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과밀화 해소와 병의원 환자 회송 정책에서 현실 상황 제대로 파악 안돼

 

최근 보건복지부가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려고 비응급환자가 대형병원에 오는 것을 막겠다고 발표했다. 또 대형병원 환자를 병의원으로 회송하는 시범사업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두가지 정책 취지는 좋은데 과연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운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환자와 보호자를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에 대한 설득과 현장에 있는 의사들의 상황이 빠져 있다.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 해소' 대책은 경증환자가 대형병원(권역응급센터, 상급종합병원)응급실에 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구급대가 비응급환자를 대형병원 응급실로 이송하는 것을 제한하고, 만일 환자가 대형병원 응급실로 가면 중증도를 분류해 비응급환자를 중소병원으로 회송하겠다는 얘기다.

복지부는 병원측에겐 상급종합병원 인증평가에 이 부분을 반영하겠다고 했고, 환자들에겐 불응하면 본인부담금을 높일 예정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우리나라 환자들이 대형병원 응급실로 몰리는 이유는 "중소병원보다 낫겠지"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어서다. 그래서 비싼 비용도, 더 오래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하면서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는 것이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무조건 비응급인 환자들은 중소병원으로 회송할 것이라 했다.

앞으로 응급실 풍경은 아마도 이럴 것이다. 응급실에서 의사가 환자의 응급과 비응급을 구분하면 중소병원으로의 회송을 거부하는 환자들이 속출할 것이고, 의사와 환자 간에 목소리가 높아지는 일이 흔하게 벌어질 것이다.

환자나 보호자는 응급이라 생각하고, 의사는 비응급이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응급과 비응급을 구분하고, 환자를 설득하는 것이 진료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복지부가 시범사업을 준비 중인 '진료의뢰-회송수가'도 환자가 동참하지 않으면 시행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병의원에서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 의뢰를 하면 1만원, 상급종합병원이 의뢰한 병의원으로 환자를 회송하면 4만 2000원 수가를 지급해 환자가 적정한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 내용의 골자다.

이 사업도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병의원으로 가지 않겠다고 할 확률이 높다. 또 다시 환자와 의사는 설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정부가 정책을 시행하기 전 현장에 있는 환자를 설득하고, 현장에 있는 의료진이 처할 어려움을 고려하는 꼼꼼한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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