추무진 의협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일부 의사회원들의 시위와 항의로 행사가 파행으로 끝나면서, 의사사회의 '자중지란'만 고스란히 드러내는 꼴이 됐다.

대한의사협회는 30일 의협 앞마당에서 '원격의료 저지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완전철페'를 요구하는 전국의사대표자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전국의사대표자 500여 명이 모여 뜻을 함께 했다.

▲대회사를 하고 있는 의협 추무진 회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추무진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우리는 국민건강을 지키는 의사이며, 국가로부터 의사면허의 독점적 권리를 부여받은 권리주체"라고 강조하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집행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반드시 국민건강을 수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 회장은 "국민들에게 행복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원격의료가 아니라 의사를 직접 만나고 치료받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일방적인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강행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독도가 우리 땅인데 다케시마라고 이름만 바꿔서 일본 땅이라고 어거지 쓰듯이 한의사들이 의사들의 고귀한 영역인 현대의료기기 사용 권한을 자기네들도 사용하겠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며 "면허범위를 넘어선 한방행위는 현행법을 무너뜨리고 나아가 법치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 비대위 이광래 위원장은 원격의료 정책 추진과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허용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이러한 우리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의료계는 전면파업을 위시한 모든 투쟁의 방법을 동원해 이를 막을 것이며,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의료전문가의 단합된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의사사회의 단결을 통해 궐기대회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의협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은 "그동안 의협과 대표자들의 역할에, 대외적인 수많은 압박과 진료영역 침범에 많은 회원들이 실망하고 지쳐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의협 집행부를 향해 "제발 회원들의 정서에 부응하고, 회원들의 절규에 좀 더 귀 기울여달라"고 촉구했다.

임 의장은 이날 궐기대회가 대정부 투쟁의 진정한 신호탄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임수흠 의장은 "더 이상 면피용, 대회만을 위한 궐기대회가 돼서는 안 된다"며 "우리들끼리 소리만 지르고 끝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행동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대회 이후에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더욱 더 중요하다"며 "진정한 투쟁이 없는 협상은 없다. 이제는 강도높은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의사대표자들은 이날 "안전불감증에 걸린 정부는 대오각성하고, 원격의료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완전 철폐하라"는 내용의 대표자 결의문을 채택했다.

집행부 사퇴 시위와 몸싸움...'갈라진' 의료계 한계 노출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이날 궐기대회는 대정부 투쟁을 위한 의사들의 결의를 다지는 자리였지만, 한편으로는 '자중지란'에 빠진 의료계의 현 상황이 그대로 드러난 자리이기도 했다.

이날 행사장 뒤켠에서는 의료계 임의단체인 의료혁신투쟁위원회 회원 등이 추무진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행사 중간중간 "부실, 무능 회무수행 불신임으로 응징하자" "원격의료 추진, 의협회장은 저지시킬 의지가 있는가" "무능한 추무진 회장, 즉각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행부를 비판했다.

행사 말미엔 몸싸움까지 벌어지면서 궐기대회는 결국 파행으로 끝났다. 의혁투 최대집 대표가 발언권을 요구하며 중앙 행사장 진입을 시도했고, 주최 측이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다툼이 벌어진 것.

이로 인해 행사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준비되있던 '투쟁 불꽃 점화식'이 취소되고, 행사가 급히 마무리됐다. 점화식을 앞두고 단상 앞에 인화물질이 준비되어있던 터라, 폭발사고의 우려가 컸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추후 발언권을 얻은 최대집 대표는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저지하라고 일을 맡겨뒀더니 의료일원화를 가져와 한방사에 의사면허를 주겠다고 하고, 리베이트 쌍벌제로 신음하는 회원들의 고충을 풀어달라는 회원들의 요구에도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런 사람이 의협 회장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최대집 대표와 회원들이 추무진 회장에 면담을 요구하면서, 재차 충돌이 일었다.

추 회장이 다음 스케쥴로 예정된 세계의사회 행사를 이유로 이동하려 하자 최대집 대표가 의협 관용차 앞에 드러눕는 아찔한 상황이 있었고, 관용차를 이용할 수 없게 된 추무진 회장이 도로변으로 이동하자 최 대표를 중심으로 한 회원들이 욕설과 고성을 퍼부으며 그를 추격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밤의 웃지 못할 추격전은 추무진 회장이 급히 택시를 잡아타고 떠난 뒤에야 마무리됐다.

▲의혁투를 중심으로 한 의사회원들이 추무진 의협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