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취임 100일 앞둔 정진엽 장관 "복지부, 내부서 들여다 보니..."
"의료인의 국가 이익 창출, 의무이자 책임...의료영리화 생각해 본 적 없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변화'를 예고하고 나섰다. 메르스 후속조치 이행 등 당면 현안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된 만큼, 이제 자신만의 '색깔'을 내겠다는 각오다. 원격의료와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 법률 현안과 관련해서는 "오해가 많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오해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또 국민과 의료계 모두를 위한 올바른 의료정책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단체들과 대화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정진엽 장관은 취임 100일을 즈음해 최근 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복지부 장관으로 지낸 지난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각종 보건의료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정 장관은 1980년 서울의대를 졸업했으며, 이후 30년간 진료와 의료교육 현장에 몸 담아왔다. 서울대병원을 거쳐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교육연구실장과 정형외과장, 원장을 지냈으며, 메르스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8월 27일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됐다. 복지부 장관에 의사가 임명된 것은 주양자 전 장관 이후 17년만의 일이다. 지난 100일, 정진엽 장관은 메르스 사태 후속조치 이행과 국정감사 등으로 그야말로 폭풍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 "조금 차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Q. 장관으로 취임한 지 어느덧 100일이 되어 간다. 어떻게 지냈나?

정신없이 지냈다. 몸무게도 많이 빠졌고, 그 사이 여름과 가을이 지나갔는데 계절이 바뀐지도 모를 정도였다. 반대로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듯한 느낌도 든다. 복지부 업무가 워낙 방대하다보니 공부를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보건분야는 들으면 바로바로 아는데, 복지분야를 좀 헤맸다. 이제 복지분야도 큰 틀은 잡았다.

이제 조금 차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지게 됐다. 스스로 좋은 정책도 개발하고, 내 스타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주로하고 있다. 그 동안 바빠서 내 스타일을 제대로 낼 여유가 없었다, 밀렸던 일을 좀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직원과 스킨십도 강화하려고 한다. 

Q. 각종 회의에 현장방문까지, 일정이 굉장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

보는 사람마다 건강관리를 하라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여유가 없었다. 최근에는 스스로도 체력에 문제를 느낄 정도라, 무엇이든 좀 해야겠다 싶어 고민 중이다. 역대 장관들에게 어떻게 건강관리를 했는지 물어봐야겠다(웃음). 운동은 못해도 잘 먹어야겠다 싶어 최근 밥은 잘 챙겨먹고 있다.

Q. 현안 이야기를 좀 해보자. 메르스 수습 당시 "의료전달체계 확립은 소신"이라고 밝혔는데...

의료전달체계 개편 문제는 워낙 복합적인 사항이다. 단편적·지엽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의원·병원·종합병원, 상급병원이 각자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그에 맞는 보상시스템도 함께 마련해야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시스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세부사안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예전에는 병원간 편차가 좀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없어졌다. 대부분의 국민이 가까운 곳에서 좋은 의료를 받을 수 있다. 큰 병원은 연구중심, 병원은 입원중심, 의원은 외래중심으로 가되, 국민에게도 가까운 곳에서 좋은 의료를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Q. 원격의료와 국제의료지원사업법이 난항을 겪고 있다.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은 국익 창출,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지 의료영리화와는 무관하다. 과거에는 유능한 인재들이 주로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국가 이익 창출에 기여했다. 그 다음 세대는 의료인이고, 그런 의미에서 의료인에게 어느 정도 국부 창출의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산업화와 영리화는 다르다. 의료영리화는 우리나라에서는 필요가 없는 것이고, 전혀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원격의료는 첫째로 공공의료를 완성하는 단계다. 의료취약지 문제 해소를 위해 발달된 IT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대형·특정 의료기관으로의 쏠림현상을 걱정하는데 원격진료를 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계산하자면 대면진료의 3배 정도 된다. 하지만 수가는 비슷한 수준이다. 대형병원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 가격유인이 없다는 얘기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 자체도 동네의원으로 참여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또 하나 의료수출의 측면이 있을 수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이 원격시장을 선점해가고 있는 상황인만큼, 우리도 준비를 해야 한다. 한번 놓치면 따라잡기 힘들지 않은가.

원격의료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기우에 가깝다. 결국 만나서 이야기 해야 방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화를 하다보면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겠나. 복지부는 은근과 끈기를 가지고 단체들과 대화를 하려고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오해를 불식시켜 나가겠다.

Q. 차관과 보건산업국장, 정책보좌관으로 연이어 외부인사가 영입되면서, 우려가 높았다.

타 부처와의 교류는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기존에 어느 부처에 있었든 복지부로 왔으면 이제 복지부 사람이지 않은가. 인재들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해 함께 복지부 사람으로서, 복지부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보건의료 분야에서 직능간, 직역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협상이라는 것은 서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조금씩 양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자 자신의 기득권만 주장한다면 무슨 협상이 되겠는가. 기득권이 큰 사람은 조금 양보하고, 기권이 적은 사람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 선에서 적정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서로 가진 것은 하나도 내려놓지 않은 채 부딪히기만 한다면 답을 찾을 수 없다.

Q. 원장 신분에서 본 복지부와 장관이 된 이후 경험한 복지부, 무엇이 같고 다른가?

근무를 해보니, 밖에서 알고 있던 것과 전혀 다르구나 하는 것을 실감했다. 원장 시절 '정부는 왜 자꾸 병원만 쥐어짜느냐'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일을 하다보니 정책이란 것이 전 국민에게 관계된 것이고, 정책을 펼 때 각 분야별로 균형을 맞춰야지 어느 한쪽에 치우칠 수는 없겠더라. 밖에서는 왜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느냐고만 생각했는데 안에 와서 보니까 이게 이렇구나 싶었다.

Q. 마지막으로 의약인에 남기고 싶은 말은?

결국 우리의 목표는 국민건강 증진이 아닌가. 이를 위해 잘 협조해 서로 필요한 것 있으면 도와주고 보충해서 국민 건강을 위해 힘을 합쳐 나갔으면 한다. 이것이 모든 의약인의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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