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품목으로 행정처분 스위칭·금액 축소 의혹 등 논란

 

쌍벌제와 투아웃제 등 정부의 리베이트 규제는 강화됐지만 실제 적용되는 행정처분의 강도는 높지 않아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적발해도 제약사의 로비에 따라 금액이 축소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거론되는가 하면, 급여삭제 등 행정처분을 받아도 상관없는 비주류 품목으로 스위칭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것. 최근에는 검찰의 수사 의지가 약해졌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리베이트 처분 현황은 어떠한지, 또 제약업계와 정부 당국의 리베이트 근절 의지는 어느 정도인지 살펴봤다.

타격 없는 행정처분에 '업체 감싸기' 의혹

최근 한 업체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리베이트 적발에 따른 '해당 품목 판매업무정지 3개월'의 처분을 받았지만, 해당 A제품은 지난해부터 생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A제품의 2013년 생산실적은 약 95억원 규모에 달했지만 지난해 1분기 13억원, 2분기 12억원, 3분기 1700여만원으로 줄어들다가 4분기 생산실적은 전무했던 것.

반면 리베이트에 연루되지 않은 같은 브랜드의 B제품은 올해 3분기까지 약 55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하며 판매되고 있어 "의도적으로 생산하지 않는 품목이 행정처분 되도록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해당 제약사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며 "현재 처방되는 품목이 기존 제품의 크기, 함량 등을 개선한 제품인데 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기존 제품은 생산을 안 하게 됐고,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며 자연스럽게 스위치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상위제약사의 C제품도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처방액이 7억원으로 미미한 품목이고, 또 다른 제약사의 D주사제도 3분기까지 처방액이 14억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처분 대상에는 대형 품목도 있었지만 처분 강도는 미미했다. 모 다국적사의 E항암제는 최근 '해당품목 판매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갈음한 과징금 부과' 행정처분을 받았는데, 해당 품목이 분기별로 평균 70억원 이상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한 분기에 해당하는 3개월 판매금지를 대신한 과징금은 단 2억원에 그쳤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E항암제는 사실상 대체품목이 없는 제품이기 때문에 과징금으로 갈음했다"며 "처분 기준과 금액 산정은 '과징금 부과 처분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또 판매업무정지 처분을 받아도 제약사는 타격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가 행정처분 대상을 미리 공지하기 때문에, 해당 품목 처분 전에 유통업체·약국 등에 제품을 사전 공급하고 판매업무정지 기간 동안 미리 넣어둔 수량을 소진하면 된다는 것.

식약처 측은 "판매업무정지 기간 중 판매한 것이 적발되면 해당 품목을 허가 취소하는 규정이 있고, 식약처도 사후관리 차원에서 이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 그러나 이걸 미리 깔아두고 처방이 나오도록 하는 것은 규정상으로 제재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식약처의 행정처분이 미미함에도 제약사들이 대형 품목에 대한 적발을 피하고자 하는 것은 복지부의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적용되면 최종적으로 급여가 퇴출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출처 : 보건복지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부당금액이 500만원 미만이면 1차 경고에 그치지만, 3차까지 위반한 것으로 적발되면 부당금액에 상관없이 급여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일부 제약사는 대형 품목의 리베이트 관련성을 배제하기 위해 소송도 불사하는 상황이다.

모 제약사의 경우 적발 시기상 리베이트 투아웃제 적용 대상은 아니었지만 리베이트 약가인하 연동제로 인해 주요 품목이 약가인하 처분을 받게 됐다. 해당 제약사는 "리베이트 제공 혐의는 인정하지만 증거자료가 없는 품목들은 인정할 수 없다"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투아웃제에 걸리면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이기 때문에 대형 품목의 경우 리베이트와 연관되면 제약사는 타격이 어마어마하다"며 "리베이트가 적발되더라도 대형 품목은 약가인하 타격이 커서 연관성을 부인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R&D 잘하면 봐준다? 의료계도 '발끈'

의료계 일각에서는 혁신형제약기업의 경우 리베이트로 적발돼도 인증 취소 등 처벌 기준이 약하다고 주장한다.

전국의사총연합은 복지부가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의 혁신형제약기업 인증 취소 기준을 마련했지만, 관대한 기준을 적용해 상당한 정도의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돼도 인증에 지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종 취소기준을 리베이트 제공금액이 아니라 과징금 누계액 기준으로 바꾸고,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기준도 6억원 이상으로 아주 높게 설정하는 등 혁신형 제약기업의 편의를 봐줬다는 것.

전의총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민원을 신청했고, 복지부는 최근 이에 대한 답변을 통해 과징금 누계액이 6억원 이상인 경우 이외에, 약사법에 따른 과징금 누계액이 2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도 인증을 취소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또 복지부는 쌍벌제 이전이 아닌 이후 리베이트 행위에 대한 인증취소기준을 마련한 것과 관련해 "쌍벌제 시행 이전 리베이트 행위는 제약업계에 만연한 영업관행이었으나, 쌍벌제 시행을 계기로 불법 리베이트 근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제약사들도 자발적인 척결 의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에 전의총 관계자는 "쌍벌제 이전에는 의사들도 불법이라는 인식이 없었고 정부도 당시 행정처분한 적이 없었는데, 혁신형 제약기업과 달리 의사들에 대해서는 법을 소급적용하면서까지 자격정지 처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제약산업 리베이트 근절 '한목소리'

한편 정부와 제약협회 등은 리베이트 근절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그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이선영 과장은 "처벌 대상에 가능한 요건을 갖추면 엄격하고 신속하게 처분하려 한다. 지금 어느 때보다도 제약사 내부적으로 CP규제가 강화되고 리베이트를 근절하려 하는데, 엄격하고 단호하게 처분하는 모습을 보여 리베이트나 유사행위를 하면 안 되겠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제약협회는 내년에도 윤리경영 확립을 위한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며, 자율점검지표 등 회원사가 실천할 수 있고 실효성이 있는 정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윤리경영을 하는 회사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산업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도 제약사도 최근에는 리베이트 척결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지만, 리베이트가 제약업계의 오랜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만큼 실효성을 보려면 뜨끔할 정도의 처분과 방향성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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