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술부 박상준 기자
한미약품와 다국적 제약사 간 성사된 신약후보물질 판매사례가 연일 국내 제약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모 상위권 제약사 회장은 "우리는 왜 못하느냐"며 자책을 했다고 들리고, 또 다른 대표는 당장 연구개발 비용을 늘리겠다고 한 것으로 보아 이곳저곳에서 적잖은 자극을 받은 모양이다.

한미는 지난해 11월 사노피와 당뇨신약 파이프라인 '퀀텀 프로젝트' 라이선스 아웃한데 이어 얀센과 당뇨·비만 치료 바이오신약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맺는 등 잇단 축포를 터뜨렸다.

2건의 기술수출로 얻는 수익은 6조원. 이들 중 계약금은 사노피로부터 4983억원, 얀센으로부터 1215억원이다.

이처럼 국내 제약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가 나오면서 한미주가는 9배까지 뛰었다. 현재 시가총액은 7조 2000억원이 넘는다.

이번 사례는 국내 제약사들도 하면된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여러가지 의미를 갖는다. 특히 단순히 '하면 된다'라는 뜬구름 조언에서 '이렇게 하니까 되더라'라는 구체적인 방법을 몸소 보여준 첫 사례로 기록된다.

한미의 성공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수많은 변화와 노력이 산물이다. 지난 10여년간 후보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매년 적자를 거듭하면서도 투자를 해왔다. 매출의 20%를 투자해왔는데, 그 과정에서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이라는 흉터도 남았다.

개발 도중 이미 세계적인 제약사들이 유사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 나올땐 자칫 불안에 떨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아직 아무도 개발하지 못한 기술(랩스커버리)을 갖고 있다는 확신과 믿음은 지속적인 투자를 가능케했다.

게다가 초기임상에서 나온 긍정적인 결과를 알리는 홍보전략으로 미국과 유럽 등 세계당뇨학회를 겨냥한 것도 주효했다.

한미는 초기 임상에서 확인된 효과를 알리기 위해 매년 수 억원 비용을 지불해가며 해외학회를 지원해왔다. 15분에 불과하지만 때로는 구연발표로, 때로는 포스터 발표 기회를 얻으면 이를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를 듣자면 매 순간 순간이 한편의 드라마다.

신약개발전문가의 역할도 컸다. 임상을 언제까지 진행하고, 만약 실패하면 어떤 전략으로 재도전해야 하는지 세부적인 것부터 임상전략, 홍보전략, 제휴전략까지 이 모두를 지휘한 숨은 공로자들이 있었던 것.

이처럼 다국적 제약사와의 계약은 전략적인 계획하에 끈기있기 투자하고, 기다릴 수 있는 회사만이 누릴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약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제약 일가 오너들의 이해도 필요했다. 한미약품이 그 결정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준비가 돼 있는 제약사는 아직까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번 사례를 보며 가장 반성을 많이 한 제약사는 유한양행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도 한미와 유사한 당뇨병 후보물질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도중에 여러 이유로 포기하면서 꿈을 접었다. 좀 더 개발에 투자했다면 또 다른 신약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연구 개발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후보물질 탐구에 투자하면 제2의 한미신화는 또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치매, 천식, 아토피, 휘귀질환, 암 등 현재 미개척 영역이 많다. 자극받은 유한양행은 당장 매출의 10%인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와 함께 연구개발 환경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과주의로 대변되는 국내 제약환경이 변해야 한다. 그 환경은 오너의 마음가짐을 비롯해 R&D 투자, 수출, 영업 및 마케팅, 기업문화, 인사정책 등 모두다. 이중 하나만 변하면 되는 것은 아무도 없다. 지금까지 많은 제약사가 매년 변화를 강조했지만 변하지 않았던 이유는 일부만 변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모두가 변해야 신화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입증한 만큼 아무쪼록 한미신화가 국내 신약개발 및 제약환경을 바꿔놓는 계기가 되기 바랄 뿐이다. 

한편 한미가 신약개발 노하우를 실천으로 알려줬다면 배워야하는 것도 있다. 한미의 업적을 상쇄시키는 요인은 투명성과 윤리성이다.

최근 몇년간 불법리베이트 기업으로 적잖게 거론됐고 최근에는 주식 내부자 거래 등으로 처벌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윤리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모든 것이 비록 개인의 실수라고 하지만 이역시도 교육적 측면에서의 회사측의 책임은 피할 수 없다.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을 팔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거대 제약사가 된 만큼 그 덩치에 맞는 도덕성과 윤리성을 갖는 것도 앞으로 이뤄야할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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