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장 현민수
순천향의대 교수
순천향대서울병원
심장내과
최근 '혈압 조절에서 ARB/CCB 복합제의 역할'을 주제로 좌담회가 개최됐다. 순천향의대 현민수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순천향의대 이민호 교수, 순천향의대 권순효 교수가 차례로 강연했고 이어 토론이 진행됐다. 본지에서는 이날의 강연 및 토론 내용을 요약·정리했다.









패널<왼쪽부터>
김혜정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박병원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서울병원 심장내과
박형규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방덕원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서울병원 심장내과
이경복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
전진석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서울병원 신장내과
한동철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서울병원 신장내과


고혈압 치료에서 병합요법의 중요성  
 
혈압 조절의 중요성과 그 실태
2013년 국민건강 영양조사 결과 60대의 약 50%, 70대 이상의 약 60%가 고혈압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조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혈압에 대한 환자 본인의 인지율, 치료율, 조절률은 60% 정도로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은 각각 전체사망률 2,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혈압 조절을 통해 심혈관사건을 감소시킬 수 있는데, 수축기 혈압 2 mmHg를 낮출 경우 허혈성 심질환을 비롯한 다른 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7% 감소시키고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도 10%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Lancet. 2002;360:1903-13). 하지만 실제로 1년 동안 약제를 사용하면서 추적관찰을 했을 때 50%의 환자가 낮은 순응도를 보였다(BMJ. 2008;336:1114-7).

이에 대한 다양한 원인 중 하나로 고혈압으로 인해 복용해야 할 약제의 개수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고혈압만 있을 때도 목표 혈압에 도달하기 위해 복용해야 할 약제가 2가지 이상인 경우가 많고 당뇨병이나 신장질환이 동반된 경우 3가지 이상인 경우가 많았다. 복용하고 있는 약제의 종류가 많을수록 순응도가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Arch Intern Med. 2005;165:1147-52).

병합요법의 장점
혈압 조절에서 병합요법이 가진 이점은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1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 결과 한가지 약제를 최고 용량으로 증량하는 것보다 다른 계열의 약제를 추가하는 것이 5배 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Arch Intern Med. 2005;165:1147-52). 최근 여러 가이드라인에서도 모두 병합요법을 권장하고 있는데, 실제로 thiazide,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ngiotensin ll receptor blocker, ARB),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억제제(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inhibitor, ACEI), 칼슘채널 차단제(calcium channel blocker, CCB) 간의 조합이 사용되고 있고, 그 외 베타차단제(beta blocker, BB)와 thiazide의 조합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때 ACEI와 ARB 조합은 권장되지 않는다.
한편 고정용량 복합제(single pill fixed dose combinations, SPCs)에 관한 메타분석에서 복약순응도 향상이 가장 큰 이득으로 나타났다(J Clin Hypertens. 2011;13:898-909). 또한 다른 연구에서도 SPCs 사용 시 각각의 약제를 복용하는 자유 조합 대비 순응도가 1년 내내 높게 유지됨을 확인했다(Curr Med Res Opin. 2010;26:2877-87). SPCs를 사용할 경우 순응도 향상뿐만 아니라 목표 혈압 도달률 및 유지율도 증가하고 궁극적으로는 사망률까지 감소시킨다는 메타분석 결과도 있었다(BMJ. 2006;333:15).

ARB/CCB 조합
Rationale and design of the avoiding cardiovascular events through combination therapy in patients living with systolic hypertension (ACCOMPLISH) 연구에서 ACEI를 기본으로 CCB 또는 thiazide를 추가해 비교했을 때, ACEI/CCB 조합 사용 시 심혈관계 예후가 우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외에 급성 심근경색 등의 각각의 요소를 비교했을 때도 전반적으로 ACEI/CCB 조합이 우월했다(N Engl J Med. 2008;359:2417-28)<그림>.

 
또한 ACEI 또는 ARB와 CCB의 조합은 당뇨병에 대해 중립적이거나 도움이 되는 반면 BB/thiazide 조합은 대사 측면에서 단점이 있기에 ACEI 또는 ARB와 CCB 조합의 효과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Lancet. 2007;369:1513-5).

복합제로 사용되는 CCB 중 amlodipine은 여러 대규모 임상을 통해 혈압 강하 효과뿐 아니라 여러 심혈관 보호 효과를 가짐이 입증됐다(Circulation. 2000;102:1503-10, JAMA. 2004;292:2217-25, Lancet. 2005;366:895-906, Circulation. 2006;113:1213-25,  Hypertension. 2006;48:374-84). 한편 ARB는 약제 별로 각각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Olmesartan은 효능이 강하며 반감기도 비교적 긴 편에 속하고 약제 또는 식품과의 상호작용이 거의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ARB/CCB 조합 시 추가적인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다. CCB는 동맥 혈관을 확장시켜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계(renin-angiotensin-aldosterone system, RAAS)를 활성화시키는데,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ARB를 투여해 예방할 수 있다. 또 CCB 투여 시 나타날 수 있는 말초 부종 역시 ARB 투여를 통해 RAAS를 억제시킴으로써 감소시킬 수 있다. 그 외에도 신혈관 확장 효과를 통한 신장 보호작용도 가지며, 궁극적으로는 고혈압 환자에서 심혈관질환의 이환율 및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장점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나 ARB/CCB 조합이 다른 조합에 비해 그 효과가 더욱 우수한 것으로 보인다(Drugs. 2011;71:2295-305).


적절한 고혈압 치료와 개별화된 의학의 필요성 

SPCs 제제와 적절한 조합
SPCs 제제는 주로 조절이 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 단순 고혈압 환자보다는 비만, 당뇨병 등 다른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아직까지 명확히 정해진 가이드라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SPCs 제제는 처방이 단순하고 복용이 간편하므로 환자의 순응도가 향상된다는 장점이 있으며, 비용상의 이점도 있다. 또한 순응도가 좋기에 치료 목표에 잘 도달할 수 있다. 반면 조합 약제 각각의 용량을 조절하기 어렵고 동반 질환이 있을 경우 관리가 편리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표>.

 
현재 사용되고 있는 ARB/CCB 복합제의 대부분은 amlodipine과 ARB의 조합이다. 1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ACCOMPLISH 연구에서 ACEI/CCB 투여군과 ACEI/thiazide 투여군 간의 수축기 및 이완기 혈압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단 혈압 강하 효과가 유사할지라도 심혈관계 예후에서 차이를 보였고 이러한 ACEI/CCB 조합의 우월성은 여러 대사 효과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N Engl J Med. 2008;359:2417-28). 우리나라의 경우 ACEI의 내약성이 좋지 않기 때문에 ARB/CCB 조합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ARB 선택에 관한 여러 연구 결과가 있는데, 그 중 몇 가지 연구에서 혈압 감소 효과와는 별개로 ARB의 부가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의 ARB는 분자구조에 따른 차이가 존재하긴 하지만 아직까지 특정 ARB가 다른 ARB에 비해 우월하다는 근거는 약하다. 또 이에 관한 대규모 연구는 거의 진행되지 않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개별화된 의학
고혈압 환자가 내원했을 때 환자의 표현형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가에 대한 적합한 가이드라인이나 제안된 검사는 아직까지 없는 실정이다. 또 한 연구에 의하면 고혈압에 사용하는 ACEI는 10~30%만 효과가 있으며 심부전에 사용하는 BB는 25% 이내, ARB는 50% 이내에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는 약제들이 100% 모든 인구 집단에게 맞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어떤 약제가 어떤 환자에게서 효과가 있는지, 이상사례를 보일 수 있는지 선별해 내는 것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에 의사가 환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혈압을 자주 측정하면서 환자가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면 다른 약제를 시도해보는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질환의 표현형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인자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연구 결과가 필요하다. 현재 독일에서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개별화된 의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참여 환자들은 시작 당시 제2형 당뇨병, 심부전 등을 이미 동반 질환으로 갖고 있었으며 이에 각각 환자들에게 개별화된 치료를 시행하기 위해 분류를 한 후 추적 관찰을 통해 목표 혈압 및 혈당에 도달하는지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대규모 분석을 할 것이다.

과거에는 임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주로 치료법을 결정했지만 최근 만성 질환의 경우 기존의 근거 중심 의학 개념이 개개인의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의학이 좀 더 세부적이고, 특이적인 치료로 바뀔 것이라 기대한다.


Discussion

이경복: 권순효 교수가 언급한 독일 연구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에게 BB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carvedilol, nebivolol과 같은 새로운 BB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방덕원:
저도 50세 이하의 환자에서는 BB를 기본으로 하고 그 다음 CCB나 ARB를 사용합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내원 당시 빈맥 등이 많이 동반되는데 BB 사용 시 개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민수:
영국 의료의 트랜드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처방을 단순화하고 비용을 경감시키고자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가이드라인의 존재는 처방에 대한 이해를 돕기도 하지만, 환자에 따라 개별화된 처방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환자에 맞게 처방을 개별화해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거 중심 의학도 제한된 환자군을 바탕으로 하므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경복:
저도 개별화된 약제 처방에 관해서는 동의합니다. 뇌졸중도 복합된 위험인자들이 동반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현민수:
ARB/CCB 복합제 선택 기준은 무엇인지요?

김혜정:
저는 미세알부민뇨(microalbuminuria)가 있는 환자에게 사용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진석:
단백뇨가 동반된 당뇨병 환자에게 ARB/CCB 복합제를 사용합니다.

박병원: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해 선택합니다.

이경복:
뇌졸중에서는 ARB와 CCB의 근거가 비슷합니다.

한동철:
선호하는 ARB에 맞춰 복합제를 선택해 사용합니다.

박형규:
저도 먼저 ARB 선택을 고려하고 그에 맞는 복합제를 선택합니다.

현민수
: 기본적으로 ARB/CCB 복합제는 2가지 약제가 균형을 이루기에 부종을 경감시키지만 간혹 부종이 오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하시는지요? 혈압을 좀 더 감소시켜야 하나 ARB를 증량하기 곤란한 경우, amlodipine 대신 이뇨제로 변경할 수도 있고 아니면 S-amlodipine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ARB/CCB 복합제 사용에도 부종이 존재했을 때  S-amlodipine을 1~2주 사용해 호전됐던 경험이 있습니다.

김혜정:
저는 약제를 중단하고, 다른 약제의 용량을 증량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는데 또 다른 선택지가 생긴 것 같습니다.

방덕원:
ARB/CCB 복합제를 사용하는 여성들에서 부종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thiazide를 추가하거나, amlodipine을 제외한 다른 CCB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S-amlodipine은 기존의 amlodipine보다 이상사례 발생이 적고 lercanidipine은 다른 기전으로 작용해 단백뇨 및 혈관 보호 효과가 있기 때문에 CCB 선택의 폭을 다양하게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권순효:
SPCs 제제 관련 논문에서 CCB에 관한 언급은 별로 없었습니다.

방덕원:
사실 오히려 CCB의 이상사례가 더 많습니다. 선택하는 입장에서는 amlodipine보다는 S-amlodipine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민수:
로디비카®는 다른 복합제와 달리 CCB 용량을 2.5/5 mg, olmesartan 용량을 20/40 mg으로 다양화해 4가지 조합이 가능합니다. 복합제는 용량 선택이 힘든 단점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 편리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형규:
저는 CCB나 ARB 중 1가지를 사용하거나 2가지 모두를 사용하다가 약제를 변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혈압이 어느 정도일 때 처음 내원했을 때부터 ARB/CCB 복합제를 사용하는지요?

현민수:
가이드라인에서는 160/100 mmHg 이상일 때 처음부터 약제를 조합해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여러 종류의 약제를 사용하면 저혈압 위험성이 있을 수 있고 고령의 환자도 많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여 점진적으로 증량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박병원:
말씀하신 대로 고혈압이 심한 환자나 고령의 환자에게 무조건 처음부터 복합제를 투여하는 것은 재고해야 합니다. 다만 예전에는 환자에게 약제를 추가하는 것에 거부감을 많이 느꼈는데 복합제를 통해 실제로 환자의 순응도가 많이 개선된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메디칼라이터부
 사진·고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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