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성 비편평세포폐암 환자에 새로운 옵션

최근 들어 새로운 폐암 치료제가 잇달아 나오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환자들을 위한 약이다. 폐암은 소세포암(SCLC)과 비소세포암(NSCLC)으로 나뉘는데 국내 폐암환자의 10명 중 8명 가량은 비소페포암이다.

비소세포암은 다시 세포조직에 따라 선암, 편평세포암, 대세포암, 기타 미분류암으로 나뉜다. 선암이 약 65%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편평세포암은 30% 정도다. 대세포암, 기타 암이 5% 수준이다.

편평세포암이 아닌 나머지는 비편평세포암인데 이 경우 유전자 변이 검사를 통해 치료가 결정된다. 최근 약물인 아파티닙을 비롯해 기존의 이레사와 타세바는 모두 EGFR 양성인 환자에 쓸 수 있다. 젤코리는 ALK 양성 환자를 위한 약이다.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지 않는 나머지 환자들은 치료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최근 신생혈관억제제인 베바시주맙(제품명 아바스틴)을 같이 쓰면 생존율을 늘릴 수 있다. 때문에 미국은 가이드라인에서도 권고하고 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는 아바스틴의 폐암 효과를 연세의대 조병철 교수(종양내과)와 나눠봤다.

▲ 연세의대 조병철 교수

Q. 아바스틴이 폐암약이라는 인식이 낮다. 폐암효과를 입증한 최초의 임상은 무엇인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티로신 키나제 저해제(TKI)와 종양의 성장, 확산과 연관된 단백질인 혈관 내피 성장 인자(VEGF)와 는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여러 임상을 통해 입증됐다. 이를 바탕으로 진행된 연구가 ECOG 연구이다.

2006년 NEJM에 신생혈관억제제 아바스틴이 비소세포폐암에서 전체 생존기간을 연장시킨다는 연구가 처음 발표됐다. 표적 치료제가 대중적이지 않았을 때 당시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평균 수명은 약 10개월 정도였다. 그런데 아바스틴을 사용한 군에서는 12개월 이상의 수치를 보였다. 무진행 생존기간 또한 2개월 더 연장했다. 당시 연구가 발표됐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전세 생존율을 1년을 넘긴 매우 중요한 연구라고 평가했다.

Q. 하지만 추가적으로 나온 AVAiL 연구에서는 실패하지 않았나?
아바스틴이 폐암환자의 생존율 입증에 성공하면서 여러 제약사들이 다양한 조합으로 폐암 환자 대상 신생혈관억제제 임상을 진행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특히 ECOG 연구 결과와 달리 AVAiL 연구에서는 전체 생존기간 연장을 입증하지 못했고 아바스틴뿐 아니라 타 신생혈관억제제(antiangiogenic agent)도 이후 여러 임상에서 전체 생존기간을 입증하지 못했다. 그에 따라 신생혈관억제제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 것이고 결국 급여 적용까지 어려워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은 아바스틴을 전이성 비소세포폐암환자에게 쓰고 있다. 그 배경은 무엇이며 또 어떤 조합으로 쓰이나?
전이성 및 난치성 폐암환자들을 위한 옵션은 매우 제한적이다. 때문에 미국과 유럽은 ECOG 연구 등을 근거로 베바시주맙을 포함한 요법을 1차 요법으로 권고하고 있다.

NCCN(미국암종합네트워크) 가이드라인, 유럽종양학회(ESMO) 가이드라인 모두 선암 및 대세포 4기 환자에 아바스틴을 알림타와 같이 쓰고 있다.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제로는 전체 생존기간을 입증한 아바스틴과 파클리탁셀 및 카보플라틴을 권고하고 있으며, 비편평상피세포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는 페메트렉스드 및 시스플라틴 조합 혹은 아바스틴과 페메트렉스드 및 카보플라틴이 권고되고 있다.

Q. 아직 국내 폐암환자들에게 아바스틴을 쓰는 것은 제한적이다. 필요성을 강조한다면?
아바스틴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가 분명히 있다. 데이터를 보면 아바스틴에 대한 환자 반응률은 약 30%로 기존 항암화학요법에 비해 두 배 가량 높다. 특히 뼈, 뇌, 간에 전이된 상황이면 아무리 젊은 환자라고 해도 상태가 좋지 못하다. 그런 환자는 종양 부담(tumor burden)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어떤 치료를 해도 효과가 떨어진다. 증상도 심각해서 증상 완화를 위한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응률이 약 30%라는 것은 그만큼 빨리 종양 크기를 줄여줄 수(tumor rejection)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빠른 증상 완화를 통해 환자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바스틴이다.

Q. 특별히 아바스틴에 반응이 좋은 환자가 있나? 반대로 사용하기 어려운 환자도 설명해 달라.
아바스틴은 대다수 전이성 비편편세포폐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단 사용하면 안 되는 환자는 출혈 반응이 있는 환자다. 이는 가이드라인도 잘 나타나 있다. 또 편평상피세포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대해서는 적응증이 없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중앙 공동성 병변(central cavitary lesion)이 있는 환자도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Q. 치료과정에서 삶의 질은 어떤가?
나쁘지 않다. 어차피 기존 항암화학요법을 받으면서 동일한 치료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출혈을 주의해야 하지만 가이드라인에 맞춰 사용하면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

Q. 최근 일본인을 대상으로 EGFR 양성 환자에서도 효과가 입증됐다. 어떻게 전망하나?
일본에서 EGFR 양성 환자(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타쎄바 단독 투여군과 타쎄바와 아바스틴을 병용 투여한 군을 비교한 무작위 2상 임상에서 타쎄바와 아바스틴 병용 투여군의 전체 생존기간이 상당히 유의하게 증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JCOG라는 3상 연구를 진행 중에 있으며 이를 다시 한번 지지하는 유럽 데이터가 최근 보고됐다. 유럽 데이터도 여전히 EGFR 양성 환자에서 타쎄바 단독 요법보다 타쎄바와 아바스틴 병용 투여군이 좋은 결과를 보였다. 일본에서 3상 임상 결과가 나오면 보다 확실해질 것으로 본다.

Q. 아바스틴 국내 급여화를 위해 학회차원에서 추진해왔는데 현재는 어떤 위치인가?
과거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차원에서 아바스틴 급여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있었다. 또한 일부 의료진은 아바스틴 급여 적용에 동의했으나 다른 의료진은 가격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있어 결론적으로 급여에 실패했다. 현재도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내부적으로 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Q. 앞으로 폐암 치료 영역에서 해결해야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타깃은 손에 꼽을 수 있다. EGFR mutation, ALK fusion, ROS1 fusion 및 BRAF mutation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현재 NEJM에서 발표가 되어 처방이 가능한 약제도 앞서 언급한 정도이다.
현재 국내 폐암 환자 현황에서 최대 20~30% 환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70%는 타깃이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기존 항암화학요법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차세대 시퀀싱(sequencing, 염기서열 분석방법)을 이용하여 모든 환자의 종양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퀀싱을 시행하면 굉장히 많은 데이터가 실시간 발생한다. 환자를 다급하게 치료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가바이트 혹은 테라바이트 정도의 대용량 시퀀싱 데이터 베이스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인프라가 선진국에 비해 굉장히 부족하다.

Q. 폐암 전문의로서 타깃항암제급여에 대한 정부의 건의사항이 있다면 무엇인가?
환자마다 종양의 발생 원인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개인별로 맞춰서 치료하는데 한계가 있다. EGFR 변이는 운이 좋게 100명이 발병하는 20명이 EGFR 변이였기 때문에 약제의 타깃을 찾은 것이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개별적인 원인으로 발병하기 때문에 치료가 까다롭다.

이에 따라 신약을 개발할 때 글로벌 제약사가 100명을 선별했을 때 1명이 나올까 말까 한 약제를 개발하기에는 비용적인 부담이 크다. 또한 개발을 했다고 하더라도 FDA에서 승인을 해줄지도 의문이다. 약제 개발 비용을 보상해줄 것인지에 대한 허들이 있다. 결국 이런 환자에게 맞춤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제약사, 연구자, 지역사회 및 정부 등에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100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환자라고 하더라도 환자는 환자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이렇듯 긴밀한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약사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신약을 개발했는데 승인이 되지 않을 경우, 정부는 고가의 약을 단 한 명의 환자를 위해 승인하고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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