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특정 개인의 일탈행위" 확대해석 경계..."의사 면허관리, 규제보다는 자정"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로 인한 파장이 의료계로 옮아가고 있다.

주사기 재사용이 사건의 원인으로 꼽히면서 의료 윤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데다, 해당 의원 원장이 '뇌내출혈'로 장애 등급을 받은 바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사 면허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27일 대규모 감염사태의 원인이 수액주사 처치과정에서의 주사기 재사용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이에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해당 의사에 대한 자격정치 처분을 의뢰하고,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또 조사 과정에서 해당 의사가 2012년 뇌내출혈로 중복장애-뇌병변장애 3급, 언어장애 4급 판정을 받았고, 이후부터 주사기 재사용이 있었다고 진술했다고도 전했다. 장애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져 비상식적인 의료행위를 했다는 취지다.

의료계 "주사기 재사용 의료윤리 위배...의사로서 해선 안 되는 일"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료계를 향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주사 재사용에 따른 감염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의사가 비윤리적인 행위를 자행, 환자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지적이다.

주사기 재사용과 관련해서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다만 이번 사건은 특정 개인의 일탈행위로, 이를 의료계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사회 김숙희 회장은 "의료윤리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의료계 내부에서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상황을 전했다.

김 회장은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 후 문제가 확인된다면 관련자는 철저히 징계해야 한다"며 "다만 이는 어느 직업군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지극히 이례적인 일탈행위로, 이 때문에 대다수 선량하고 평범한 의사들이 피해를 보아서는 안된다"고 우려했다.

실제 이번 사건은 의료계 내부의 문제제기로 시작됐다. 한 의사가 사건을 인지하고 의사 커뮤니티에 '제보 여부'를 상담했고, 동료의사들의 지지와 동의를 얻어 보건소에 사건을 제보하면서 조사가 이뤄진 것.

서울시의사회 최주현 대변인은 "모 의사가 의사 커뮤니티를 통해 사건을 알렸고, 동료의사들이 힘을 보태면서 실제 제보로 이어졌다"며 "주사기 재사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데 절대 다수의 의료인이 동의하고 있고, 이를 통해 자정활동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 또한 주사기 재사용은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해당 의사에 대한 징계를 예고하고 있다.

의협은 25일 "주사기 재사용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의사로서의 기본 본분을 망각한 비윤리적 행위"라며 "해당 사건에 대한 철저한 검증 조사 후 사실관계가 명확히 파악되는 대로 회원 징계 등 의협 차원의 대처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의사 면허관리 강화 주장엔 "규제보다는 자정...자율징계권 강화" 

한편 해당 의원장이 뇌내출혈로 인한 후유장애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스스로 판단력 장애를 호소할 정도로 건강상에 문제를 가지고 있는 의사가 진료활동을 계속해 사건을 일으켰다며,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이른바 '평생 면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과거 유사한 문제제기가 있은 후 도입된 면허신고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2년 4월 의료인 면허신고제를 도입, 면허 일제정비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의사는 매년 8시간의 보수교육을 받고 3년에 한번씩 소속단체에 신고한다. 미신고시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지는데, 2014년 9월 기준 활동의사 가운데 면허신고를 한번도 하지 않은 의사 260명에 불과하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의사 보수교육, 자격관리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면허신고제가 도입됐지만, 결국 의사면허를 가진 인원을 파악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하물며 운전면허도 신체검사를 포함한 적성검사를 실시해 수년에 한번씩 갱신하는데 의사면허는 신고만 하면 평생 유지된다. 의사 자격확인 강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계는 규제적인 측면이 강한 면허 갱신보다는 의료계 내부 자정활동, 협회 자율징계권 강화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숙희 회장은 "유달리 의사에 대해서만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다른 직업군과 형평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변호사협회와 마찬가지로 의사단체에 징계권을 부여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의사회 박홍준 부회장은 "면허관리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지속적인 교육"이라며 "의사회 가입 등을 권장함으로서 의사회 차원에서 자체적인 관리와 감독, 자율정화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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