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 운명 닮은 환추골

두개골 떠받친 환추 모습
하늘 짊어진 아틀라스 어깨 같아




사람의 등뼈는 서른 두 개이고 목뼈(頸椎骨)는 7개인데 그중에서 맨 위에 위치하고 있는 뼈를 아틀라스(atlas), 환추(環椎) 또는 제일경추(第一頸椎)라고 하는데 이 뼈가 두개골을 받들고 있는 모양이 마치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거신(巨神) 아틀라스(Atlas)가 어깨로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모습과 같다 해서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이다.
 아틀라스는 대지의 신 가이아와 하늘의 신 우라노스 사이에 태어난 야페스트가 오케아노스의 딸 크리메네와 결혼하여 아틀라스, 프로메테우스, 에피메테우스 등의 거신을 낳았다.
 아틀라스는 티탄(巨人神)족의 반란에 가담하여 올림포스의 신들과 싸웠기 때문에 제우스의 노여움을 사 벌을 받았는데 언제까지나 하늘을 어깨로 떠받들고 서 있어야한다는 가혹한 벌이었다. 아틀라스가 지구를 떠받들고 있는 그림이 지리교과서의 표지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요새는 그런 것이 없어졌다.
 이런 연유로 지도자체를 아틀라스라고 부르게 되었고, 아프리카의 리비아에 있는 높은 산을 아틀라스 산맥이라고 부르게 됐다. 대서양을 Atlantic Ocean 이라 한 것도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아틀라스의 이야기를 하려면 자연 헤라클레스와의 사이에 있었던 재미있는 사건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와 그의 애인 알크메네 사이에 태어났는데 이를 미워하는 제우스의 본처 헤라는 헤라클레스를 죽이려고 갖가지의 시험을 다했건만 그는 견디어 냈다. 원래 헤라클레스(Herakles)란 `헤라에 봉사하는 자`라는 뜻이지만 이런 이름을 가진 그가 헤라에게 가장 미움을 당한 셈이다.
 후에 에우리스테우스 왕의 분부로 헤라클레스는 열두 가지의 어려운 일을 해야 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일은 헤스페리데스(Hesperides)의 황금 사과를 가져오라는 명령이었다.
 그 사과는 헤라가 결혼할 때에 대지의 신으로부터 결혼선물로 받을 것인데, 그녀는 그 보관을 헤스페리데스(또는 헤리페리로스, 금성의 뜻)의 아가씨들에게 맡겼는데, 용 백 마리가 그녀들을 지키고 있었다. 이 헤스페리데스의 아가씨들은 바로 아틀라스의 딸이다.
 많은 모험 끝에 헤라클레스는 아프리카의 아틀라스 산에 도착했다. 오랜 여행으로 지친 헤라클레스는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것이 헤스페리데스의 아가씨들을 지키고 있는 백 마리의 용들이었다. 생각 끝에 사과를 자기에게 갖다 줄 사람은 아틀라스 이외에는 없음을 깨닫자 헤라클레스는 아틀라스를 꼬여서 사과를 가져오도록 하였으며 그가 가지러 가는 동안은 자기가 대신 하늘을 떠받치고 있겠다고 약속하였다.
 오랫동안 하늘을 떠받들고 있던 아틀라스는 잠시나마 그 무거운 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헤라클레스의 제안을 쾌히 승낙하고 사과를 가지러 갔다.
 천하장사 헤라클레스도 하늘을 떠받들고 있노라니 지쳐서 기진맥진해 버렸지만 얼마 후 아틀라스가 사과를 가지고 왔을 때는 기뻐서 어찌 할 바를 몰랐다.
 그런데 아틀라스는 아틀라스대로 오랜 세월동안의 고역에서 벗어난 기쁨으로 "사과는 내가 갖다 줄 터이니 자네는 언제까지나 그 짐을 좀 떠받들고 있게"라며 헤라클레스를 놀려댔다.
 아틀라스보다 약삭빠른 헤라클레스는 "돌아가는 길이 험해 어차피 걱정이었는데 차라리 잘됐군. 그렇다면 이렇게 하세, 아까는 잠시만 하늘을 들고 있으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자세를 대충 잡았는데 매우 불편하군. 자세를 제대로 취할 것이니 잠시만 들어주게"라고 말하니 순진한 아틀라스는 속임수인 줄도 모르고 황금사과를 땅에다 놓고서는 "이렇게 메는 것이 가장 힘이 덜 드는 거야"하면서 헤라클레스가 떠받들고 있던 하늘을 대신 받아서 시범을 보였다. 헤라클레스는 땅에 놓인 황금사과를 주워들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산을 내려가버렸다.
 아틀라스는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어처구니없이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리스인들은 해가 질 때의 서쪽하늘의 아름다운 광경을 좋아했고, 그것으로 추리하여 서쪽을 광명과 영광의 영토로 동경했다. 그래서 그들은 축복받은 사람들의 섬이라든가 또는 게류오네스의 아름다운 소를 치는 붉은 섬인 에류테이라든가 또는 헤스페리데스의 딸들의 섬을 모두 서쪽에 있는 것으로 짐작했었다.
 일설에는 헤스페리데스의 딸들의 사과라는 것은 그리스 사람들이 어렴풋이 들은 바 있는 스페인의 오렌지가 아니었을까 상상하는 사람도 있다. 그 이유는 그리스신화가 생겨날 때에는 그리스에는 사과가 나지 않았다는 고증에서 추리된 생각이며 오렌지는 황금빛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사과로 표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여간에 경추의 제일 위에 있는 환추골, 아틀라스는 그 사람이 죽을 때 까지 무거운 머리(두개골)를 떠받치는 운명을 면치 못하는 것이 신화의 아틀라스신과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틀라스 산에 대한 신화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전해지고 있다. 영웅 페르세우스가 괴물 메두사를 죽이고서 그 머리를 갖고 오다가 해가 저물어 하는 수 없이 어디서 하루 밤을 지새우고 가야할 형편이 되서 아틀라스를 찾아가 하룻밤 자고가기를 청했는데, 아틀라스에게는 집히는 바가 있어 이를 거절했다. 옛날 자기에게 내려진 신탁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즉 언젠가는 제우스의 아들이 황금 사과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신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페르세우스는 그 거인과는 힘을 겨를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이렇게 이야기 하였다. "그대가 나의 우정을 그렇게 싸구려로 밖에는 쳐주지 않으니 선물이나 하나 드릴 수 밖에요"라고 하며 자기 얼굴을 돌리면서 메두사 머리를 쑥 내밀었다.
 그러자 아틀라스는 순식간에 돌로 변하면서 산으로 변했는데, 수염이나 머리카락은 숲이 되었고, 팔과 어깨는 절벽, 머리는 산꼭대기, 그리고 뼈는 바위가 되었다. 몸의 각 부분은 마침내 거대한 산이 되기까지 부피가 시시각각으로 커졌으니 그게 바로 아프리카의 아틀라스 산맥이라고 한다.
 후세에 와서 아틀라스는 양치기 목자, 천문학자(占星師) 또는 바다 밑에 가라앉았다는 전설속의 섬 아트란티스(Atlantis) 대륙의 왕자였다는 설도 있다.
 사람 몸에 있어서 아틀라스(환추골)는 후두골(後頭骨)과 제2경추골 사이에서 두개골을 떠받쳐 주는데 그 모양이 고리 환상(環狀)으로 그 내부에는 골수가 있으며 추궁(椎弓, vertebral arch)과 외측괴(外側塊 lateral mass of vertebra)로 이루어지고 추체(椎體)가 없는 것이 다른 추골(椎骨)들과 다른 점이다.
 사람이 목을 움직일 때 가동성이 적은 관절을 만들어 머리가 전후, 좌우 그리고 회전운동을 할 때 머리가 크게 움직이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해 머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사람이 높은 곳에서 추락하면서 머리가 먼저 땅에 닿는 경우 아틀라스가 골절되어 척추에 손상을 야기하면서 즉사하는 수 가 있다.
 지구의와 그 받침대를 보면 영락없이 아틀라스가 떠오른다.

◇문국진 박사 약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 학술원 자연과학부 회장 △대한법의학회 명예회장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