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질환 관리, 최신근거로 무장 미래를 대비하다
소화기질환 관리, 최신근거로 무장 미래를 대비하다
  • 임세형 기자
  • 승인 2016.01.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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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화기질환 관리전략이 전반적으로 업데이트됐다. 대한간학회는 B형간염 및 C형간염 진료지침을,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는 만성 변비 진료지침을 업데이트했다.

관련 학회들이 최신 근거들을 분석해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간염 관리전략은 국내외에서 전반적인 틀이 변화하고 있고, 소화기 기능성 운동질환의 경우 국내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업데이트에 더 눈길이 간다.

게다가 각 진료지침에서 국내 사용가능한 약물과 함께 최근의 주요 근거들을 통해 효과를 보이고 있는 ‘신약’들도 이름을 올리고 있어 단순히 현재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질환 관리전략의 미래를 담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간염 → 간암’ 위험 공식 확인

 

소화기질환 진료지침에서 먼저 언급되는 분야는 간염이다. 국내에서 높은 유병률을 보인 B형간염은 물론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C형간염도 궁극적으로는 간암 등 치명적인 합병증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 간염의 날(7월 28일)을 맞아 B·C형을 포함한 간염이 궁극적으로는 중증 합병증 및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고 세계적으로 매년 100만명 이상이 B·C형간염 원인으로 사망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B·C형간염의 경우 혈액 및 체액으로 전파될 수 있는만큼 전파 위험도에 노출된 이들에 대한 적절한 선별검사를 간과할 수 없다.

게다가 간암이 국내에서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암종이라는 점도 간염의 적극적인 관리의 필요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2012년 기준 간암 사망률은 15.4%로 전체 암종 중 2위를 차지하고 있고, 40대와 50대에서는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이에 국내 간암검진 권고안(J Korean Med Assoc 2015;58:385-397)에서는 B·C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를 간경변증과 동일한 간암 고위험군으로 꼽았고, 고위험군에서 간암검진이 위험 대비 혜택이 있다며 6개월 간격의 초음파 및 혈청 알파태아단백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C형간염 관리전략의 패러다임 전환을 명시하다
‘간염 → 간암’이라는 고정된 공식이 재차 확인된 가운데 새로운 치료전략을 전격적으로 도입한 국내 C형간염 진료지침 업데이트는 소화기질환의 주요 논제다. 이번에 업데이트된 대한간학회의 C형간염 진료지침에는 최근 지속적으로 국내외 학술대회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된 직접바이러스작용제(DAA)가 추가됐다. 국내 도입과 함께 진료지침이 개정돼 시기상으로도 적절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소포스부비르를 필두로 한 DAA 전략은 단순히 새로운 치료약물들이 더해진 것이 아니라 치료전략의 전체적인 틀을 변화시켰다. 2015년 대한간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C형간염 진료지침을 발표한 한림의대 박상훈 교수(한림대강남성심병원 소화기내과)는 “관련 근거들에서 높은 지속적바이러스반응(SVR)과 안전성 프로파일을 입증받은 DAA 전략에 맞춰 세부적인 치료전략부터 평가까지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에는 기존 C형간염 치료전략이 페그인터페론과 리바비린을 주축으로 이뤄졌던 상황에서 DAA가 치료효과 상승은 물론 페그인터페론 경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전략도 제공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진료지침에서는 치료 전 평가도 DAA 전략에 초점을 맞춰 유전자형은 물론 유전자아형까지 확인하도록 했고, 이전 가이드라인에 없었던 유전자형에 대한 치료전략을 추가했다. 특히 아직 국내에서 승인받지 않은 DAA 전략도 최신의 근거들을 검토해 진료지침에 담은 부분이 눈에 띈다. 이에 박 교수는 “전문가들이 곧 국내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하는 약물들로, 이번 진료지침은 차후 DAA까지 포함한 국내 C형간염 관리전략을 다루고 있다”며 DAA 이후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C형간염 유병률이 비교적 높고 DAA 제제를 한 발 앞서 도입한 미국에서는 DAA 치료경험 환자에서의 관리전략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이제 국내에 DAA가 막 도입된 만큼 내성에 관련된 내용은 1~2년의 경험을 토대로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B형간염 내성 관리전략 공고
대한간학회 B형간염 진료지침도 업데이트 됐다. 핵심은 내성에 대한 현재의 치료전략이다.  2014년 발표된 B형간염 내성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라미부딘, 텔비부딘, 클레부딘, 아데포비르, 엔테카비르 내성이 발생한 경우 테노포비르 단독요법도 사용가능한 전략으로 제시해 관심을 모은 바 있는데, 이번 통합 업데이트에서는 추가적인 근거들을 분석해 내성치료에서 테노포비르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와 함께 라미부딘, 텔비부딘, 아데포비르 내성치료 전략을 통일했고, 초치료 전략을 테노포비르, 엔테카비르, 페그인터페론 알파로 정리한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치료전략만 추가한 것은 아니다. 가이드라인이 결국 임상현장에 적용돼야 한다는 점에 입각해 세부적인 내용들도 정리했다. 우선 WHO B형간염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자연경과 용어의 변화를 반영해 국내 진료지침에서도 ‘보유기’ 관련 용어를 삭제했다.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 위원장인 연세의대 이관식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는 “임상 전문가들이 다양한 가이드라인을 접하는 가운데 최대한 혼란을 줄이고 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다듬었다”고 배경을 밝혔다.

또 섬유화 정도 검사에 대한 혈청표지자나 탄성도검사 등 비침습적 검사를 할 수 있다는 내용과 간경변증 환자 중 혈청 HBV DNA 2000IU/mL 미만인 이들에게도 치료를 권고한 내용에도 무게를 뒀다. 이 교수는 “궁극적으로 임상현장의 치료전략이 가이드라인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라며 “임상현장에서 섬유화 정도 평가를 위한 검사는 이미 널리 시행되고 있고, 간경변증 환자에서의 치료 범위도 확장할 필요성이 제시되고 있다”며 관련 권고사항을 추가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2015년 11월 발표된 미국간학회(AASLD) B형간염 가이드라인에서는 테노포비르와 엔테카비르를 주축으로 간경변증 환자를 포함한 B형간염 관리전략을 제시했고, 일부 연구에서 제기된 테노포비르의 신장 및 골질환 관련 합병증 위험도 엔테카비르와 차이가 없다고 명시해 테노포비르 요법에 힘을 실었다.

식생활 서구화 + 사회 고령화 = 소화기 기능성 운동질환 증가
간염처럼 사망에까지 이르지는 않지만 삶의 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소화기 기능성 운동질환의 국내 양태도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능성 운동질환은 위식도역류질환(GERD), 과민성장증후군(IBS), 만성 변비, 소화불량증이다.

이 질환들은 식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서양’의 질환으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GERD의 경우 2000년대 초 연구에서는 3.5%였지만, 2009년도에는 8.5%까지 증가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내시경에서 발견되는 역류성 식도염도 2013년 조사결과 7.6%였다.
서양의 질환이라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고, 일부 서양국가의 유병률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국내 유병률 증가의 주요한 원인으로는 식습관의 서구화 그리고 사회 고령화가 꼽힌다. 두 가지 요인 모두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능성 운동질환의 유병률도 이에 동반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가 만성 변비 진료지침을 업데이트했다. 기존 가이드라인부터 4년의 공백이 있었던만큼 평가 및 치료전략에 대한 근거들을 분석해 권고사항을 추가했고, 특히 치료전략에서는 아직 국내에 승인되지 않았지만 주요 근거들에서 효과를 보인 약물들도 제시했다.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이풍렬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은 “만성 변비는 식습관에도 영향을 받지만 노인 환자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만성질환 동반율 및 치료약물에 의한 변비 유병률도 높아지고 있다”며 진료지침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상현장 - 최신 치료전략 간 가교역할 기대
이렇듯 국내 소화기질환의 양태 및 치료전략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진료지침 및 가이드라인은 임상현장의 전문가들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해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가이드’ 역할을 주문받고 있다. 이에 응하듯 각 학회에서도 임상현장에 장기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향에 입각해서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봉산개도(逢山開道) 우수가교(遇水架橋). 산을 만나면 길을 만들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는 말이다. C형간염에 대한 새로운 치료전략의 도입, B형간염 내성치료 전략, 점차 증가하는 기능성 운동질환 유병률 등 국내 소화기질환의 양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최근의 가이드라인들이 임상현장에 최신·최적의 관리전략을 전달해줄 수 있는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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