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의료이용지도' 심포지엄서 최초 연구발표…정책 개입 필요성 제기

▲ 서울의대 김윤 교수.

500병상 이상 대형병원의 병상 비중이 큰 지역일수록 의료효용이 증가해 주민 사망률을 낮춘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최근 10년 동안 급증한 국내 의료기관 형태는 주로 100~300병상 규모의 중소병원으로, 이들 기관의 경우 개설이 늘어도 사망률 등을 의미 있게 감소시키지는 못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강당에서 열린 '합리적인 건강보험제도 운영을 위한 의료이용지도 활용방안'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어떤 지역에 병상공급량이 늘어도 사망률은 낮아지지 않지만,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구성비는 높을수록 사망률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0병상 이상 병원이 전체 병상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과 대형병원이 전무한 지역의 사망률 격차는 20%에 달했다. 대형병원이 밀집한 지역이라면 해당 주민이 사망할 확률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얘기다.

대형병원 구성비가 높을수록, 의료서비스 수급이 지역내에서 이뤄지는 비율을 뜻하는 자체충족률 또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국내 의료기관의 평균 자체충족률은 64.2%로, 적게는 29%부터 많게는 90%까지 극심한 편차를 나타냈다. 이는 미국에 비해 20%, 스위스 대비 10% 떨어지는 수준이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병상이 공급되면 입원건수를 증가시키는데, 500병상 이상의 병원이 늘어나면 지역내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만들어내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의료취약지역에 한해 민간병원의 인수합병을 허용하고, 가산수가 등의 형태로 비용을 보전해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기업을 구조조정하듯 병상도 공급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15일 건보공단 대강당에서 열린 '합리적인 건강보험제도 운영을 위한 의료이용지도 활용방안'.

500병상 미만의 병원은 지역 사망률 등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므로, 국가가 나서 취약지역 대형병원 건립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귀결일까?

토론에서 나선 한 패널은 고개를 저었다. 

건국의전원 이건세 교수(예방의학교실)는 "국가가 시설투자를 해주더라도 병원이 돈벌이를 알아서 해야하는 상황에서, 공급자에 대해 어떤 정책수단이 가능할지 연구목적 자체를 고민해봐야 한다"며 "자료를 보면 500병상 병원이 없는 지역은 병원이 있으나마나 하다는 이상한 결론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발표에 따르면 아프고 괴로운 환자를 가장 가까이서 돌볼 수 있는 동네의원을 평가절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왜 500병상 이상 병원 구성비가 높은 지역 사망률이 낮은지 원인에 대한 분석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병상관리와 의료효과성에 대한 연관성을 규명한 첫 데이터라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임을기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정부에서 병상부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인력, 장비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의료효과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성과가 정책적으로 연계되기 위해서는 진료권역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 시도 단위의 허가권과 진료권역이 불일치하면 정책적인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며 보다 심층적인 연구와 논의를 과제로 언급했다. 

건보공단 성상철 이사장은 "의료이용지도가 의료자원의 적정공급, 대형병원 환자 쏠림 및 의료취약지 해소 등 의료의 질과 효율을 개선하는 핵심도구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구 발전시킬 것"이라고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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