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리스본대학교 주앙 공칼베스 박사 조언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유럽 무대에 잇달아 선보이면서 덩달아 국산 바이오 기술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유럽시장에서 국산 바이오시밀러과 그 기반기술들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유럽이 바이오시밀러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인지, 또 의사들은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최근 한국MSD 심포지엄 참석차 내한한 포르투갈 리스본대학교 약학부 교수 겸 산하 의학연구기관 (iMed-Research Institute of Medicines) 총책임자인 주앙 공칼베스 박사를 만나 들어봤다.

iMed에서는 주로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바이오시밀러들의 약물 작용 기전을 규명하거나 품질(quality)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 포르투갈 리스본대학교 약학부 교수 겸 리스본대 산하 의학연구기관 (iMed-Research Institute of Medicines) 총책임자인 주앙 공칼베스 박사는 바이오시밀러 퀄리티(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와 함께 사후감시를 통해 나타나는 데이터에 대해서도 감추지 말아야한다고 조언했다.
유럽은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허가규정을 가장 먼저 만든 나라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무엇인가?

-약물 자체의 품질이다. 오리지네이터 제조사들과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이 고려하는 부분이 다를 수 있다. 오리지네이터는 환자군을 발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환자군은 이미 발굴이 됐기 때문에 이 환자들에게 가장 잘 맞는 약물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결국 오리지네이터보다도 약물의 품질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다. 따라서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는 많은 양의 품질 데이터를 허가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이처럼 유럽은 바이오시밀러 가이드라인에서 품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일단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네이터와 유사한 품질을 입증하면 오리지네이터와의 동등한 효과와 안전성을 보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바이오시밀러 제도나 허가상 시각이 조금 다르다는 시각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유럽 국가와 큰 차이를 보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구 등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유럽의 철학과 동일하다. 대신 유럽과 미국의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세부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는 데에 있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 유럽의약품청(EMA)이라는 허가기관에서 유럽집행위원회에 권고를 내리면 집행위원회에서는 권고 내용을 바탕으로 승인한다. 그 후 외삽, 교체 처방 등과 같은 세부 사항에 대한 규제는 각 국가별로 도입한다. 반면 미국은 전체 국가적인 차원에서 외삽, 교체 처방 등과 같은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이렇듯 유럽과 미국은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철학은 동일하나, 국가 시스템상 이를 이행하는 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이 바이오시밀러의 외삽을 인정하는 것은 동일한가?

-외삽은 원칙적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모두 인정된다. 미국은 이미 1차적으로 도입한 상태다. 3년 전 외삽을 인정하는 초기 가이드라인이 도입됐고, 이후 개정 및 수정 작업이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을 도입, 적용해서 최초 바이오시밀러 승인까지 마친 단계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한 번 제정된 가이드라인이 동결돼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1년에 1번 혹은 2년에 1번 등 정기적으로 수정될 수 있다. 이렇게 제정된 가이드라인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나올 바이오시밀러에 똑같이 적용될 것이다. 교체 처방의 경우 미국은 유럽과 달리 세부 가이드라인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따로 제정해 적용한다

유럽 의사들은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유럽은 2006년에 최초로 바이오시밀러를 도입했다. 현재의 바이오시밀러와 초기의 바이오시밀러는 큰 차이가 있다. 새로운 종류의 약물(New Class)로 구분될 만큼 초기의 바이오시밀러와 다르다. 초기의 바이오시밀러는 성장인자, 적혈구 형성 인자(EPO)와 같은 소단백 바이오시밀러였는데 이는 비교적 단순해 개발과 특성화하기 쉽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종양학이나 내분비내과 전문의들은 약 6~8년째 이런 바이오시밀러를 사용해오고 있다. 처음부터 의사들이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인식이 매우 긍정적이진 않았지만, 서서히 시간이 지나면서 높아지는 양상이다.

물론 시장과 의사 입장에서는 바이오시밀러의 품질이 왜 중요한지와 오리지네이터 대비 충분한 임상이 진행되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는건 당연하다. 무엇보다 임상 데이터의 양에 있어 오리지네이터와 바이오시밀러간 큰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서 궁금해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수용도가 높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이해도가 향상되면서 처방율이 증가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융합단백 제품인 에타너셉트나 단일클론 항체와 같은 바이오시밀러들도 이와 같은 추세를 따르고 있다.

포르투갈은 인플릭시맵 바이오시밀러가 처음 시판된 것은 2년 전이지만 지금에서야 의사들이 바이오시밀러의 작용 기전이나 개념에 대해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처방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수용도가 점차 향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에서 바이오 시밀러 처방률은 어떻게 되나?

-평균 20%의 바이오시밀러 보급률을 보이는데, 국가별로 편차가 크다. 노르웨이나 헝가리, 폴란드의 경우 지난 1~2년 사이 100%에 가까울 정도로 오리지네이터에서 바이오시밀러로의 교체 처방이 이뤄졌으며 그 이후 효과, 안전성, 면역원성 등에 있어 문제가 전혀 발생하고 있지 않다.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영국, 독일 등에서도 국가별 보급률에 있어 차이는 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안전성 관련해 우려는 없나?

-현재 우려될 만한 이슈는 없다. 유럽에서 인플릭시맵 바이오시밀러가 시판이 되고 있는데,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된 논문이나 초록은 단 1건에 불과하다. 해당 내용은 지난 해 유럽류마티스학회에서 아일랜드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발표 초록에 포함됐다. 하지만 해당 초록에는 애초에 인플릭시맵에 대해 반응이 없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데에서 한계가 있다. 폴란드의 경우 인플릭시맵 바이오시밀러 쪽으로 완전히 교체됐는데 특이할 만한 사항은 의사들이 조심할 수 밖에 없는 소아 환자들을 대상으로도 인플릭시맵 바이오시밀러를 처방하고 있다. 유럽학회에서 발표된 여러 논문이나 초록에서도 효과, 안전성, 면역원성에서 문제가 된다고 보고된 사례는 하나도 없다.

▲ 한국산 바이오시밀러의 가장 큰 장벽은 인지도라면서 다국적 제약사와 협력하면 기술력과 제조력 그리고 관리능력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산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가장 큰 장벽은 바이오시밀러 자체보다는 제조사다. 해당 제조사를 처음 접하는 의사들이 많아 어떤 회사인지, 기술력은 믿을만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류마티스 및 소화기내과 전문의들과 이야기해보면 그들은 바이오시밀러 자체도 생소해했음은 물론이고 일반적으로 접했던 제약사가 아닌 제조업체라 많이 낯설어했었다. 그 점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던 것 같다. 다행히도 해당 바이오시밀러 제조사의 기술력, 한국 바이오산업의 강점 등을 설명하며 극복할 수 있다.

앞으로 많은 한국산 바이오시밀러가 나올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의 바이오시밀러 제조사가 노력해야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제조사를 알리는 것에 중점을 될 것이 아니라 제품 품질 자체를 강조해야 한다. 한국 제약업계가 알려지면서 의사들은 제조사보다는 제품 품질에 관심을 보일 것이며, 그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것도 품질이라고 생각한다. 품질을 제공하는 제조사 또한 중요하지만, 과학기술력과 그를 바탕으로 일관된 좋은 품질의 제품을 잘 생산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다. 바이오시밀러 제조사는 투명하게 생산과정, 방법, 품질, 안전성 등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전적으로 모두 공개해야 한다. 제조공정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투명하게 시장과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특히, 의사들은 정보를 받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과정에서 신뢰가 쌓이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바이오시밀러 제조사가 데이터를 숨기고, 약물감시(Pharmacovigilance)를 게을리 한다면 의사들은 그 부분을 문제 삼을 것이다. 약물감시는 제품에 대해 미심쩍거나 제품에 대한 결함이 있을까 두려워서가 아니라 오히려 좋은 제품임을 알리기 위해서 약물감시를 실행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최근 허가된 브랜시스에 대한 평가는?

-시판 이후 데이터를 바탕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아직 브랜시스 관련 데이터가 많지 않은 편이 아니라 명확하게 판단하긴 어렵다. 하지만 지금까지 임상 데이터만을 놓고 볼 때 인플릭시맵의 바이오시밀러가 시판되자마자 보여주었던 것만큼 좋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오리지네이터 대비 면역원성이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놀랐다. 항체가 덜 생긴다고 해서 반드시 오리지네이터 보다 더 좋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효과는 비슷하지만 면역 시스템에 작용하는 것은 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유추도 가능하다.

한국의 많은 기업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 기업들에게 전해줄 말이 있다면?

-지금까지 축적된 모든 과학기술을 최대한 접목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바이오시밀러는 제네릭 생산과는 과학기술력에 있어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최대한의 기술력을 발휘해야 한다. 또 더 많은 데이터와 작용 기전 규명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제네릭은 상대적으로 메커니즘 자체가 중요시되지는 않지만 바이오시밀러는 메커니즘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이나 유럽 일각에서는 과학기술적 데이터가 충분히 강하다면, 임상이 불필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또한 분석이나 평가에 있어서의 민감도도 빼놓을 수 없다. 고감도의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세한 차이가 있기 마련인데, 그런 차이를 걸러내지 못하는 분석 방법이라면 믿음이 가지 않을 것이다. 오리지네이터와 바이오시밀러가 완벽히 동일하다는 데이터 결과는 오히려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두 제품 간의 미세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 차이를 짚어낼 수 있는 고감도의 기법이 총동원돼야 할 것이다. 게다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투명성도 중요하다.

코프로모션 차원에서는 다국적 제약사와 손을 잡는 일도 필요하다고 본다. 셀트리온이 홀로 유럽에 진출할 때 어려움을 겪었고, 호스피라와 함께 했었을 때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MSD나 바이오젠, 암젠 등과 같은 큰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입하면서, 회사의 공신력이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품질과 약물감시를 강조했는, MSD와 같은 큰 기업들이 약물감시를 관리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들 입장에서는 더 믿음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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