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대 김희남 교수, 아토피 유발 메커니즘 세계 최초 규명 "개척 안 된 틈새시장 노렸죠"

▲ 고대의대 김희남 교수.

인간은 미생물과 공생하는 존재다. 신체 구성세포 보다 10배 많은 미생물이 우리 몸안에 산다.

미생물도 인간의 일부라는 얘기는, 건강과 질환에 모두 관여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최근 장내 미생물로부터 아토피가 유발되는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 주목받고 있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김희남 교수의 호기심도 여기서 출발했다.

김 교수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미생물유전체학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인간 게놈 프로젝트 후속으로 굉장히 관심있어 하는 분야"라며 이번 연구의 성과와 의미를 밝혔다.

"선진국에서는 주로 장염이나 대사질환쪽 미생물 연구에 집중돼 있는데, 한국에서 소규모 연구비를 갖고 덤벼드는 건 무모하다고 생각했어요. 아토피는 피부질환이지만 장에서 기반할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갖고 연구 방향을 잡았죠."

김 교수는 "장내 미생물은 아토피뿐만 아니라 비만, 2형 당뇨병 등 모든 대사질환에 관여하지만, 아토피 연구에 집중한 것은 일종의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라고 귀띔했다. 

교수팀은 특정 세균의 한 아종이 아토피 환자의 장내에서 부쩍 늘어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결과 뷰티릭산과 프로피온산과 같이 장벽을 튼튼하게 유지하는데 필수적 역할을 하는 물질들이 감소해 장벽에 염증과 균열이 증가한 것을 관찰했다.

미생물유래 물질들과 음식물 분자들이 틈을 타고 들어와, 혈관을 통해 온몸에 퍼지고 피부에서 강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아토피 피부염이라는 결론. 이 같은 내용은 알레르기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제키(JACI, 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온라인판 최근호에 게재됐다.

아토피의 근본적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추적연구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김 교수는 "미생물유전체학은 의학에 혁명을 일으킬 분야"라고 자신하면서도 한편으로 남들이 흔히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해나가는 어려움을 털어놨다. 

"한국은 추적형에서 선도형으로 가야하는 단계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과감한 연구비 투자가 이뤄질 필요가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 연구 관련해서 선진국에서는 대규모 연구비를 수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선 그렇지 않으니 어려움이 많았던 게 사실이에요."

김 교수의 요즘 관심사는 장내 미생물이 염증성 장염(inflammatory bowel disease, IBD)에 미치는 영향에 쏠려 있다. 장기적으로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발병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예방의학과 맞춤형 의학으로 가야하고, 그 과정에서 장내 미생물학이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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